브런치에서 작가 승인받은 것은 오래되었다.
글을 쓴 것은 아무도 모르는 시점부터다.
실은 몇 개의 글은 지우기도 했다.
여전히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다.
그리고 그 시점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모처럼 시간이 빈다.
시간이 비면 늘 불안했는데, 어제의 그 꿈이 오늘의 불안을 가져갔나 보다.
망망대해에서 커다란 배를 타고 여행하는 꿈이었다.
배를 타고 떠난 여행을 해 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꿈속 경험은 '이거 꿈이네!'를 자각할 정도로 서투른 설정이 가득했다. 커다란 침대가 가판대 위에 있었고, 그 침대에서 편안하게 뒹구르며 책도 보고 노트북도 켜 놓고, 스마트폰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편안함을 느끼던 순간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자마자 피식 웃었다.
망망대해에서 침대?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다. 나는 침대에서 잠자는 것 외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폰을 잠시 보기는 하지만 거의 잠자는 도구로만 침대를 활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침대 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정도로 여유로운 일상을 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구분 짓고 분리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러나 꿈에서의 침대는 모든 경계가 무너트려졌다. 조금 더 꿈을 꿨다면 침대 위에서 음식도 먹었겠지.
문득 꿈을 다시 떠올리면서 생각했다.
나의 경직된 현실이 꿈에서는 망망대해, 배, 침대, 자유로움이라는 대치된 장면으로 나타난 것이구나.
일상에서의 경직을 알아차린 순간 스케줄이 없어서 허전하다거나 불안하다는 마음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어쩌겠나. 내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걸...
팔고 싶다고 바로 팔리는 것도 아니고
가고 싶다고 눈감고 뜨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고 싶다고 흔쾌히 승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된다고 따라다니면서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에서 내가 겪는 상황이 그렇다.
이러한 상황들로부터 조금 떨어져 나와서
비록 침대는 아닌 남이 운영하는 카페이지만
건강한 재료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디톡스 음료를 시키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궁금한 이웃들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사인을 날려주고
아무런 글이나 끄적이며 쓸 수 있는 이 장소를 선택했다.
앞으로 한 시간만 더 머무르고 나가야지.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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