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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l 29. 2016

피렌체 대성당 - 화려함을 완성시키는 세 가지 색

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13 피렌체 대성당

내가 피렌체에서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한 곳은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과 '두오모', '우피치 미술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켈란젤로 광장' 등 총 5곳 이었다. 직접 가서 보니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광경은 역시 두오모, 피렌체 대성당이었다.


이태리의 어떤 건축물도 피렌체 대성당의 외형과 유사하지 않다. 피렌체 대성당의 외형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이 웅장한 건축물의 색깔이다.


피렌체 대성당 (c)Storypop


심심할 틈이 없이 '수직과 수평으로 교대하는 여러 색의 대리석 배열'은 우리 전통 건물의 단청처럼 채색된 듯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채색된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지방에서 가져온 서로 다른 빛깔을 띈 대리석으로 꾸며진 것이었다. 흰색은 카라라(Carrara) 지방에서 초록색은 프라토(Prato) 지방에서 붉은색은 시에나(Siena) 지방에서 왔다고 한다.


흰색은 카라라, 초록색은 프라토, 붉은색은 시에나에서 온 것이다 


'드론을 날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서 바라보는 시점에서는 대 성당의 전체적인 모습을 온전하게 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외경을 감상하고 우리는 내부로 들어갔다. 


피렌체 대성당의 정면 (c)Storypop


성당의 내부는 외부의 화려한 모습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텅 비어있는듯한 공간의 특성은 종교적 엄격함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피렌체 대성당의 내부 (c)Storypop
(c)Storypop

당초 계획은 성당 내부를 구경한 뒤 지오토의 종탑으로 올라가서 피렌체 시내를 내려다볼 계획이었다. 밀라노에서도 두오모에 한 번 오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실 동행인이 짜증을 낼까 두려웠다. 그러나 표를 사려고 보니 지오토의 종탑은 공사중이어서 올라갈 수 없다고 되어있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대성당 좌측 옆구리쯤에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밀라노의 티켓 오피스는 건물 밖에 있었는데, 피렌체의 티켓 오피스는 다 건물 안에 숨어 있다.


(c)Storypop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건물 외부만 볼 수 있는 밀라노 두오모와는 달리, 피렌체 대성당은 계단이 커다란 돔 안쪽에 그려진 그림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회랑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감동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침 서울에서 르네상스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프린치페사>라는 소설책을 읽었는데,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계 최초의 8 각형 돔으로 기록되어 있는 이 피렌체 대성당 돔의 안쪽 그림은 조르조 바사리, 페데리코 추카리의 작품이라고 한다. 바로 눈 앞에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벽화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c)Storypop


회랑을 구경하고 계단을 더 오르면 피렌체의 사방을 다 내려다볼 수 있는 베란다로 이어진다. 중세를 무대로 하는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라는 PC 게임이 있다. 나는 피렌체 전경을 내려다보며, 게임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되었다. 


(c)Storypop

피렌체는 사방으로 경계를 볼 수 있는 아담한 도시다. 우리가 올라가지 못했던 지오토의 종탑이 바로 옆에 내려다보였다.


남산타워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면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한편으로는 어떻게 피렌체의 사람들은 시간 저편의 공간을 이토록 잘 보전하고 있을까 부러워하면서도, 이 과거의 공간에서 삶을 영위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베란다까지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이다. 이런 커다란 구조물을 설계하면서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다 신경 쓰고 염두에 뒀다는 것이 놀라웠다.


(c)Storypop


내려가는 길에 피렌체 대성당을 건설할 당시 쓰였던 기구들을 전시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들러볼 만하다.


(c)Story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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