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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Feb 08. 2019

적도의 정글에서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폰티아낙

적도라는 곳은 말만 들어도 상당히 덥고 가만히 있는 것조차도 힘겹게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적도에 가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나 물과 숲이 있는 정글은 매우 습해서 견디기 어렵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말 그대로 기우였다. 

오히려 그늘이라 시원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나라 더운 지역이라고 하면 으레 사막을 상상하고, 정글이라고 하면 맹그로브 숲만 떠올리는 것은 아닐까?

아마 직접 가보지 못한 상황에서 미디어를 통해 본 것이 대부분 그런 것들이라 성급하게 일반화시켰으리라. 

 

열대 적도의 정글에서도 사람은 분명히 살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해오던 그 무언가가 다양하게 있을 텐데 우리는 한 가지만 보고서 그냥 그게 전부인양 오해를 하고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지 못한 신기한 광경은 있다. 

뭐... 그런 광경을 보기 위한 마음이 여행이나 관광을 떠나는 큰 이유가 아닐까?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섬에서 흔하지 않은 풍경을 보았다. 


바로 검은 물에 떠다니는 통나무다

https://youtu.be/wUMg-NZdrng

숲을 지나가는데 옆에 흐르는 물의 색이 검다.

처음엔 단순히 물이 더럽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공장지대면 폐수로 오염이 되었겠지만 여기는 공장 하나 없는 청청자연지역이다. 

이 조차도 공장에 둘러싸인 도시에서 자란 내 짧은 사고의 결과다.

작은 도랑이 어느덧 냇가가 되고 강처럼 커졌다.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도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로 흐르는 검은 물의 영역은 컸다.


어느 정도 달리니 다시 작은 숲이 나오고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바로...

숲에서 벌목한 통나무들을 다른 배에 싣지 않고 물 위에 띄워서 바로 옮기는 과정이다. 

벌목한 나무를 옮기는 과정에 대해 예전에 알던 모습은 커다란 배에 가득 실어서 옮기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새로운 모습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왔던 점은 나무를 그대로 물에 띄운다는 점이다. 

나무는 물을 먹으면 빨리 상하고 썩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나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여기 사람들의 말이다. 

벌목해서 옮기는 나무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통나무로 이어진 줄이 끝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아직 농업에 대한 비중이 높은 편이며, 국토의 73%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열대 산림자원보유국이다. 그리고 총수출액의 15%가 목재류일 정도로 목재에 대한 비중도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 벌목 현장까지 가볼 수는 없었지만 벌목된 나무들이 이동하는 광경은 너무나 신기했다. 

검은 물의 정체도 확인해보니 나무의 진액이 빠져나와 물에 스며든 것이라고 한다. 

색은 비록 검지만 모두가 천연 성분들이다.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공장폐수를 먼저 떠올렸으니...


그리고 이런 정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았다. 

도시의 풍요로운 상업시설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불편해 보일 수는 있지만 여기도 여기 나름의 생활방식은 있다. 어느 누구도 그것이 좋다 나쁘다는 평가를 할 수는 없다. 

다름의 차이만 인정하면 웃고 있는 할아버지의 표정과 아이들의 미소가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적도를 알려주는 적도탑보다도 숲에서 본 검은 물과 통나무, 사람들의 미소가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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