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viewsdo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이은의 리뷰닷 Dec 14. 2019

미리 보는 4년 만의 개편,
그래서 달라진 게 뭐지?

[분석] MBC 뉴스 웹, 앱 12월 21일 전면 개편 

그동안 MBC 뉴스는 달라진 매체 환경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영역에서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SBS에서 스브스뉴스가 탄생하던 2015년, 사실은 그 이전부터 콘텐츠 유통 통로로써의 '모바일'이 부상하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디지털 영역에서 MBC의 각종 지표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SBS가 선도적으로 치고 나갔던 페이스북의 경우 MBC는 여전히 팔로워가 22만에 머물러 각각 100만, 60만이 넘는 SBS, KBS와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다. 반면 유튜브의 경우 47만으로 SBS(66만), KBS(55만)을 바짝 따라가고 있고 네이버 구독자의 경우 방송 3사의 차이가 크지 않을 정도로 따라잡았다(SBS 268만, KBS 246만, MBC 244만).  


다른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네이버와 다음은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2020년부터 언론사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포털로 유통되는 양상이 급격하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네이버가 '기존 수익을 보장하겠다'라고 밝힌 3년 안에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결국 각 언론사들은 한편으로는 포털의 정책 변화에 맞춰 대응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사의 홈페이지로 독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MBC가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12.21 오픈 예정) 한 것도 이런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너무 낙후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긴 하지만 말이다.  


개편된 MBC 뉴스 홈페이지의 특징은 첫 번째 콘텐츠 큐레이션 및 추천 기능 강화, 두 번째 사용자와의 접점 확대, 세 번째 뉴스 앱의 차별화된 접근 등 3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이번 개편은 PC 홈페이지, 모바일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지만 모바일 웹과 앱 두 가지를 중심에 두고 분석하려고 한다.  


본 리뷰는 테스트 사이트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개편되는 내용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큐레이션ㆍ추천 기능 강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추천 기능의 강화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이 정치적 압력을 의식해 이른바 '메인'을 없애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 반대로 개별 언론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큐레이션을 강화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다.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오는 사람은 적어도 '파편화된, 신뢰도를 얼마나 둬야 할지 모르는 개별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개편된 MBC 뉴스 페이지는 3단 편집을 2단 편집으로 변경하면서 한 화면에 노출하는 기사량을 기존 PC 웹페이지를 기준으로 6개에서 14개로 확대했다. 이처럼 이번 개편에서는 홈페이지를 찾아온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기사를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AI PICK' 등 알고리즘 이용한 추천 도입 


AI Pick은 홈페이지로 찾아오는 사용자가 가장 관심 있어할 만한 콘텐츠를 알고리즘을 이용해 제시한다. 이 알고리즘은 접근한 경로 및 과거 사용자가 소비한 콘텐츠 유형 등의 몇 가지 변수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당신이 관심 가질 뉴스 역시 알고리즘을 통해 제시되는 콘텐츠 목록으로 사용자의 과거 방문 시 뉴스 소비 유형을 분석해 12개의 기사를 자동으로 추출해 보여준다. 



이 두 가지의 추천 방식에 대단한 인공지능이 동원됐을 것 같지는 않지만 'AI'또는 '알고리즘'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기본적으로 패턴을 읽어 기록하고 그 값을 근거로 결과를 내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때, 사실 얼마나 고급 기술이 쓰였는지를 판별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오른쪽 가장 마지막에 보이는 '추천 뉴스'는 데이블이라는 전문 업체의 기술을 빌린 것인 반면 'AI Pick'과 '당신이 관심 가질 뉴스'는 그런 표시가 없다. 단 한 걸음이라도 자체 기술을 발전시켜 보겠다는 MBC의 의지다.    



'많이 본 기사'에 대한 입체적 접근 


이번 개편에서 또 눈에 띄는 부분은 '많이 본 기사' 블록이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상단에는 MBC, 포털, SNS, 유튜브 등의 탭을 구분해서 보여주고 있다. 즉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사와 포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사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사용자들이 각각의 탭을 눌러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용자의 관심을 유도해 더 많은 기사를 읽어주길 바라는 접근이다.  



역시 기존의 MBC 뉴스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기능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MBC의 기사가 포털이나 SNS,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통계를 내야 한다. 즉 자체 '통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홈페이지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 안 되지만 이번 개편 작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연결점을 많이, 더 많이 


MBC는 100% 광고 및 콘텐츠 판매수익으로 유지되는 회사지만 이번 개편에서도 '팝업 광고'나 '플로팅 광고' 등 사용자의 이용환경을 나쁘게 하는 요소는 완전히 배제했다. 이렇게 광고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MBC는 홈페이지 공간 곳곳에 사용자들에게 뉴스 콘텐츠를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배치하고 있다. 물론 관련성이 높은 콘텐츠를 제시함으로써 '맥락 있는 소비'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기획이다.  



개편된 페이지는 우선 동영상이 있는 뉴스 콘텐츠의 경우 알고리즘에 따라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바로 아래 제시한다(사진 왼쪽).  기사 하단에는 기사 본문과 관련된 키워드가 링크 형태로 제시되며(사진 중앙), 다시 핵심 키워드로 추려낸 과거의 관련 콘텐츠가 관련 뉴스로 제시된다(사진 오른쪽).



홈페이지 등에서 소비되고 있는 기사들 가운데 어떤 키워드로 묶이는 기사가 많은지 앞서 언급한 '통계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찾아내고 이를 '인기 키워드' 영역으로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용자 연결'의 회복 노력 


로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뉴스 소비는 대부분 포털에서 이뤄지고 있다. 언론사의 뉴스 페이지로 사용자가 직접 찾아오는 비율은 3%에 불과해 전 세계에서 꼴찌를 차지할 정도다.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 해도 언론사로서는 '손님 맞을 준비'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왕 찾아온 손님이 홈페이지 안에서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고 피드백을 남기고 더 나아가 다른 플랫폼으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목표다.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이 이미 그렇게 하는 것처럼 독자(사용자)와의 끊어진 연결을 잇고 구독 모델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선택한 '기사 묶음'을 다른 사람과 손쉽게 공유 


그렇다면 사용자가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고 들어와야 하는데, 그럴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번 MBC 개편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보이는 건 북마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가장 상단의 'MBC뉴스'의 왼쪽 이른바 '햄버거 메뉴'로 불리는 줄 세 개가 나란히 그어진 형태의 메뉴로 들어가 보면 최상단에 북마크로 들어가는 아이콘이 보인다. 일부 언론사들도 자사 홈페이지에 북마크 기능을 이미 갖추고 있지만 MBC는 이번 개편에서 이 북마크의 쓰임을 아주 색다른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 내가 북마크 한 기사를 큐레이션 페이지처럼 손쉽게 볼 수 있는 영역을 만들고  

△ 그 영역의 제목과 소개 글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해  

△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북마크 영역을 그대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 찾아온 다른 독자들은 각각의 사용자가 만든 북마크 페이지에 댓글을 달 수 있다. 


'북마크'가 일종의 사용자(독자) 고유의 큐레이션 뉴스를 보여주는 '미니 블로그'가 되는 동시에 MBC 뉴스 홈페이지에 찾아오는 독자들의 '소통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자는 기획이다. 이 기능은 쓰기에 따라서는 'ㅇㅇㅇ기자의 뉴스 큐레이션'이나 '정치 에디터의 뉴스 큐레이션' 등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뉴스 등의 프로그램이 라이브로 나갈 때 그 화면을 보면서 댓글을 달 수 있는 'Live 댓글' 기능도 추가됐다. SBS가 지난번 개편에서 채용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또 기사 상세 페이지의 최상단 기자 이름을 클릭할 경우, 기자 소개와 함께 해당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모아볼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된다. 이건 KBS나 SBS가 이미 오래전 도입한 방식인데 MBC도 '기자 구독'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네이버나 다음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구현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뉴스 앱의 차별화된 접근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직접 찾아오는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이러한 경향성 때문에 각 언론사마다 뉴스 앱을 따로 만들기는 하지만 모바일 앱에 '껍데기를 씌우는'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즉 뉴스 앱에서 차별화된 기능을 보여주기보다는 충성 고객에게 편리한 접근 경로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타임스 등 해외에서 디지털 혁신에 성공한 언론사들은 어떻게 앱을 통해 차별적인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앱을 내려받고 사용하는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것인지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경우 아예 '크로스워드' 앱을 만들어 구독자 확대와 매출 증가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선택 가능한 메인 화면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MBC 뉴스 앱'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사용자(독자)의 선택에 따라 차별화된 화면 구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모바일 웹 화면과 동일한 '종합 뉴스'와 '큐레이션 뉴스'를 고를 수 있다. 큐레이션 뉴스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트위터 등의 '피드 소비'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하단에 머물다가 페이지가 스크롤되면 화면 아래에 띄운 메뉴(플로팅 메뉴)로 항시 노출되는 버튼은 4개다. 그만큼 이번 앱 개편에서 강조하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설정 버튼'의 쓰임에 대해서는 위에서 설명했고 그 바로 옆에는 종 모양의 아이콘, '알림' 메뉴가 배치되어 있다. 



알림, 푸시(Push) 기능의 재발견  


지금까지 알림, '강제로 밀어 넣는다'는 의미로 'Push'라고도 부르는 이 기능은 대개 언론사들이 한 줄 속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서 MBC는 (모바일 웹 동시 적용) 이 기능을 확장하는 것을 시도한다. 


현재 구독 모델에 성공한 언론사들의 공통점은 사용자의 이메일을 매개로 언론사에서 골라 뽑은 콘텐츠 묶음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이 뉴스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뉴닉(NEWNEEK)' 같은 매체들이 이메일을 통해 독자와의 연결점을 찾고 있으며, 2020년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인 카카오(다음)의 경우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아예 '@kakao.com'이라는 메일 서비스를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기존 언론사에서 이메일을 통한 독자와의 연결을 구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다. 최종적인 대안이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MBC는 알림 기능을 통해 이 문제를 우회하려고 한다. 즉 위 사진(3개 중 가장 오른쪽)에서 보는 것처럼 알림을 통해 한 줄 속보뿐만 아니라 '링크가 있는 기사 묶음'을 전달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맞춰 발송되는 '눈 브리프', 퇴근시간에 맞춰 '뉴스 큐레이션 오늘' 등의 묶음 기사 발송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일주일 동안 생산된 주요 기사를 묶어 주말에 독자들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 실험 의지


위 가운데 사진을 보면 개편된 앱에서는 화면이 좌, 우 스와이프(swipe)를 통해 조작될 수 있도록 단순화되어 있어서 페이지 형식이 이질적이라도 쉽게 추가 메뉴로 이식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왼쪽에 있는 사진을 통해 앞으로 MBC가 미니 블로그형 콘텐츠를 (네이버 포스트, 다음 1boon 등으로 유통되는) 앱을 통해 유통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음이 확인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 MBC뉴스 페이지가 '추천 기능'이나 '사용자의 연결'을 고려하지 않는 매우 정적인 페이지였다면, 개편된 페이지는 초보적이지만 사용자에 반응하고 콘텐츠를 추천하는 동적인 페이지로 평가할 수 있다. 지금 소개된 대부분의 것은 기존 홈페이지에 없던 기능이다.        


물론, UI(User Interface), 백그라운드의 알고리즘 자체가 성공 여부를 가르는 플랫폼과는 달리 뉴스 웹과 앱의 역할과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본은 역시 뉴스 콘텐츠 자체의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사인 KBS나 SBS가 거의 한 해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해왔던 홈페이지를 개편을 MBC는 지난 4년 동안 단 한차례도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번 개편으로 얼마나 많은 독자로부터 호응을 얻게 될지 궁금해진다.   


MBC 뉴스의 새로운 홈페이지는 12월 21일(토)에 공개될 예정이다.  


** 본 리뷰는 테스트 사이트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개편되는 내용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MBC #홈페이지 #개편 #알고리즘 #추천 #AI_Pick #기자_페이지 #독자_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급변하는 환경...법을 바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