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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크랩이 주목하는 2025년 10가지 흐름
1. AI 에이전트
'미디어스크랩'은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의 흐름을 주 영역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이 몹시 빠르고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미디어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은 AI이며, 그중에서도 이른바 'AI 에이전트'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어디까지 허락해야 할 것인지, 그 이후에 발생하는 법적 제도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많은 문제들을 낳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AI 인텔리전스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추후 별도의 칼럼을 통해서 정리할 예정인데, 아주 간단한 설명은 10/22자 미디어스크랩 AI에이전트의시대가 온다를 참조하세요.
2. AI 호출 플랫폼
애플의 아이폰이 카메라, 다이어리, MP3 등 여러 전자기기를 사라지게 했던 것처럼 LLM은 플랫폼, 혹은 채널들을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IPTV를 갖고 있는 국내 3대 통신사가 AI에 그토록 목숨을 거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TV를 만드는 삼성과 LG도, 플랫폼 사업자도, 페이스북을 만든 메타도, 심지어 로봇 제조사도 그렇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은 휴대폰으로만 호출하는 인공지능이 다른 장치들로 확산될 것인가, 그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 중심이 집에 놓여있는 인터넷 셋톱박스일 수도 있고, TV일 수도 있고, 안경일 수도 있고, 가사도우미 로봇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AI가 검색의 많은 영역을 빼앗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AI 호출 플랫폼을 차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AI를 작동하게 하는 인터페이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상품(전통적 의미의 상품 뿐만 아니라 콘텐츠도)을 어떻게 노출 시킬 것인지, 광고를 어떻게 노출시킬지, 비지니스의 기회을 어떻게 연결시킬 지의 문제가 됩니다.
3. 동영상 AI의 발전 방향과 속도, 산업계의 수용
인공지능의 발전이 의외의 지점에서 산업적인 흐름을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영상입니다. 영상 산업은 새로운 플랫폼(사용자 참여형 플랫폼)인 유튜브의 탄생과 더불어 굉장한 도약을 이룬 바 있습니다. 틱톡의 등장과 함께 이 도약은 다른 차원(콘텐츠의 길이)으로 전이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통한 동영상의 제작으로 기왕에 만들어진 포맷(짧고, 사용자가 직접 만들고,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의 이점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과 관련해서는 전문지식이 전혀 없는 필자도 간단히 AI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니까요.
물론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야 할 필요가 있고, 두 번째로 이미 발생하고 있는 윤리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걸림돌들이 남아있긴 합니다. 그러나 AI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동영상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고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상황도 멀지 않아 벌어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레거시 제작시스템에도 큰 충격을 줄 것입니다. 이미 엄청난 인력이 필요한 대형 CG회사들은 그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4. 글로벌 AI에 대한 네카오의 대응
한국은 자국의 LLM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공룡들이 돈을 쏟아부으며 속도 경쟁을 하고 있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AI는 이미 선두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선두주자들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조금만 늦어도 따라잡히는 속도경쟁을 하는 건 좋은데,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 수익모델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구독자는 크게 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버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 반대로 네이버나 카카오, LG 등 국내 AI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돈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꾸준히 기업들과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고 카카오는 '카나나'라는 서비스를 시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5. WAVVE+TIVING의 효과
레거시 미디어의 영역으로 넘어가보면, 다소 오래 된 의제처럼 들리는 웨이브와 티빙의 통합 이슈가 있습니다. 이걸 제가 주목할 흐름으로 짚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 두 플랫폼의 합병은 지금까지 기사가 나왔던 외산OTT vs 토종OTT 이런 구도에 가둬둘 이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콘텐츠 유통판의 규칙이 모두 새롭게 정의될 거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6. 토종 음원 플랫폼의 생사
음원 플랫폼은 유튜브 뮤직의 불공정 게임으로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태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광고 탑재 무료 모델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건 넷플릭스가 기존의 구독모델을 버리고 광고 탑재형 요금제를 내놓은 것과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오 잘 됐다. 그럼 국내 업체들도 광고 모델을 내놓으면 되겠네."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국내 인구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스포티파이의 태풍이 어느 정도 규모로 불어닥칠 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플랫폼의 고민이 더 커질 건 분명해 보입니다.
7. 글로벌 플랫폼 규제
같이 생각해야 할 것이, 글로벌 플랫폼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우리 정부입니다. 자국의 IT기업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인데, 이 기반을 다 죽일 것인지 아니면 유럽처럼 받아낼 것을 받아낼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 않습니다.
8. 숏폼 드라마 플랫폼
글로벌 OTT 플랫폼의 '돈바람'을 타고 초대형 제작사들이 생겨나고, 신생 제작사들도 우후죽순처럼 쑥쑥 올라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욕망들의 충돌로 제작비가 단기간에 충격적인 수준으로 올라갔고 지금은 거품이 꺼지고 있는 시기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그 콘텐츠로 조달할 수 있는 돈(광고, 콘텐츠 사용료 등)이 비슷하게 맞춰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2025년에는 쓰러지는 대형 제작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숏폼'에 주목하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몸값이나 작가료 등을 걷어낸 싼 비용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유통시켜보자는 거죠.
그런데 국내로 시장을 한정한다면 어려울 겁니다. 규모의 경제가 통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과연 지금 숏폼 드라마가 돈을 벌고 있는 중국 등 국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9. AOD 시장의 흐름
경제가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이 빠르게 주저앉고 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하면 씀씀이를 줄이게 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정리하게 됩니다. 한 때 플랫폼을 구할 사업모델로 추앙받았던 SVOD 모델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광고요금제 확대가 그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광고모델 FAST시장은 의미있는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웨이브-티빙 연합 플랫폼은 광고모델을 확대할까? IPTV는 이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까? 이런 광고를 둘러싼 연쇄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10.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 시작
일론머스크는 인터넷 망 사업도 합니다. 스타링크가 2025년에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시작은 미약할 겁니다. 그러나 물리적인 망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는(그래서 한국은 케이블 커팅의 속도가 미국보다 느리게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통신 3사는 잔뜩 긴장할 것입니다. 특히 6G는 필수적으로 위성 인터넷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