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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Feb 22. 2019

일본의 3색 온천여행

일본 아오모리, 후쿠오카, 야마가타

일본은 다른 유명한 것들도 많지만 온천 또한 빠질 수 없는 나라다.

여러 좋은 온천들이 많지만 특색 있는 온천 몇 가지만 소개하려 한다. 


https://youtu.be/7_L1UUDBXA8


1. 아오모리의 사과 온천

대구가 고향인 나는 어릴 때부터 사과와 친하게 지냈다. 대구는 사과의 고장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는데 언젠가부터는 충주 사과가 유명해지고, 이제는 양구라고 한다. 그만큼 온난화로 인해 사과의 주산지가 많이 올라왔다는 의미일 듯하다. 

일본의 온천이라면서 웬 사과 이야기일까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 온천은 일본의 사과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과재배 상황까지는 우리가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아오모리 사과'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 일본 사과는 '아오모리 사과'. 어릴 때부터 그렇게 알고 지내왔다.

일본의 북동쪽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을 가면 역시나 사과에 관련한 아이템들이 많이 보인다. 아오모리현에서 아오모리시 다음으로 큰 도시가 바로 히로사키인데 이 곳에는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 

사과 박물관?

우체통까지 사과 장식?

이런 것들보다는 조금은 더 독특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사과 온천'

온천의 메인 테마가 바로 '사과'다.

온천이 있는 호텔은 입구부터 색다르다. 

부처님께서 사과를 들고 계실 정도로 사과를 전면에 내세우는 곳이다. 

언뜻 보면 여느 다른 온천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입구의 부처님 말고는 어디에 사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직원에게 물어 사과가 있는 곳을 찾아가니 그곳은 바로 온천탕.

처음엔 온천을 하면서 사과를 먹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매일 아침 물에 퐁당 빠지는 사과들.

엄청난 양의 사과가 바로 입수를 한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이 호텔 주인이 원래는 사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그게 이유의 전부다. 

어찌 보면 조금은 허탈한 이유지만 사과로 유명한 지역에서 사과를 온천에 결합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은 멋지다.

여기가 단골이라는 어느 할아버지의 말처럼 실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떤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우선 눈에 보이는 광경은 독특하다. 

매일 사과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결국 사과 온천으로 유명세를 탈 수 있으니 사과에 대한 비용은 성공한 마케팅비라고 평가하고 싶다.




2. 벳푸의 7가지 온천

벳푸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가까운 지역인 후쿠오카에 있는 온천이다. 행정상으로는 오이타현. 

부산에서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항으로 가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오이타로 바로 가는 비행기 노선도 생겨서 예전에 비해 훨씬 가기 편해졌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만큼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온다.

사실 어떤 온천에 가면 일본인들보다 한국인들을 더 많이 만나기도 한다. 

벳푸의 온천은 몸을 담그는 온천이라기보다는 눈으로 보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눈으로 보는 것도 7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고 각각 '지옥'이라는 이름을 붙여 '지옥 온천 순례'라는 관광 상품을 개발했다. 


https://brunch.co.kr/@storypower/133


7개의 지옥 온천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오니야마지코쿠 (도깨비 지옥, 鬼山地獄) - 입구에 큰 도깨비 상이 있고 한편에는 이름도 '鬼山地獄'이라고 적혀있지만 이 곳은 '악어 지옥'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온천물에 악어가 100여 마리 살고 있기 때문이다. 

2) 시라이케지코쿠(백지지옥, 白地地獄) - 국가지정명승. 온천 주위를 하나의 정원으로 가꾸어 놓은 곳이다. 

이름처럼 물 색깔도 하얀색. 

3) 카마도지코쿠 (아궁이 지옥, かまど地獄) - 실리카라고 하는 하얀색의 온천 침전물이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

4) 우미지코쿠 (바다지옥, 地獄) - 국가지정명승. 바다를 테마로 하였다고는 하지만 정원이 예쁘고, 열대성 수련(연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곳. 족욕하기 편하다.

5) 오니이시보즈 지고쿠(鬼石坊主地獄, 대머리 지옥) - 둥근 모양을 내며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의 모습이 스님의 머리와 같이 대머리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곳. 족욕하며 쉬어가기 가장 좋은 곳이다.

6) 타츠마키지고쿠 (龍巻地獄, 용권지옥, 줄여서 용지옥) - 땅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가 인상적인 곳.

7) 치노이케지코쿠 (血の池地獄, 피의 땅 지옥, 줄여서 피지옥) - 국가지정명승. 핏빛 붉은색의 온천.


이 중 5개는 한 곳에 모여 있어 걸어 다닐 수 있지만 용지옥과 피지옥은 차로 약 5분 정도 이동해야 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곳에 비해 그 두 곳은 좀 한산한 편이다. 사실 눈으로 보는 온천을 5곳 정도 돌아다니면 피곤하다. 아무리 중간에 족욕을 한다 해도 충분히 지겨워질 수 있다. 


사실 관광지를 개발하면서 '지옥'이라는 말을 붙이기 쉽진 않았을 것이다. 

관광 홍보를 할 때도 '지옥으로 오세요'라고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그 결정은 훌륭했다고 본다. 

흔히 상상하는 편안한 휴식 같은 온천이 아니라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뜨거운 물.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는 물이 땅에서 끝없이 나오니 차라리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으리라.

지금의 관광객의 수를 본다면 결과적으로는 성공이다.


벳푸의 온천은 눈으로 보는 온천. 

결국, 관광지의 온천은 보기만 하고 몸을 담글 수 있는 온천은 숙소라는 말.




3. 야마가타의 자오온천과 긴잔온천

도쿄와 아오모리의 중간쯤에 야마가타현이 있다. 야마가타에는 '자오온천'과 '긴잔온천'이라는 두 개의 유명한 온천이 있다. 두 곳의 거리는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고, 특색 또한 완전히 다르다. 

먼저 자오온천은 스키장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1925년에 개장한 스키장은 일본에서 가장 넓은 스키장으로 알려져 있다. 

12개의 슬로프 코스 중 최장 길이가 9.8km나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거기에 훌륭한 볼거리가 더 추가되어 있다. '몬스터'라 불리는 '수빙'인데 이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나무가 얼음으로 뒤덮인 현상으로 언뜻 보면 큰 괴물들이 눈을 덮어쓰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스키장은 겨울 시즌에만 개장하지만 로프웨이는 계절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로프웨이를 타고 아래를 보면 숲의 가운데 숨어있는 물 웅덩이가 보인다. 그 웅덩이가 그냥 평범한 웅덩이가 아닌 '자오온천'이다. 정확한 명칭은 '자오대노천탕'(蔵王温泉大露天風呂)

110년에 발견되어 역사가 1900년이나 된 오래된 온천이지만 낡았다는 생각보다는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내려가면 보이는 야외 온천. 겨울에 오면 더 멋스러울 것 같다. 자오 스키장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야외 온천에서 몸을 녹이는 코스.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는 곳이다. 주위의 풍경을 보면 자오온천은 야외 노천탕의 진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비누를 쓸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산성 물이라 만성피부염에 특히 좋다고 알려졌다. 


그에 반해 긴잔온천은 옛 일본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 

개울을 끼고 있는 마을을 보면 그냥 딱 봐도 '일본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일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사실 이 곳은 예전에 '은'을 채굴하는 '은광'이었다. 온천 역시 광부들의 피로를 풀기 위해 형성된 것이 지금의 관광지가 된 것이다. 

그리고 건물들도 아주 오래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약 100년 전쯤의 일본으로 돌아간 정도다. 

일본에는 '다이쇼 시대'라는 시기가 있다.  1912년 7월 30일부터 1926년 12월 25일까지 다이쇼 일왕이 통치하던 시기를 일컫는 말로 우리에게는 일제 강점기라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다르다. 

메이지유신 이후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약간의 소용돌이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던 시기.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의 잇따른 승리로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힘들었지만 일본은 나름 안정적이었던 시기다.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욕구가 치솟는 법. 서양문물과 일본 전통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던 시기 역시 다이쇼 시대다. 전체주의를 강조하는 국가 지도부와는 달리 내면의 개성을 강조하는 청년들이 늘어가면서 자유롭고 지적인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대중과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고 일상생활의 여러 부분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본의 3대 양식이라 불리는 카레라이스, 고로케, 돈가스도 이 시기에 일본화되어 정착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는 다이쇼 시대를 그리워하는 '다이쇼 로망'이라는 말도 생겼다. 


긴잔온천의 건축 양식이 바로 다이쇼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이다. 서양의 건축 기술이 일본화되어 표현된 건축물. 어찌 보면 긴잔온천은 다이쇼 로망을 누려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라 해도 되겠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어울리는 이 곳의 특징은 '기모노 체험'이다. 우리나라의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분위기를 잡는 것처럼 여기서는 기모노를 입어볼 수 있다. 기모노를 입은 채 마을을 산책하고, 족욕을 하고 있노라면 신선놀음이 부럽지 않다. 

길가에 있는 족욕탕은 모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해가 넘어가 어둠이 내리면 또 다른 절경이 펼쳐진다. 

100년 전으로 돌아간 일본의 밤에 있으면 절로 카메라를 꺼내게 된다. 


온천이라고 해서 꼭 물에 몸을 담거야만 힐링은 아니라 생각한다. 

보는 것도, 풍경에 취하는 것도 힐링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일본의 온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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