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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Aug 03. 2019

SBS가 모바일 홈을 개편했다

핵심 키워드는 'Live'와 '연결'이다

SBS가 지난주 모바일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혹자는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 기사가 소비되는 '한국적 상황'에서 '왜 돈과 시간을 들여 홈페이지를 개편할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독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로 직접 찾아오는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는 중요하다. 포털을 통한 소비는 독자와의 접점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또 지금과 같은 포털 전성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언론사의 홈페이지, 특히 모바일 홈페이지는 언론사가 독자와 연결점을 만들기 위한, 즉 독자가 무엇을 읽는지 측정하고 반응하기 위한 소중한 접점이다.


미디어랩 나스미디어가 국내 PC,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의 서비스 행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60%가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대의 경우에는 10명 중 7명(69.6%)이 유튜브를 검색 채널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ttps://www.zdnet.co.kr/view/?no=20190528183146 


따라서 언론사가 모바일 홈페이지를 개편한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언론사의 '콘텐츠 전략'을 살펴보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첫 페이지

처음으로 페이지를 열었을 때 보이는 화면이다. 원래 SBS는 푸른색을 즐겨 사용했었는데, 이번 개편에서 바탕을 흰색으로 단순화했다.


가장 왼쪽에 이른바 '햄버거 메뉴'로 불리는 메뉴 보기 버튼, 오른쪽에 제보 버튼을 배치한 뒤 나머지는 모두 없앴다.


그 아래에는 8뉴스,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 취재파일 등 4개의 메뉴를 배치했다. 그리고 머릿기사가 등장하기 전, SBS24의 편성표를 보여준다.


머리기사가 나오기 전 가장 먼저 독자들이 보게 되는 상단에 무엇이 놓였는지는 SBS가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즉 BS뉴스의 핵심 콘텐츠는 8뉴스,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 취재파일이다. 그와 더불어 유튜브 같은 소셜 채널, 포털 네이버 등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 '24시간 라이브'에 독자들을 유입시키겠다는 SBS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머리기사 묶음은 큰 사진과 함께 들어가는 'Top Story', 섬네일과 함께 나오는 두 개의 기사, 마지막으로 섬네일 없이 나오는 두 개의 리스트 등 총 5개의 기사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기사 묶음 아래에는 배너가 나온다. 이벤트 배너인데 SBS는 모바일 페이지 개편을 맞아 경품을 걸고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두 가지의 개편 의도를 노출시키고 있는데 (1) 라이브 (2) 내 스크랩에 저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 스크랩에 저장'은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것일까? 페이지를 스크롤다운하게 되면 원래 보이던 상단 메뉴와는 다른 상단 메뉴가 레이어로 위에 등장하게 된다. 아까 최상단 메뉴는 '햄버거 메뉴'와 '제보 버튼'외에는 없었는데, 레이어로 노출되는 상단 메뉴에는 '햄버거 메뉴', 'LIVE', '8뉴스', '스크랩', '검색' 등 4가지 메뉴가 등장한다.

 


이런 방식은 KBS의 모바일 뉴스 페이지에서도 등장하는데, 너무 좁아서 UI 디자인을 달리하기가 어려운 모바일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공통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도 SBS 페이지가 추구하는 방향이 강조되고 있다. 'LIVE'에 독자들을 더 많이 노출시키고, 새로 도입한 '스크랩'기능이다.


햄버거 메뉴

상단의 '햄버거 메뉴'를 누르면 나타나는 화면이다. 위에 홈으로 가기와 '스크랩'아이콘을 배치해두고 로그인을 유도한다.


메뉴는 다시 보기 아래에 뉴스 카테고리를 두었는데 이는 독자들이 그동안 홈페이지에서 어떤 기능을 가장 많이 활용하였는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배치인 것으로 보인다. 즉 SBS는 포털을 통한 개별 소비가 아니라 SBS 뉴스 앱이나 즐겨찾기를 통해 직접 SBS로 찾아온 독자들이 어떤 소비행태를 보였는지를 참조해서 이러한 메뉴체계를 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이 '햄버거 버튼'을 눌렀을 때 나오는 메뉴 페이지가 한 페이지에서 끝나지 않고 상당히 길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페이지 설계에 있어서 시각적인 요소 - 심플한 페이지? - 가 중요하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설계의 이념과 목표이다.  


'TV 뉴스 프로그램', '뉴스 카테고리', '디지털 오리지널', '프로젝트' 순으로 이어지고 맨 마지막에는 SBS 뉴스 앱, SBS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까지 들어있다.


이러한 메뉴 구성은 '직접 홈페이지를 찾아와 햄버거 버튼을 누르고 세부 내용을 찾아가려는 의도를 가진 독자의 경우, 찾고자 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페이지 길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 언론사 앱이나 홈페이지로 직접 찾아서 오는 독자의 경우, 한 번 방문해서 머무는 시간과 찾아보는 기사의 수가 더 많다. 어쩌다 개별 기사의 링크를 따라 들어오는 독자가 그 기사만 보고 빠져나가는 것과는 다른 행태를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검색창이 최상단,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배치되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모바일 페이지의 특성상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SBS 뉴스 홈페이지에 있는 여러 가지 콘텐츠들을 일목요연하게 찾아가게 할 방법이 따로 없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SBS는 이번 개편에서 '연결'을 매우 중요한 포인트로 삼은 것 같다. 다시 다루겠지만 '스크랩'기능도 거기에 해당된다. 제보 화면으로 들어가 보면 SBS의 의지가 드러난다. 제보를 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유치하리만큼 강조하고 있다. '000님 제보 승인, 문화상품권 발송 예정입니다.' 같은 문구가 들어간 건 놀랍기까지 하다.  

 


라이브


그럼 다시 홈으로 돌아가자. '머리기사 묶음' 위에 배치된 '라이브 편성표'를 눌러보면 다음과 같은 구성의 페이지가 나온다.


첫 번째, SBS는 LIVE 화면을 유튜브로 설정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유튜브를 중심에 두는 전략을 택했다는 뜻이다. 같은 콘텐츠라도 보여주는 방법에 따라서 SBS의 자체 라이브, 포털의 라이브, 유튜브 등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수 있는데, 유튜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두 번째, SBS는 이 페이지에 댓글 기능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동영상을 보면서 댓글을 달도록 하는 것은 아까도 말했던 '독자와의 접점을 더 많이 만드는' 연결의 측면과 동시에, 물리적으로도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이런 화면 구성이라면 플랫폼은 유튜브를 이용하지만, 유튜브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고 SBS의 페이지에서 댓글을 다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가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만큼 SBS 뉴스 사이트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뜻이다.


동시에 뉴스에 대해 '반응'하고 싶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실제로 토요일 오후 살펴보니 '비스킷-뉴스를 점령하라(재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 등으로 로그인한 사용자가 라이브에 591개의 댓글을 달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프로그램 중간에 독자들의 댓글을 읽어주는 등의 '애프터서비스'를 하고 있다.  출연자는 "여러분이 댓글을 통해 화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희는 기꺼이 욕받이가 되어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이 댓글 기능과 관련해서는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 욕설이나 일방적 비방, 도배 같은 행위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유튜브가 아니라 홈페이지에 남는 것이라면 신경이 더 쓰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욕설 등 특정 키워드 입력, 같은 문구를 여러 번 입력하는 등의 행위를 차단하는 봇(bot)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동영상이 나오는 부분 위에는 'Play 뉴스 라이프', 'SBS24' 등이 표시되어있는 배너가 놓여있다. 이 배너를 클릭해보면 라이브로 편성되는 콘텐츠들을 따로따로 직접 VOD로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물론 '지금 뜨는 영상' 등 페이지 내에서 큐레이션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그 아래에는 '재재특급','ㅅㅅㅅ' 등 프로그램 별로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즉 라이브뿐만 아니라 개별 콘텐츠로도 항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스크랩


SBS는 왜 '스크랩' 기능을 만들게 되었을까? 아까도 언급했던 것처럼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포인트는 '독자와의 연결지점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 기능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사실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먼저, 종이로 만들어진 노트나 메모장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요즈음에도 사람들의 '기록 욕구'는 여전히 살아있다. 대신 언제나 현대인들은 자신이 항상 들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기록을 남긴다.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왜 쓰는지 잘 생각해보면 '기록해두고 저장해 두고 싶은 욕구'도 상당히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엔가 무엇을 저장해 두게 되면, 그 갈무리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찾아가야 한다. 따라서 '스크랩'은 모바일 뉴스 페이지로 직접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이 서비스는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다. ( '자신감이 필요한 서비스'라는 말은 이런 이유 때문에 한 것이다.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아무도 쓰지 않는다면 대내적으로 대외적으로 기획자는 곤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 즉, '스크랩' 서비스를 내놓은 건 SBS가 독자들에게, '가능하면 로그인 해 주시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로그인을 해달라고 보챌까?     


아까부터 나는 독자와의 연결을 만들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계적으로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도 골몰하는 문제다.



독자와의 연결을 만든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독자가 누구인지 알고, 그 독자가 어떤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는지 안다는 뜻이다. 그래야 그 독자에게 더 도움이 될, 더 좋아할 기사를 줄 수(반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독자들이 로그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SBS 뉴스 홈 회원가입 화면


로그인을 하면 그 독자의 연령대, 성별 등 독자 정보를 조금이나마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동시에 이메일 주소를 확보해 미래의 서비스를 구상할 수 있게 된다. 로그인 독자의 경우 자신의 정보를 언론사에 밝힌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막말 댓글' 보다는 '수준 높은 토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독자이다. 게다가 동의만 해준다면 덤으로 '독자의 현재 위치' 같은 정보 또한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위치를 알면 더 디테일한 맞춤형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게 된다.  


취재파일


맨 처음 우리가 살펴보았던 바와 같이 SBS는 '취재파일'이라는 롱폼 콘텐츠를 8뉴스와 함께 전면 최상단에 배치할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이것은 크게 보면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취재파일이라는 롱폼 콘텐츠를 쓰기 위해서는 취재량이 많아야 한다. 즉 '취재파일'은 많은 취재를 바탕으로 한 정보가 많은 고급 콘텐츠이다.


두 번째, 이처럼 정보가 많은 고급 콘텐츠이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로 변형시키는 것이 용이하다. 이 콘텐츠를 쓴 기자는 취재량이 많기 때문에 갑자기 불러내 카메라 앞에 세워도 할 얘기가 많다. SBS의 예를 들자면, 'THE JOURNALIST' 같은 콘텐츠를 만들기가 쉬워진다는 뜻이다. 또 그 기자가 바쁘다면 이 취재파일을 읽어서 오디오 콘텐츠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거기에 영상을 더하면 다큐 같은 콘텐츠로 제작될 수 있다.


세 번째, 사실 방송 기자가 이런 긴 콘텐츠를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동기부여다. SBS 내부에서 이 '취재파일'을 작성하면 별도의 원고료를 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바일 페이지 배치를 통해 나타나는 사실은 SBS 보도본부가 조직 차원에서 '취재파일'을 8뉴스 만큼이나 매우 높은 우선순위로 대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순위를 매기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SBS 페이지 개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 '간략히'라고 말하는 것은 SBS가 기사 상세 페이지에 어떻게 광고를 배치하고, 어떤 추천 시스템을 사용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번 개편에서 SBS는 그동안 구축해온 콘텐츠의 라인업(텍스트, 비디오, 라이브, 오디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더 나아가 독자와의 접점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SBS #모바일 #홈페이지 #개편 #뉴미디어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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