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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Jan 01. 2018

새벽이 궁금했다

잊고 지낸 우리 동네의 새벽

달력의 숫자가 바뀌었다.

흔히 말하는 '새해'


어제이자 작년의 마지막 날 오후에 문득 일몰이 보고 싶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서해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아마 일출보다는 일몰이 더 쉽게 느껴졌다.

가족들의 의견을 물으니 모두 좋다고 해서 바로 출발!


예상대로 서해로 가는 길은 차가 많았다.

바다를 보고 싶었던 아들과 조카는 이미 잠들었고, 차 안에서 어른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처음 계획했던 바다에서 방향을 바꾸어 바다 분위기가 물씬 나는 다른 곳으로 가기로.


저 멀리 육지와 다리도 보이지만 배도 있어 바다 분위기는 난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아들과 조카 녀석은 바다에 왔다고 인정해줬다.

물론 빨리 돌아가자고 보채기는 했지만...

처음 계획한 서해바다까지도 못하고 방향을 돌렸지만 도착했을 땐 이미 일몰 시간이 지나 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해지고 어두워지기 전 잠시의 고요함만 있었다.


잠시의 일몰조차 마음대로 감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인 오늘.


눈을 뜨고 문득 우리 동네의 새벽이 궁금했다.

평소 외국에 가면 그 동네의 새벽 풍경 보는 것을 좋아해 아침 산책을 즐긴다.

그런데 막상 집에서 지낼 때는 그런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옷을 입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인지 정말 아파트 밖에 없다.

차가 다니는 큰 도로로 나갔다.

아침부터 열심히 달리는 차들이 보인다.

문득 어제 아내가 물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동네에서 일출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해?"

"저기 앞에 육교에 올라가면 되지."

"에이, 아파트 밖에 없는데 나가서 뭐 볼 게 없겠네"


아침에 내가 말한 육교 위에 있으니 생각났다.

우리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일출 명소가 바로 우리 동네에 있었다는 것을.

당장 발걸음을 옮기려다 말았다.

일출을 보기에는 이미 시간도 조금 늦었기도 하지만 솔직히 귀찮기도 했다.

새해가 밝았지만 이 귀차니즘은 쉽게 해소되진 않는다.


이미 검색창에는 '해돋이'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나도 막상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산책을 나갔지만 정작 '해돋이'라는 단어보다는 '새벽'이라는 단어만 머리에 남았다.


남들이 많이 하는 생각을 굳이 나까지 같이 할 필요는 없다.


아침 아직 해가 뜨기 전 산책을 나갔다가 든 생각이다.

올해의 첫 다짐이기도 하다.


궁금한 건 일단 찾아보고 생각나면 일단 움직이자.


그 생각을 실천한 덕에 새해 첫날 우리 동네의 새벽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올해의 두 번째 다짐이다.


오늘 아침잠을 조금 포기하고 느낀 새벽 공기는 매우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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