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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Jul 18. 2017

선녀와 나무꾼 - 03

거꾸로 보는 전래동화 #03

“저 아이를 당장 광에 가두거라. 내 허락 없이는 그 어느 누구도 물 한 모금 주지 말아야 할 것이야. 만약 내 명을 어길 시 똑같은 벌을 받게 될 것이니라. 알겠느냐?”


 “네.”


 할머니의 명령에 마당에 있는 사내들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감히 오르지 못할 것을 넘본 저 놈은 당장 멍석을 말도록 하라!”


 사내들은 할머니의 명을 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그 모습에 마루에 있는 할아버지가 더욱 심하게 역정을 낸다. 


 “네, 이놈들! 뭐하는 것이냐? 네 놈들도 모두 저 꼴을 당하고 싶은 것이냐? 당장 멍석을 말지 못할까!”


 사내들은 더 이상은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멍석을 펴고 칠성을 들어 멍석 위로 올린다. 올리는 과정에서 사내들은 칠성과 눈을 마주치게 되는데 칠성은 괜찮다는 듯 애써 웃음을 지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준다. 칠성과 눈을 마주친 사내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나지만 지금 티를 내선 안 되는 것을 잘 안다. 


 “안 돼요. 그러면 우리 칠성이 죽어요. 안 돼요. 멈춰라. 어서 멈추지 못하겠느냐!”


 진아가 애써 소리를 쳐보지만 진아 역시 광으로 끌려가고 있어 칠성을 지키려 목청껏 내는 외침은 부질없는 메아리가 되었다. 멍석에 말려 다시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칠성을 보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끌려가는 진아의 눈에 멍석의 한 쪽 끝에 삐져나온 칠성의 얼굴이 잠깐 보였다. 칠성은 진아를 향해 애써 미소를 지어 준다. 진아는 그 모습에 더 큰 오열이 날 뿐이다. 


 “됐다. 이제 저 뒷산에 내다 버리고 오너라. 그리고 오늘의 이 일을 발설하는 자가 있다면 똑같은 처지가 될 것이니라. 알겠느냐?”


 할아버지의 말에 멍석말이의 몽둥이질이 멈추었다. 양반들이 모두 방으로 돌아가자 사내들은 당장 몽둥이를 내려놓았고 빠른 행동으로 흩어졌다. 어떤 사내는 지게를 가지러 가고, 또 어떤 사내는 헝겊에 물을 묻혀 오기도 했다. 멀리서 지켜만 보던 한 아낙은 서둘러 주먹밥을 만들기 시작했고, 또 다른 아낙은 칠성이 입던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주인 양반들이 알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기에 모두 은밀하지만 빠르게 움직였다. 


 지게에 멍석에 말려있는 칠성을 들어 매고 두 명의 사내가 집을 나선다. 한 사내는 지게를 지고 다른 한 사내는 조금 전에 모두가 챙긴 짐이 든 보자기를 들었다. 혹시 보자기의 모습을 양반이 볼까 서둘러 문 밖으로 나간다. 칠성은 이미 의식을 잃어 축 쳐져있다. 멀어져 가는 칠성의 모습에 집안에 남은 노비들은 각자 숨어서 안쓰럽게 지켜만 보고 있다. 


 안방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이 함께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표정은 여전히 잔뜩 화나 있고, 아버지는 무표정이다. 어머니는 앞날을 예상하듯 눈시울이 붉어져있고, 남동생은 누나가 염려되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른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이제 정 참판댁하고의 혼사는 어찌해야 하지?”


 아버지가 조심스레 먼저 말을 꺼냈다. 


 “이쯤에서 멈추어라. 정 참판 쪽의 정보력이 보통이 아니야. 만약 혼사를 더 진행하면 그쪽에서 분명히 조사를 할 것이고, 그러면 종놈 하고 놀아난 사실이 알려질 수도 있어. 만약 이 사실이 바깥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그땐 끝장이야.”


 할아버지의 말에 아버지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다시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이야. 다시 복궐해서 집안을 일으켜야 하거늘. 정 참판 댁하고의 혼사도 그 때문에 시작한 것인데”

 “그러게요, 영감. 어멈아! 넌 집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게냐?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딸년 하나 간수를 못해서. 쯧쯧쯧.”


 딸의 어미를 노려보는 할머니의 눈이 너무나 매서워 어머니는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 두려움과 딸에 대한 걱정에 떨리는 손끝을 달래려 치맛자락을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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