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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Aug 13. 2016

이태리 렌터카 이용 팁 AtoZ

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19 렌터카 이용 팁 




렌터카 반납을 마치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이랬다. '정말 용기가 가상하다.'  그리고는 스스로 대견해했다. 동행인은 렌터카를 타고 다녔던 기간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편해야 여행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몹시 당연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보람 있는 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물론 운전대를 잡은 내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차를 빌리는 것이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도로를 이용해 목적지에 찾아가는 것, 주차를 하는 것 마지막으로 렌터카를 반납하는 것 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동반했다. 


내가 차를 빌린 곳이나 지나간 경로, 그리고 반납하는 과정까지를 생각해볼 때, 이태리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태리에서 렌터카를 빌려 여행을 할 생각을 한다면 참고 삼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내가 렌터카를 빌리기로 했던 이유는 딱 한 가지.  밀라노나 베니스, 피렌체, 로마 같은 큰 도시들은 열차로 다니기에 아무 불편이 없지만, 시에나(토스카나주)나 오르비에토(움브리아주) 같은 지역을 방문하려면 아무래도 차를 몰고 가야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고 생각했다. 돌아온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특히 열차 여행에서는 보기 힘든 이태리의 지방 풍경을 차장 밖으로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내가 운전을 하는 입장이어서 남긴 사진이 얼마 없다는 점은 아쉽다.  




렌터카 빌리기 


렌터카를 빌린 유로카(Europcar) 대리점은 피렌체 외각에 있었다. 항상 '돌발변수'를 줄이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는 나는 구글 맵으로 찾은 교통편 가운데 버스를 딱 한 번만 타고 가는 코스로 결정했다. 추천 코스에는 버스를 갈아타는 대안도 있었는데 '좀 걷더라도 확실하게 가자'는 취지에서 정한 일이었다. 



피렌체의 버스는 서울의 버스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천장에 안내 시스템이 작동된다. (사진이 상당히 많이 흔들렸는데, 작품성이 중요한 사진은 아니니 이해하시라.) 하지만 버스를 타기 전까지 나는 그런 안내판이 작동하는지 알지 못했고, 두 번째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정류장들을 지나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별도의 대비책이 필요했다. 


이태리 여행에서는 구글 맵을 쓸 일이 많다. 그래서 비교적 저렴한 현지 선불 유심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버스 안에서 구글맵을 켜놓아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을 썼다. 다행히 베니스와는 달리 피렌체 외각의 도로에서는 GPS가 잘 터졌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내가 지도상의 어떤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피렌체의 시내버스 내부 (c) Storypop


이런 이유에서 이태리에서는 현지 유심을 구입해서 마음 편하게 데이터 통신을 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데이터 로밍'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값이 만만치 않다. 나는 가기 전 여행 블로그에서 본 대로 기차역에서 유심을 샀다. 밀라노 센트랄레 역(Milano Centrale)이었는데, 여행 당시에 기록했던 아래 글을 참고하시라. 

 



대형 마트 건너편에 위치한 대리점은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 있었다. 지하 주차장에 사무실이 붙어있는 식이었다. 피렌체가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렌터카 사무실 직원과 의사소통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몇 가지 설명을 하고 차를 내주었다. 




이태리에서 자동 변속기 차량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나는 차를 받기 직전 "혹시 오토로 바꿀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운전면허야 스틱으로 땄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전 일이고, 처음으로 샀던 차부터 오토였으니까 수동식 변속기 차량은 사실상 한 번도 실제 도로에서 몰아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직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불가능하다고 답을 했다. 지금 차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이태리에서는 자동 변속기 차량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우리는 가장 적은 배기량의 차를 예약했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차는 Fiat500이었다. 


Fiat 500 (c)Storypop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전까지, 나는 차들이 별로 많지 않은 그곳에서 운전연습을 했다! 내 기억 속에 어렴풋이 '반 클러치'라는 기법이 있었다. 클러치를 부드럽게 반쯤 뗀 상태에서 액셀을 밟아 차가 덜컥거리지 않고 출발하게 하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론과 실전은 상당히 달랐다. 동행인이 빤히 옆자리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민망하게도 11번이나 시동을 꺼뜨렸다. 불안했다. 그러나 계속 주차장에서 그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주차장을 탈출하기로 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또 한 번 시동이 꺼졌고,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두 번 더 시동을 꺼뜨렸다. 스트레스는 극한 상태로 높아졌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이태리의 고속도로 


너무나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기억이 별로 없지만 어쨌든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저속 상황이 아닌 고속도로에서 수동식 기어 전환은 훨씬 쉬웠다.  엔진이 무리한다 싶은 타이밍에 낮은 단에서 높은 단으로 바꿔주면 된다. 


이태리의 고속도로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 톨게이트로 진입할 때 카드를 뽑고, 목적지의 톨게이트에서 카드를 제시하면 얼마를 낼지 알려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동으로 과금이 이뤄지는 게이트(우리는 'High Pass'라고 부르는데 이태리에서는 'Telepass'라고 부른다.)와 카드로 계산하는 게이트 잔돈을 직접 내는 게이트가 따로 있다. 아래에 나와있는 표지판을 보면 왜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autostrade.it/en/il-pedaggio/pagamento-al-casello


위 그림에서 보면 노란색이 '텔레패스'게이트이다. 파란색으로 되어있는 곳은 크레디트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인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카드를 쓸 수 있다고 되어있다. 


https://www.autostrade.it/en/il-pedaggio/pagamento-al-casello


나는 카드를 쓸 생각은 못했고 잔돈을 준비해서 냈다. 동전을 낼 수 있는 게이트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사람이 있는 게이트이고 다른 하나는 동전을 던져 넣게 되어있는 게이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람 손이 그려져 있는 쪽에 근무자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구글맵은 잘 작동한다


다행스럽게도 이태리 도로에서 구글 맵은 잘 작동했다. 티맵이나 김기사와는 조금 달랐지만 어쨌든 목소리로 안내도 해준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오프라인 맵 어플도 가져갔는데 (다운로드한 오프라인 지도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구글 맵이 여느 내비게이션 못지않게 작동을 하다 보니 '혹시 내가 한국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처음에는 휴대폰을 거치시킬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피사의 한 지역 슈퍼마켓(마트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에서 그럴듯한 녀석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태리의 고속도로 (c)Storypop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태리 고속도로를 다녀보면 차들이 상당히 난폭하게 운전을 하기 때문에 방어운전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도 1차선을 달리다 보면 시속 12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에서도 거리를 10미터도 두지 않고 뒤로 가까이 붙어 위협적인 운전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태리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하지만 그럴 때는 화내지 말고 길을 비켜주는 것이 상책이다. 




이태리의 주차 


밀라노나 로마의 경우, 비교적 넓은 도로가 있는 편이다. 밀라노는 무역의 중심지였고 로마는 '세계의 수도'라고 할 만큼 규모가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차를 타고 이동하며 관광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규모가 훨씬 적은 피렌체의 경우 관광명소들이 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데다, 길들이 좁기 때문에 차를 세울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같은 이유에서 나는 피사로 갈 때, 피사 중심가 쪽으로 차를 몰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은 '판단 착오'였다.  다른 관광객들도 나와 비슷하게 피사 같은 중소도시에 차를 몰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도시 중심으로 진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주차 공간도 큼지막하게 있었다. 



위 그림으로 설명을 하면, 내가 자동차를 세운 곳은 1번이다.  피사로 진입할 때 SS1이라는 도로로 들어가게 되고, 이 도로에서 가장 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운 것이다.   그런데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4번에 아주 커다란 주차장이 있고 그 앞 도로는 꽤나 넓다. 4번 주차장 앞으로 와 본 뒤에야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 2번은 철길 밑으로 지나는 지하도인데 그래피티를 볼 수 있지만 여성 혼자 지나가기엔 부적절한 곳이라고 생각되어 표시해놓았다. 일단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다.  3번은 휴대폰 거치대를 산 슈퍼마켓 Tian Tian Mai 가 있는 곳이다. 동양인이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중국어로 天天买 가 아닌가 싶다. ) 


중소 도시의 경우도 주차에 주의할 점이 있다


오르비에토 같은 경우에는 언덕을 오르고 나면 입구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고, 주차요금 자동 정산기가 서 있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차할지를 생각해서 그만큼의 돈을 투입하면 시간이 찍힌 종이가 프린트되어 나온다. 이 종이를 대시보드 위에 올려놓고 볼일을 보고 오면 되는 시스템이다. ( 나는 당연히 이런 시스템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운전자에게 물어봤다. 다행히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볼일을 보기 전에 먼저 시간을 계산해 주차비를 지불해야 한다.  

 

오르비에토 주차장에 서있는 주차요금 자동 정산기 (c)Storypop


시에나의 경우는 또 다르다. 시에나처럼 이태리 당국이 판단하기에 보존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곳의 경우,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고 진입할 경우엔 그만큼 돈을 많이 내야 한다.  


아래 그림은 시에나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을 표시한 것인데,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자세히 보면 성벽이 있다. 이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자동차는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호텔이 만약 이 성벽 안에 있다면, 호텔 프런트에 차를 몰고 왔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이런 지역을 '특정 시간대에 주행 및 주차 제한을 엄격하게 시행하는 ZTL(Limited Traffic Zone)'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별로 유명하지 않은 마을의 경우엔 주차 구획이 있는 곳이면 마음대로 차를 대도 된다.  우리는 오르비에토에 가기 전에 파브로(Fabro)에서 하루 묵었는데, 이곳의 경우 '그냥 아무 데나 편하게 차를 대라'는 안내를 받았다. 




렌터카 반납 - 피우미치노 공항의 경우


나는 피렌체에서 차를 빌려서 피사와 시에나, 파브로, 오르비에토를 거쳐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차를 반납했다. 그런데 사실 어떻게 반납해야 할지 잘 몰랐다. 무엇보다 그 넓은 공항에서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구글 지도에서 유로카(Europcar)를 검색한 결과를 가지고 찾아가면 안 된다. 구글 맵으로 나오는 사진을 보면 삼각형으로 된 통로 옆에 8 각형 건물이 보이고 이 건물 옆에 'Europcar'라는 글씨가 나온다.  그런데 이 지점은 렌터카 반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언뜻 아래 사진을 보면 피우미치노 공항의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그렇게 착각했다), 사실은 주차장이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텅텅 빈 공간은 위 사진에서 보듯이 여러 층으로 되어있는 주차장 건물의 옥상이다.  이 단순하고 간단한 진실을 알지 못해서 나는 피우미치노 공항에 갔을 때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헤맬 수 밖에 없었다. 


사진 출처 : https://www.carjet.com/blog/returning-a-car-hire-to-rome-fiumicino-airport


구글 지도를 캡처해서 그 위에 실제 주차장 번호를 표시해봤다.  주차장 표시를 따라서 주차장 건물에 들어가고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서 차를 반납하면 된다. 내 경우 별다른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키를 넘겨주고 간단히 반납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이 주차장 지도는 정말 귀중한 정보다. 이 그림을 숙지하고 가면 당황할 일이 없다. 


제대로 된 정보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건물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헤매었던 것을 생각하면 왜 나는 떠나기 전엔 이런 정보를 알지 못하고 갔다 온 뒤에야 알게 되었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주차장 건물은 아래와 같이 할당이 되어 있다고 한다. 

Car park B - Europcar
Car park C - Autoeuropa/Sicily by Car, Dollar Thrifty, Locauto, Maggiore/National (and Alamo too), Sixt and Hertz
Car park E - Avis/Budget

정보 출처 : https://www.carjet.com/blog/returning-a-car-hire-to-rome-fiumicino-airport





차를 반납하고 다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에 탑승하니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렌터카도 몰아본 터라 이제 열차를 타는 것쯤은 너무나 쉽게 생각됐다. 맘 속에는 '야, 한 번 더 오면 정말 잘할 수 있는데...'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일어났다. 


#이태리여행_맛보기 #이태리 #렌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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