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와 AI에 기반한 새로운 시장의 형성
미디어스크랩이 주목하는 2026년 10가지 흐름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미디어스크랩'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고 있는 이성주입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정도로는 표현이 어려울 만큼 많은 일이 있었던 2025년이 저물어갑니다. 며칠 있으면 2026년 새해가 밝아올 것입니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지난 주말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차분하게 예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요약해 보면 2026년에는 레거시 미디어, 특히 콘텐츠 제작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혼란 속에, AI 도구로 무장한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1. 대마불사(大馬不死)는 없다...불안한 스튜디오
전통적인 콘텐츠 산업은 '극장의 티켓 판매'와, 'TV네트워크에 결합된 광고수익'에 의존했다. 채널은 지상파에서 케이블과 IPTV로 확장이 이뤄지기도 했으나 기본 방식은 같았다. 그런데 OTT 구독경제가 들어왔고 시장의 질서에 변화가 생겼다. 대형 스튜디오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국내 시장규모는 할리우드와 같을 수 없으며, 넷플릭스가 사주지 않으면 팔 데 없는 근본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특히 2026년은 '약속된 풍요'가 끝나는 해다. 2023년 넷플릭스가 선언했던 25억 달러 규모의 4개년 투자 계획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콘텐츠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까지 겹치면서 대형 스튜디오들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쌓고 있다. 더 나쁜 것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2026년 3월 상장 시한이 걸려있는 콘텐트리중앙의 SLL에 시선이 쏠린다. 콘텐트리중앙은 2021년 사모펀드(PEF) 프랙시스캐피탈과 중국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로부터 각각 3000억 원(지분 18.36%), 1000억 원(10.11%)씩 총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계약에는 기한 내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중앙그룹이 원금과 연 2.9%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즉 중앙그룹이 4000억 원의 원금과 연 수백억 원대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형 스튜디오만 문제는 아니다. 2025년 한국 드라마 제작은 올해 84편 정도였다(2022년 141편). 2026년에는 50편 내외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용 드라마 제작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작사 중 절반 가까이 폐업했거나 개점휴업 상태이며 상황은 2026년에 더 악화될 것이다.
영화 판도 마찬가지다. 투자는 얼어붙었다. 내년 개봉작은 20개도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관도 '점포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다. 업계 1위 CJ CGV는 2025년에만 하계점ㆍ명동역점ㆍ의정부태흥점 등 10여 개 점포를 폐점했다. 기업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롯데시네마(이하 총 점포 144개)와 메가박스(120개)는 합병 후 131개 점포를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극장이 줄면 악순환은 가속화된다.
2. 재송신료 협상...극한 충돌 피할까?
전체 콘텐츠 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 참여자들 간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케이블 TV 가입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iptv의 경우, 소폭의 증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OTT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특수한 시장상황 탓이다. 즉 iptv가 대개 인터넷 요금제와 묶여있고 해외처럼 요금이 비싸지 않다. 케이블 커팅이 드라마틱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이다. 그런데 사업자들 입장에선 미래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iptv와 지상파 3사의 재송신료 협상은 3년 단위로 이뤄져 왔다. 지난 협상이 2025년까지로 끝나는 만큼 새로운 협상을 맺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지상파3 사는 유료방송 가입을 유지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지상파 실시간 시청'이라고 주장하며 내쉬 협상 모델을 적용하면, 지상파 콘텐츠의 기여도가 현재 지불되는 단가(CPS) 보다 훨씬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는 연구(주로 방송협회 측 연구 용역)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 iptv 쪽에서는 지상파의 주장이 '채널 중단'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기 때문에 지상파의 협상력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한다고 비판한다. 서로 물러설 데가 없는 협상이 될 것인 만큼 일각에선 '블랙아웃'(송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콘텐츠 시장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고 넷플릭스 주문생산이 아닌 콘텐츠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결국 iptv와 지상파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는 만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해 보인다.
3. 그래서, 올림픽은 어떻게 되는데?
2026년 2월 6일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제25회 동계올림픽이 공동 개최된다. 북중미 월드컵도 열린다. 그런데 이 올림픽 중계권을 가진 건 JTBC이다.
JTBC는 2019년 2026년부터 2032년까지 개최되는 올림픽의 한국 중계권을 독차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계약으로 2026·2030년 겨울올림픽과 2028·2032년 여름올림픽, 이 기간에 열리는 유스 올림픽의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게다가 2024년 10월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독점 중계권도 따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과 2030년 남미·유럽 6개국 월드컵 이외에도 2027년 여자 월드컵, 2025년과 2027년 각각 열리는 U-20 월드컵의 한반도 내 중계권을 갖게 된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누가 중계권을 갖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디서든 보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이 좀 복잡하게 꼬여있다. JTBC는 아마도 독점중계를 통해 채널의 영향력을 크게 높이려고 했을 것 같다. 그런데 JTBC는 밀라노 올림픽을 8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 중계권 재판매에 나섰다. 그 배경에는 여의치 못한 경영상황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많다. 특히 TV사업자만 유독 컨소시엄 구성을 금지하고, 3분의 1 또는 2분의 1의 중계방송권리만을 인정하는 등 방송사들이 받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한 걸로 알려지고 있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고, 올림픽 중계는 사전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재판매는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2026년 동계 올림픽은 지상파가 방송하지 않는 첫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이다.
4. AI 영상...'실험'과 '예술'을 넘어
2026년 4월 극장에 100% AI로만 제작된 장편 영화가 걸린다. 마테오스튜디오의 <라파엘>이라는 작품이다. 마테오스튜디오는 AI 영상 개척기에 두각을 나타냈던 곳이다.
그동안의 'AI 영상'은 대개 실험적인 영역에 속했기 때문에 일반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구글, 오픈 AI, 기록 등 AI 개발 선두 군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생성형 AI 영상 도구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중국의 'WAN'등 오픈소스 모델들도 강력한 성능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AI 도구를 활용해 영상(숏폼뿐만 아니라 내러티브 있는 영상, 커머셜 영상)을 만드는 개인 창작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AI 영상의 제작은 단가라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촬영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프리미엄 콘텐츠(영화, 시리즈물 등 롱폼)에 대한 소비도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숏폼의 경우 100% AI로 만든 제작물들이 별도 플랫폼을 통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장편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업계 소식을 들어보면, 기존 영화나 시리즈물을 제작했던 제작사들 가운데에서도, 발 빠르게 100% AI로 만드는 장편을 기획해 채널과 OTT등에 제안을 넣는 곳도 나오고 있다. 이미 개봉한 <중간계>처럼 CG를 AI로 처리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생성형 AI 영상을 작품 전체에 쓰는 경우를 말한다.
시점이 문제일 뿐, 앞서 언급했던 '마테오스튜디오'처럼 AI 네이티브 스튜디오는 물론, CJ 같은 레거시 스튜디오까지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로 무장한 개인들도 제3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가 방송을 개인 차원으로 끌어내렸던 것처럼 또 한 차례의 확장과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의 저작권, 권리관계는 어떻게 정의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유통될 것인지,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은 가능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쟁점이 부각될 것이다. AI로 만들어진, 인간이 아닌 인간 배우를 관객들이 인정할 수 있을지, 이른바 '불편한 골짜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5. 현실이 되는 '제로클릭'
네이버는 2025년 12월 16일 ‘AI 브리핑’ 검색 비중이 전체 검색량의 20%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어 AI 브리핑이 포함된 검색어는 8% 더 클릭률이 높으며, 페이지에 체류하는 시간도 20% 이상 더 길다고 부연했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앞서 맥킨지는 2025년 10월, <New front door to the internet: Winning in the age of AI search>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맥킨지는 AI 검색 엔진의 확산으로 인해 기존 웹사이트로 유입되던 트래픽의 약 25%~40%가 증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번 답변을 즉시 얻는 경험을 한 사용자는 다시 링크를 일일이 클릭하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5년 즈음 전 세계 신문들은 '페이스북이 뉴스의 미래'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페이스북에 기댄 수익모델로 신생 언론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정책 변경 이후, 모두 사라졌다. '제로클릭'의 파장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웹사이트 유입을 전제로 하던 디스플레이 광고(CPM) 모델이 붕괴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트래픽이 40% 줄어든다는 것은 언론사나 블로그의 광고 수입이 반 토막 난다는 뜻과 같다. 검색의 문제를 넘어 광고 판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언론사나 블로그 문제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플랫폼 거인들에게도 절박한 숙제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은 2024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76~78%를 광고 수익으로 벌어들인다. 구글 검색 광고가 73.6%, 유튜브 광고가 10.3%를 차지한다. 네이버도 전체 매출에서 광고(서치플랫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
결국, '제로클릭'으로 바뀐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구글이나 네이버가 기존의 검색광고 형태에서 벌어들이던 돈을 다른 방식으로 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릭'이 아닌 '답변' 자체에서 돈을 벌어다 줄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OpenAI의 샘 알트만은 초기에는 광고 모델에 부정적이었으나, 2025년 들어 'ChatGPT Search' 내에 스폰서 링크 및 파트너십 콘텐츠를 통합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일론 머스크는 X(구 트위터)의 유료 구독 모델과 연계하여 Grok의 답변 속에 X의 광고주 콘텐츠를 노출하는 알고리즘을 테스트 중임을 밝힌 바 있다.
6. AI 플랫폼과 IP홀더... 적대적 관계에서 적극적 협력관계로
2025년 12월 디즈니는 오픈 AI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3년짜리 계약에 담긴 것은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0개 이상의 캐릭터(미키 마우스, 스타워즈, 마블 등)를 Sora AI 비디오 생성 도구에 라이선스'하는 내용이다. 과거 오픈 AI는 '지브리풍 프사'로 저작권 침해 논란과 함께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거뒀었는데, 디즈니는 아예 게약을 맺고 AI 생성 콘텐츠를 Disney+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간 것이다. 전략의 변화다. 디즈니뿐만이 아니다. 이미 2025년에 시작된 추세, 즉 IP 홀더들이 AI 개발자와 소송 대신 파트너십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2026년에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 산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2024년에 시작된 Suno와 Udio 소송은 2025년에 대부분 수익 공유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UMG(Universal Music Group)가 2025년 10월 Udio와 합의하고, WMG(Warner Music Group)가 11월 Udio와 Suno와 합의를 이뤘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의 소송은 '협력을 위한 전단계'였으며, 레이블들은 '대세'가 바뀔 수 없음을 인지하고 '차단 대신 과금'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 UMG는 이미 ProRata.ai와 같은 AI 음원 수익 분배 시스템을 구축하며, 생성 AI 플랫폼에서 사용당 수익을 콘텐츠 소유자에게 배분하고 있다.
2026년은 AI로 제작된 음원에서 저작권을 어떻게 볼 것인지와 관련해서도 진전이 이뤄지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듀스는 2025년 11월, 28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는 AI로 복원한 고 김성재의 목소리가 담겼다. 뮤직비디오는 더 노골적이다. 이 작업은 유족과 소속사의 협력으로 이뤄졌으며, '사후 권리' 논의를 촉발했다. 목소리는 저작권법상 '저작물'이 아니지만, 저작 '인접권'으로 수익을 나누겠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다른 방향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즉 IP홀더와 AI 플랫폼의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 수익 배분 방식에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목소리 빌려준 가수 3 : AI 운용자 2 : 플랫폼 5' 같은 '구체적 배분율 표준'이 시도될 수도 있다. 이미 AI로 만들어진 곡이 차트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돈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비교적 시급한 문제이다.
동시에 2026년에는 AI 음악에서 '인간 기여'를 평가하는 흐름 또한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저작권청(USCO)은 인간의 '창작적 기여'(프롬프트 세밀 조정, 편집 등)가 있었다면 저작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단순 프롬프트가 아닌 '정교한 프롬프트 + 후편집'을 일종의 창작 행위로 보는 경향이다. 앞서 언급한 '인접권'에 연결시켜서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
7. 피겨와 옵티머스 그리고 T1
2026년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이미 여러 종류의 로봇들이 생산되고 판매되고 있지만, 차원이 다른 로봇이 될 것이다. 테슬라가 출시하게 될 '옵티머스 제너레이션 3'은 인간의 손과 동일한 자유도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이는 좀 과장하자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론 머스크는 '로봇이 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공공연하게 '노동의 종말'을 거론한다.
생산현장의 일자리만 위기에 처하는 게 아닐 것이다. 악기 연주자를 대체하거나 촬영현장의 스탭을 대체하는 등의 시도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얼마 전 할리우드의 작가와 배우들이 파업을 벌였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2026년에 재연될 수 있다.
동시에 로봇의 오작동이나 인간에 의한 오용에 따른 피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한 논란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일론 머스크는 LOL의 인류 최강 팀 T1에게 도전장을 냈다. xAi의 AI모델 '그록'을 인간과 동일한 조건에 두고 게임으로 한 판 붙겠다고 한 것이다. 매우 영리한 마케팅인데,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구글 딥마인드가 바둑이라는 게임으로 이세돌을 이김으로써 AI가 인간의 '직관'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런데 만약 '기록'이 페이커의 T1을 이긴다면 이는 더 심각한 결론으로 유도될 수 있다. 알파고는 인간이 볼 수 없는 수만 수 뒤의 연산을 '디지털 내부'에서 처리했다. 반면, 그록이 인간과 동일한 시각 정보(화면)와 인터페이스(마우스/키보드 속도 제한)를 가지고 T1을 상대한다면, 이는 단순한 계산력이 아니라 '판단력'과 '전략적 직관'에서 인간을 압도함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인간은 앞으로 어떤 전쟁에서도 AI를 절대로 이길 수 없음이 선언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무인기 운용이나 AI지휘체계 구축 등 미래의 전장에서 AI를 도입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8. AI발 보안위기 및 위성통신의 확대
AI는 이제 단순히 '대답하는 상자'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짜고 파일을 쓰고 지우며 전화를 걸거나 예약을 잡는 등의 행위를 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즉 진정한 의미의 '비인간행위자'가 된 것이다. 2026년 보안업계(Palo Alto Networks 등)의 예측에 따르면, 기업 내 자율 AI 에이전트의 수가 인간 직원 수를 82:1의 비율로 압도할 전망이다. 초격차 AI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이나 오픈 AI, 엔트로픽 같은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AI를 이용해 AI를 개발하는 데 쓰고 있다.
그러나 어떤 도구이든 선한 목적으로만 쓰일 거라고 예상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최근 안랩 같은 보안회사들, 다중을 상대로 서비스하는 회사들은 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는 해킹 공격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고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통신사들이 타깃이 됐고, 전자 상거래 업체들에도 끊임없는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통신사들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대안이 없는 경우라면 통신사들이 불안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사정이 좀 달라졌다. 지구 저궤도에 수많은 위성을 띄워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스타링크'가 2025년 말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는 이걸 휴대폰 통화로도 확대할 준비를 차근차근해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2025년부터 데이터와 음성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T-Mobile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 함께 전 세계 어디서든 일반 휴대폰으로 통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도 위성통신 모뎀을 설계하는 데 착수했다. 로밍 같은 거 할 필요도 없이, 전 세계인이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로 세계 어디에서나 전화를 하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초기 가입자는 항공사(앞으로 비행기 안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다)나 선박 등 지금까지 인터넷을 활용할 수 없는 대상들일 텐데 그렇다고 일반 가입자가 없을 거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이 가입자의 증가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도 2026년에 지켜봐야 할 중요한 지표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빠른 한국에서 일반 가입자가 폭증하는 경우가 혹시라도 생긴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통신사, 인터넷, IPTV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 미디어 생태계에도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9. 포스트 스마트폰의 시대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오픈 AI의 샘 알트만이 손을 잡고 진행하고 있는 '포스트 스마트폰'은 예고한 대로라면 2026년 하반기에 출시된다.
물리적인 스크린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대신 사용자의 음성과 시선, 그리고 주변 맥락을 완벽히 이해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AI와의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는 기기라는 뜻이다. 샘 알트만은 최근 이 프로젝트의 시제품(Prototype)이 이미 완성되었으며, 그 결과물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훌륭하다(Jaw-droppingly good)’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최근 오픈 AI가 대화창에서 곧바로 각종 앱을 호출해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는 것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는 맥락으로 읽힌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된다면,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앱 생태계’의 독점이 끝나는 원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른 흐름도 있다. 구글과 메타는 '안경'을 새로운 디바이스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먼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던 애플도 더 가볍고 혁신적인 디바이스를 내놓게 될 것이다. 아마존은 AI스피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일론머스크는 테슬라 자동차에 그록을 통합시키고 있다.
구글이 삼성폰에 gemini를 탑재하면서 거액을 제공했던 건,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만 AI가 돈을 벌어줄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한 논리 때문이다. 2026년에는 '포스트 스마트폰'이 되기 위한 디바이스 차원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0. 공영방송 사장선임
공영방송 사장 선임 문제는 2026년 한국 미디어 생태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방미통위 위원장이 선임되었다. 방미통위 위원들도 여야 추천에 따라 속속 구성이 될 예정이다. 새 방송법에서 규정한 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와 KBS 이사회도 곧 구성된다.
MBC의 경우, 현 사장의 3년 임기가 2026년 2월 말로 끝난다. 따라서 방문진 이사회가 구성이 되면 본격적인 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될 것이다. 이번 선임 과정이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사장 후보자를 검증하고 선택하는 과정에 ‘시민평가단’이 공식적인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개정된 방송법의 핵심적 조항 중 하나이다.
시민평가단의 도입은 공영방송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이다.
무작위로 추출된 시민들이 후보자의 정책 발표를 듣고 토론하며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기존의 이사회 선임 방식을 광장으로 끌어내는 효과를 낳게 된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온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제도의 첫 시행인 만큼 다양한 논란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민평가단의 구성 방식과 대표성 문제다. 평가단 구성에 사용되는 표본 추출 알고리즘이나 지역·세대별 안배가 편향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될 경우, 선임 절차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
정 반대로 방송이라는 고도의 전문 영역을 다룰 사장을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평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이른바 ‘숙의 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