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MBC 사장으로 뽑아야 할까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지난 주말에 게시한 '미디어스크랩이 주목하는 2026년 10가지 흐름'이라는 글을 읽어보셨습니까? 거기에 정리한 10가지 의제 가운데에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문제가 들어있습니다. 고개를 갸웃 한 분도 계셨을 겁니다. '왜 한 해의 미디어 전망을 하면서 방송사 한 곳의 사장 선임 문제를 의제로 꼽았을까?'하고 말입니다.
권력은 언제나 언로(言路)를 장악하고 싶어 합니다. 언로가 장악된다는 것은 시민들이 권력을 감시할 눈과 귀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권력자는 편하겠죠. 전횡과, 부패가 일어날 조건이 마련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감시가 사라지면, 그 피해는 시민사회 전체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좌우의 구분을 떠나, '야권'이 되었던 정치 세력은 '권력을 잡으면 법을 고쳐 방송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흐지부지 되어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왜일까요? 정권을 잡고 보면 '지금이 좋은데 꼭 그렇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가 봅니다. 언론장악은 달콤한 유혹 같은 것입니다.
제가 구성원으로 직접 목격하고 겪었던 지난 30년, 공영방송 MBC는 거의 대부분 권력과 갈등관계에 있었습니다. 좌우의 문제를 떠나 그랬습니다. 그건 달리 말하면, MBC는 권력에 의해 장악되는 걸 거부하고 '감시견'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집단이라는 뜻이 될 겁니다. 제 기억에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이른바 '좌파정부' 당시에도 정부의 압박이 들어오고, 광고가 끊겨 '이러다 회사가 정말 문을 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2025년 개정된 방송법 입법 취지를 보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여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막고 국민의 시청자 주권을 실현하는 데 있다'라고 나옵니다. "국민의 시청자 주권을 실현하는 데 있다." 정말 요즘 흔히 쓰는 말처럼 '가슴이 웅장해지는'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용마 씨가 살아있었다면 너무나 기뻐했을 문구입니다.
그 맥락 속에, 이번 MBC 사장 선임이 놓여있습니다. '권력을 시민에게 돌린다'는 취지의 제도가 처음으로 실천에 옮겨지는 사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개정된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르면, MBC 사장을 뽑는 과정에 시민 100명이 참여합니다. 마지막 1명을 최종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지원자들 가운데 3명의 후보자를 솎아내는 역할을 시민들이 하게 됩니다.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는 사장후보자 경영계획발표, 면접, 숙의토론 과정을 거쳐 3인 이하의 복수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하여야 한다. (방송문화진흥회법 10조의 3)'
당연히 "그 100명은 어떻게 뽑는 거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개정된 방송문화진흥회법은 '전체 인구의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 분포를 대표할 수 있도록'하라고 했고, 이 일을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도록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어쩌면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1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국민의 시청자 주권을 실현'하게 될 추천위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 나름대로 'MBC 사장을 뽑을 때 생각해 볼 기준들'을 정리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아마 읽다가 "나는 의견이 다른데?"라고 말씀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당연합니다. 아까도 보셨던 것처럼 '100명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 분포를 대표할 수 있도록' 뽑힐 것입니다. 모든 추천위원이 제 글에 동의를 표현한다면 오히려 그게 큰 사고겠죠. 그러나 의견을 달리 하신다 해도, 저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로 말미암아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고, 활발한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마중물이 된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긍정적인 일이 아닐까요?
저널리즘
여러분은 뉴스를 어떻게 접하십니까? 아주 옛날에는 종이신문이 전부였는데 매체 환경이 변하면서 라디오, TV뉴스, 인터넷 뉴스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마 '유튜브로 본다'라고 답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기존 신문사나 방송사가 제작한 게 아닌 '1인 미디어'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런 환경의 변화 때문에 기존에 우리가 '저널리즘'이라고 불러왔던, 그러니까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학계의 고민도 많았습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 이후 TV뉴스, 특히 지상파 뉴스 시청률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MBC가 두드러졌습니다. 선거방송의 경우, 시청률이 20%에 달했을 정도니까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제 기준으로 보자면 MBC의 보도는 타사들과 비교할 때, 달랐던 것 같습니다. '객관과 공평을 가장한 퍼 나르기 저널리즘' 혹은 '양비론을 방패막이 삼는 기회주의'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사실의 전달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안을 '시민의 눈'으로 분석하고 평가했습니다. 시비를 가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MBC의 태도가 시민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다시 더 큰 '권위'로 부여되어 뉴스에 힘을 불어넣은 것입니다. 선순환의 구조였던 셈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그렇게 높이 올라간 뉴스 시청률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일반인과 전문가집단 모두에서 신뢰도 1위를 차지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보를 접할 통로가 너무 많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성형 AI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더 콘텐츠의 진실 여부를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적이고 시민의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공영방송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MBC의 사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 하나와 해야 할 것 하나가 있습니다. 사장은 어떤 이유로도 보도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사장은 그 어떤 외부로부터의 압력으로부터도 MBC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럴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다들 "그러겠다."라고 힘주어 말을 할 텐데 말이죠.
말을 하는 건 쉽습니다. 그런데 살아내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보로 나선 사람이 지금 시점에서 유명한지 아닌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건 별로 큰 도움이 안 되실 거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멋지게 말을 하는지 아닌지도 기준이어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오히려 '그의 삶'입니다. 후보로 나선 사람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었는지, 그의 삶의 이력을 따져보셔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MBC에 몸담았던 사람이건 아니건 말입니다.
두 번째, 자신의 희생을 감래 해야 할 상황이라 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 책무를 다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매번 자기 이해관계에 충실한 판단을 하는 사람인지 살펴보셔야 할 겁니다.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그의 삶 속에 '공적 책무'를 감당했던 이력이 나타나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은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민주공화국'의 일원임을 자각하는 시민들이 큰 희생을 감수하고 행동에 나섰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MBC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MBC 하면 뉴스 말고도 떠오르는 인기 프로그램들이 있죠? '나 혼자 산다', '놀면 뭐 하니', '라디오 스타' 같은 프로그램들 말입니다. 좀 거슬러 올라가면 '무한도전'도 있고, '하이킥'시리즈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어떤 게 기억나세요? 여기서, 여러분이 아셔야 할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MBC는 '공영방송'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KBS와는 달리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달리 말하면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회사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회사가 좋은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계속 적자에 허덕이게 된다면 MBC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MBC는 예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겠지만, 지상파 방송만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입니다. 케이블 채널도 많고, OTT나 소셜미디어로 콘텐츠를 즐기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20%, 30%가 넘고 잘 되면 50%도 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방송 광고로 버는 돈 만으로도 드라마의 제작 예산을 충당하고 남았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광고가 잘 붙고, 그래서 다음에는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그런 구조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가 상륙한 뒤로 조건이 급격히 더 나빠졌습니다. 광고로 벌 수 있는 돈이 적어져 쓸 돈이 충분치 않은데, 배우들의 출연료를 포함해 드라마 제작비는 갑자기 치솟았습니다. 방송사의 연출 PD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드라마를 만들어도 이익을 보기는커녕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방송사만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 드라마 제작사도 줄줄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영화판도 붕괴 직전입니다.
"그럼 지상파는 드라마 안 하면 되지."라고 말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첫 번째,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만 그런 게 아니라 드라마 또한 우리 공동체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드라마는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가 사람들 가운데 다시 회자되면서 우리 사회의 공통적인 가치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드라마 역시 우리 사회에서 '공론의 장'으로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인공지능도 '소버린 AI'가 필요하듯 어떤 사회든 그 사회의 공통의 가치를 담은 드라마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거대 스튜디오 중심, 자본 중심으로 가는 방향은 정답일 수 없습니다. 이미 그 방향으로 달렸던 여러 스튜디오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스크린 쿼터 등 숫한 위기를 넘기고도 생존했던 한국의 콘텐츠 제작 기반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한계상황에 부딪친 것 같습니다.
세 번째, 방송사 내부 논리로 보더라도 드라마는 필요합니다. 그동안 축적된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성공한 드라마가 나와줘야 채널의 다른 콘텐츠들이 같이 살아납니다. 예능 콘텐츠는 단기적인 파괴력이 크지만 드라마 콘텐츠는 장기적이고, 시청자들에게 채널에 대한 인상을 새기는데 매우 유리합니다. 우리가 캠핑을 가서 텐트를 칠 때 '폴대'를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따라서 사장 후보자는 MBC 드라마를 어떻게 다시 살려낼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신속히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드라마 한 편이 기획되고 집필되고 캐스팅과 프로덕션까지 마무리되려면 보통 3년에서 5년까지 걸립니다. 복안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임기 3년 안에 씨 뿌리는 것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MBC는 '드라마 왕국'이란 이름으로 불린 적이 있습니다. 명배우, 명감독, 명작가를 키워낸 산실이었습니다. 그냥 순진하게 '드라마 왕국을 재건하자'라고 외치면 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달라진 매체 환경을 일개 방송사가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환경에 맞게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실행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시청자들이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MBC 드라마를 보더라도 함께 기뻐하고 눈물 흘리고 감동할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 공동체의 이야기에 MBC가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MBC 사장의 임기는 불과 3년입니다. 바로 실행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와 함께 이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복안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헛구호에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시민 평가단이 분명히 평가해주셔야 합니다.
AI
어떤 흐름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우리가 덜 체감하고 있지만 AI로 인한 산업 전반의 파장은 아마 증기기관의 도입, 그로 인한 산업혁명에 견줄만한 파장을 일으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처럼 말하고 쓰고, 그림을 그리는 생성형 AI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AI가 곧 '지치지 않는' 로봇과 결합되고 산업 현장에 투입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AI발 산업혁명'이라고 이름 붙여보겠습니다.
제가 2024년 4월 iMBC에 온 뒤로 AI 동향을 주시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변화의 흐름이 너무 빠릅니다. 특히 'AI발 산업혁명'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콘텐츠 제작 분야입니다. 아마 챗 GPT를 이용해 지브리 스튜디오 풍 '프사'를 만들어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건 아무것도 아니고 생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그림, 사진, 동영상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전문 직종에 속한 분이 아니라도 아마 photoshop이라는 그래픽 툴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굉장히 오랫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체할 수 없는 필수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때문에 굴지의 필름회사 코닥이 사라졌던 것처럼 아마 포토샵도 사라지게 될지 모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포토샵 대신에 피그마라는 툴을 씁니다.
그런데 변화는 아마 이런 분야들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2025년 상반기에 미국 정부는 각 학교와 연구소, 기업 등 AI를 다루는 각계각층에 AI로 인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그리고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그 보고서 중에 공개된 것들이 있는데 하나만 읽어봐도 소름이 돋습니다. SF소설도 아니고, 농담으로 써놓은 것도 아닌데 보고서에 나온 변화의 폭과 양상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과 MBC 사장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우, 관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 MBC 또한 AI발 산업혁명에 영향을 받는 산업군에 속합니다.
두 번째,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이 빠른 변화의 시기에 공중에 신속하고도 올바른 정보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 MBC의 사장이 되려는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가 AI 회사와 거액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AI는 계속 훈련을 하고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말과 글, 영상은 큰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MBC 사장은 MBC가 오랫동안 축적해 왔고, 지금도 축적되고 있는 이 자산을 지키고 더 큰 가치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 MBC는 시작했지만 더 발전시킬 분야가 많습니다.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 흐름 모두 기본적으로 관심 - 좋아요와 구독을 받아야 돈이 벌리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과장, 왜곡되거나 아예 가짜뉴스이거나 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콘텐츠 생산에 AI가 쉽게 접목되면서 사진이나 영상의 진실성 여부를 눈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다른 의제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AI와 관련한 의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AI발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즉 눈요기로, 재미로 다룰 의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한 '초지능'이라고까지 불리는 AI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과학'의 시대, 패러다임 쉬프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이 빠를 것입니다. 우주과학, 생물학, 분자물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이 이뤄질 것입니다.
지금 언론이 이 영역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고 있어서 우리 사회 전반에는 AI에 관한 인식적인 지체 현상이 매우 심각합니다.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데 대비할 채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시민들이나 정부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책임 있는 언론이 해야 합니다. 공영방송 MBC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최근 '나노 바나나'라는 구글의 새로운 AI 제품이 공개되면서 영상 관련 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대체 이게 뭔지, 그리고 이걸 어떻게 써볼 수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MBC 사장이라면 알아야 합니다. 알아야만 앞으로 영상 제작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그것도 얼마나 빨리 바뀌게 될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현상 하나가 있습니다. 요즘 뜨는 기업들 CEO의 공통점 말입니다. 모두 기술자들입니다. MBC 사장으로 기술자를 뽑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만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사장은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인데, 디테일을 알지 못하면 엉뚱한 결정이 나오게 됩니다.
지역 MBC
지역의 인구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그 속도만큼 지역 MBC도 기울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단지 지역 MBC를 포기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역사 구성원들을 살려내는 차원이 아니라,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지역사회에 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MBC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역사회가 사랑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동체의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회사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계획들이 입안되고 검토되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시민 평가단께서는 이 부분에 대한 후보자의 구체적인 생각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할 겁니다.
MBC 미디어 그룹은 거대한 선단입니다. 조금 전 말씀드린 지역 사들도 있고, MBC+나 MBC C&I 같은 계열사들도 있습니다. iMBC라는 코스닥 등록회사도 있습니다. 선단이라고 하면 그 중심에 항공모함이 있지만 항공모함 말고도 호위함, 구축함 등 여러 배들이 있고 각각의 다른 임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성과 역할은 시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MBC의 자회사들도 그런 변화를 거쳐서 조금씩 변했습니다. MBC C&I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과거에 별개로 존속했던 여러 회사들이 합병되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MBC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 큰 변화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따라서 새로운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선단의 배들을 정비하고, 새로운 임무와 역할을 신속하게 부여해야 합니다.
MBC 사장 후보자는 각 계열사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요소에 비춰, 최적화의 방안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위에 제가 열거한 네 가지 의제 가운데 어느 하나 쉬운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MBC의 사장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네 가지 모두에 완벽한 답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걸 3년 임기중에 모두 실현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답을 갖고 있지 않다면 새 사장의 3년은 표류할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정말 어렵게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사장후보국민 추천 위원회'라는 제도의 의미 또한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