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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Jul 31. 2017

선녀와 나무꾼 - 05

거꾸로 보는 전래동화 #05


인기척은 다시 조용히 사라지고 다시 주위가 조용해졌다. 진아는 손을 더듬어 창문 너머로 들어온 그 물건을 찾았다. 손에 잡히는 작은 물건을 들고 보니 은장도다.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이 은장도를 준 사람은 누굴까? 아니 어떤 의도로 이걸 던지고 갔을까?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진아는 순간 머리가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머리가 맑아졌다. 생각이 명확해 진 것이다. 그 심한 매타작에 멍석말이까지 당한 칠성이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터이고, 그렇다면 다시 칠성이를 만나는 방법은 함께 죽는 것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보면 달님이 칠성이와 다시 만날 수 있게 소원을 들어주신 것일지도 모른다.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성정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이 된 일이기도 하다. 진아는 천천히 일어서 안방이 있는 방향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는 크게 쉼호흡을 했다. 그리고 은장도를 들고 칼을 뽑았다. 


 달빛이 동굴에도 들어와 주변을 밝게 비출 때 칠성이도 겨우 깨어났다. 멍석에 말릴 때만해도 ‘이제는 죽었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진아 아씨에게도 작별의 인사를 미소를 보냈고, 마지못해 멍석말이를 하고 있는 다른 노비들에게도 미안해하지 말라며 미소로 인사를 했다. 멍석말이를 당할 때 생각보다 아프지 않길래 처음에는 멍석 때문에 덜 아픈 것인가 하다가, 그 다음에는 이제 죽어가니 아픈 것도 덜 느끼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다른 노비들이 일부러 살살 때렸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래도 충격은 계속 쌓여 결국 정신을 잃었고 이제야 겨우 깨어난 것이다. 가까스로 몸을 추슬러 자리에 앉았다. 몸을 살펴보니 상처부위가 어느 정도 닦여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보자기에 주먹밥과 옷이 있는 것을 보였다. 조금 의아했지만 이내 다른 노비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렇게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주먹밥을 먹었다. 하지만 한 입만 베어 물었는데 진아 아씨에 대한 염려 때문에 눈물이 났다. 


 ‘아씨는 무사할까? 그래, 나야 종놈이지만 아씨는 양반인데 무사하겠지.’


 무사하다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칠성은 일단 몸부터 추스르자는 생각이 들었고 주먹밥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주먹밥을 먹고 주위를 다시 보니 도끼가 한 자루 보였다. 도끼를 보니 누가 사용하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아재들이 이 도끼로 나무라도 해서 먹고 살라고 놓고 간 모양이다. 그 동안 함께 지냈던 다른 노비들의 정이 듬뿍 느껴진다. 이렇게 마음을 써주는 것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이제 칠성이의 전 재산은 도끼 한 자루이다. 


 아침이 되어 칠성은 나무를 해서 내다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지게를 만들었다. 그리고 산과일이나 열매 같은 것으로 배를 채우고 나무를 조금 하니 어느새 해거 뉘엿뉘엿 넘어 가고 있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어서 일이 더딘 것도 있었다. 언제까지 이 동굴에 지낼 수는 없으니 거처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에 주위만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마땅한 장소는 보이지 않아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돌아볼 요량으로 동굴로 돌아가는 데 저 멀리서 움직이는 불빛이 보인다. 2~3명 정도 되는 사람이 횃불을 들고 다니는 모양새다. 칠성은 몸을 살짝 숨긴 채 그 들이 누군지 지켜봤다. 불빛은 동굴을 향해 가고 있었다. 칠성도 들키지 않게 몰래 따라갔다. 동굴이 가까워지자 누군지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칠성을 여기 동굴로 데리고 온 그 두 명의 노비였다. 


 “아재!”

 “칠성이구나. 살아있었네. 다행이야. 다행.”


 그 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혹시 아재가 절 여기로 데려다 주신거예요?”

 “그래, 몸은 좀 어떠냐? 많이 아팠지?”

 “칠성아, 미안하다.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염려마세요. 아재들 원망한 적 없어요. 괜히 저 때매 더 힘들어지신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우린 걱정마라. 우리 같은 노비들 인생이야 뭐 늘 똑같지 않더냐? 허허.”

 “그런데 오늘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등에 있는 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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