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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Apr 05. 2017

3_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지식의 탐험지도 | 서양 문화사를 이해하는 두 가지 흐름 

헬레니즘(Hellenism)과 헤브라이즘(Hebraism)은 종종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두 개의 열쇠말로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이 구분은 절대적이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일반적인지도 잘 모르겠다. 


헬레니즘을  영문판 위키백과에서 찾아봤다. '헬레니즘 시대'에 대한 항목은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지만 헤브라이즘과 비교해서 설명하는 항목은 찾지 못했다. 구글 검색으로 찾아보면 19세기 Matthew Arnold’s라는 사람이 쓴 저작 원문이 가장 상단에 노출된다.  헤브라이즘도 마찬가지다. “히브리어의 사용, 기질, 특징을 모두 아우르는 말”로 간단히 정의되어 있을 뿐 '헬레니즘'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논의되는 내용은 드물었다.  


대신 국내 포털사이트에는 많았다. 그 연원을 단시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이 글의 쓰임이 학문적 체계를 세우고자 함이 아니라 '생각의 광맥'을 탐험하는데 도움이 되자는 것인 만큼, 일단 정리를 하고 가기로 한다. 


‘헬레니즘’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인 자신을 지칭하던 Ἕλλην (Héllēn) 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역사가인 요한 구스타프 드로이젠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역사>라는 책에서 그리스적 정신과 동방 정신이 융합한 범세계적 문화를 일컬어 헬레니즘 문화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드로이젠의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헬레니즘’은 이 말의 유래 그대로 그리스인들의 사고방식과 생각, 문화를 가리키는 용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대개 △인간중심주의, △현세지향, △자유, △다신교, △디오니소스, △원심력, △객관성 등등의 열쇠말이 이 ‘헬레니즘’이라는 용어를 설명하는 말로 쓰일 수 있다. 


‘헤브라이즘’은 ‘유대교적 전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성서를 보면 유대인 스스로 ‘히브리 족속’이라고 부르는데 ‘헤브라이’라는 말에는 ‘방황하는 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유대교는 유목민의 종교이다. 단 하나의 신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우상숭배’로 여기는 배타성이 특징이다. 사람 중심(인본주의)가 아니라 신이 중심인 세계관을 가진다. 


정리해보면 △신중심주의, △내세지향, △엄격과 경건, △일신교, △아폴론, △구심력, △주관성 등의 열쇠말을 헤브라이즘에 묶어볼 수 있다.  눈치채셨겠지만, '헬레니즘'을 설명했던 열쇠말들과 대비해서 배치한 단어들이다. 


‘내세지향적’이라는 말은 지금 살고있는 세상이 아니라 다음세상(내세 來世)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것은 유대교의 특성이라기보다 그 이후에 등장한 기독교의 특성이다. (기독교의 내세와 부활에 대한 생각이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학설도 있다.) 


‘아폴론적’이라는 것은 앞서 헬레니즘의 특성으로 제시된 ‘디오니소스적’이라는 말과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디오니소스가 감성적이고 뜨겁다면 아폴론은 이성적이고 차가운 분위기를 말한다.  아폴로는 논리의 신, 이성과 음악의 신인 반면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 취함과 황홀경(intoxication and ecstasy)의 신이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바로 이 분류법으로 예술과 문화를 두 부류로 구분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헬레니즘/헤브라이즘 구분법은 사람들이 문화사를 서술할 때 르네상스를 매우 중요한 기준점으로 잡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피렌체를 중심으로 꽃 피웠던 르네상스는 다름 아닌 '그리스, 로마의 재발견'이고 기독교에 사로잡혀있던 세계에서 '인간을 중심으로 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재발견'이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헬레니즘, 헤브라이즘의 2분법을 절대시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 글을 읽었으니 누군가 "서양 문예사조의 두 큰 흐름이 헬레니즘, 헤브라이즘 전통이다."라고 얘기할 때 간단히 '나도 알거든...' 하면 된다.   


#헬레니즘 #헤브라이즘 #디오니소스 #아폴로 #문예사조 


참고 : 

https://mythicstories.com/2013/05/02/living-with-apollo-and-dionysus/

http://blog.naver.com/kimseye3/13001862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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