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송제도ㆍ규제체계 개편방안' 토론회 (2019.11.28)
지난 11월 2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 및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개편 방안'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같은 이름의 토론회 발제문인 이 자료는 달라진 미디어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모바일과의 대비를 통해 방송재원(광고)의 성장 한계에 이르렀고 방송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신규 투자 유인도 부재하다는 것.
이 자료는 2019년 상반기 KBS와 MBC, SBS의 적자가 각각 655억, 445억, 257억 원에 달한다고 적시한다. 또한 SBS와 네이버의 시장가치를 비교하면서 네이버는 2조 인 반면 SBS의 시장가치는 0.4조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방송사의 인력 유출 현황을 기록하면서 방송콘텐츠의 제작 기반이 약화되고 있으며, 저널리즘 차원에서도 방송사의 위상은 하락하는 반면 포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 방송사업자들의 미래 포지셔닝이 불투명하다", 쉽게 말해 미래가 안 보인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을 두고, △ 스마트폰이 TV를 제치고 '필수매체'로 포지셔닝되고 있으며 △ 이것이 사용자들의 시청행태를 '채널단위의 시청'이 아니라 '프로그램 단위 소비'로 전환시키며 △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미디어, 유료방송 등의 영향으로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 방송의 '공적 포지셔닝'은 1인 방송 등 시청자(이용자)의 능동성이 강화되면서 위협받고 있다는 등 4가지로 분석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을 두고 공영방송 KBS와 1인 미디어 '알릴레오' 사이에 벌어진 논란은 모바일 퍼스트 시대, 콘텐츠 단위의 소비, 유튜브 쏠림현상, 유튜브도 언론으로 받아들이는 방송의 '공적 포지셔닝 붕괴' 현상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논의를 전개한 후에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장은 현행 통합방송법(2000년)으로는 글로벌 융합 환경에 대응하기 곤란하다면서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다.
법이 '기술종속적 칸막이식 사업 분류 체계'를 근간으로 하다 보니 그 구분으로는 분류할 수 없는 '경계영역 서비스'가 자꾸 등장하면서 규범체계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문제를 보자면 넷플릭스 같은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등장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소 복잡한 그림이지만 자료 9페이지에 나오는 아래 그림은 현재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독자, 시청자(사용자)들이 어떤 달라진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즉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 등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서 보고, 신문사 방송사의 편집국이라는 조직의 생산물이 아니라 1인 블로거의 글을 소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종원 실장은 이런 사정으로 △ 공영방송의 권리와 의무 사이에 존재하던 '교차보조'가 2007년 방통융합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 2017년 이후 '인터넷 융합시대'에 이르러 콘텐츠와 플랫폼 모두에서 해외 글로벌 사업자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지만, 방송은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유인'이 별로 없는 상황에 이르러 재도개선의 범위와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종원 실장은 제도 개선의 범위와 방향과 관련해 두 가지 큰 틀을 제시했다. 우선 △ 경계영역 서비스(OTT) 확산에 따른 중장기 방송통신 규제체계를 수립하고 △ 인터넷 융합 환경에 부합할 수 있도록 기존의 방송규제체계를 재구조화하겠다는 것이다.
방송규제체계와 관련해 이 실장 발표의 핵심은 그동안 애매한 영역에 놓여있던 '공영방송'이라는 규정을 '공적 영역'과 '민간영역'으로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공적 책무를 부여하면서 독점사업권을 주는' 교차보조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는 만큼 이를 폐지하고 "우리 사회가 방송에 부여한 책무와 역할을 고려해 규제체계를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으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 공적 영역에서는 민간영역에서 제공할 수 없는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 민간영역에 속한 방송사업자에게는 책임과 의무를 최소화해줘서 '상대적 자율성, 효율성, 혁신기반'을 조성하자는 얘기다.
방통위의 자료는 크게 3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방송규제체제와 관련된 내용은 마지막 파트에서 다시 이어진다. 역시 이종원 실장이 발표자다.
그는 현행 방송법 제5조, 6조를 언급하면서 '가치 목록적 규정'이며, 공공성 실현과 관련해 귀속성이 없다고 평가한다. 또 방송법상 공영방송(KBS, EBS, MBC)의 공적 책무 역시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이사회, 사장)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비판 위에서 이 실장은 '공영방송'과 '공공서비스 방송'을 분리하자고 제안한다. 그가 제안한 '공영방송'은 공익목적의 지속 실현을 위한 인적, 물적 시설물로 독일법상의 영조물(Anstalten des offentichen Rechts), 공기업 혹은 공사(public corporation)다. 쉽게 설명해 영국의 BBC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 실장의 안은 △ KBS와 EBS에 공영방송(영조물로써의 법적 실체) 지위를 부여하고 공적 책무를 부과하며 △ 정치적 중립을 위해 (가칭) 국민추천 이사제 및 특별다수제를 도입하고 (참고로 현행 방송법 아래서 KBS와 MBC의 이사는 정부 여당 추천 이사가 다수를 점유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 공영방송에 부과된 특별한 책무, 권한 수행을 위한 정부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
반면, MBC의 경우 '공영방송'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지 말고 공공(공적) 서비스 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ing)으로 분류하자고 제안한다. 새로운 면허체계이다. 이 실장은 이 개념이 영국 PSB, 채널 3, 민영방송 채널 5 등과 유사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PSB의 경우 ①법률로 공적 책무를 규정하고 ②방송사가 '공적 서비스 방송'임을 선언함으로 신청을 하고 ③ 거버넌스와 설명 책임을 부과하되 ④이렇게 '공적 서비스 방송'임을 선언한 대가로 '공적 재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자료는 PSB에 대가로 주어지는 '공적 재원'에 대한 언급도 담고 있지만 자세하지는 않았다. 다만 △ 공민영 체계 개편에 기반한 TV수신료, 기금 등 관련 재원을 개선하고, △ 그 대신 공적 재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OTT 등 사후유통시장에 내놓아 수익을 얻는 것은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정도의 언급만 나와있다.
방통위가 내놓은 자료는 지금 방송이 처한 환경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다. 동시에 세상이 이처럼 빨리, 그리고 큰 폭으로 변하고 있는데 '라이선스 산업'인 방송이 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위한 법 하나를 통과 못 시키는 우리 국회가 어쩌면 '상당 수준의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통과시키는데 과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
이 보고서는 간단히 요약하자면 "방송사가 궤멸할 것 같으니 공적 지원을 해줘서라도 살릴 공영방송과 그렇지 않은 방송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위기는 착착 심화될 것이고, 제도적 변화는 어떤 방향이건 그리 빨리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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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 ‘수신료 안 받는 공영방송’ MBC, 선택 순간이 왔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896
MBC | 방통위, 미래지향적 방송 제도·규제 개편 논의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1700/article/5626986_24656.html?menuid=nw1700
방송통신위원회 | 중장기 방송제도개선 및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개편방안 관련 대국민 의견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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