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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May 06. 2020

역사 이야기를 시작하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어느 날 아들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생이지만 유치원에 다닐 때 한창 많이 부르고, 찾아서 들려달라고 하곤 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그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가 제 아들뿐만이 아니라 그 또래의 유치원생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가사도 꽤 긴 노래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곧 잘 따라 불렀고, 급기야 가사를 모두 외우는 경쟁까지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그 노래는 바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노래는 곧잘 따라 부르기는 하지만 가사에 담긴 의미는 이해하기 어려웠나 봅니다. 아이들이 부를 때 잘 들어보면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는 것이 아니라 ‘땅콩 할아버지라 턱 잡으시’는 가사로 바뀌어 있습니다. 아이들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들리는 대로 해석하며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도 전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욕심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저 노래에 대한 관심을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그래서 제 아들에게 먼저 시도해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런 말이 있죠?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예상했던 바랑 완전히 일치했습니다. 제 아들은 단군할아버지가 세운 나라의 이름이 고조선이라는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몇 번을 알려줬지만 며칠이 지나서 물어보면 모릅니다. 이런 사실이 보여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가사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나 내용은 기억하지 않고, 더 나아가 지금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 뒤로 전 아이에게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관심이 없는데 더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요.

대신 전 결심했습니다. 

다음에 언젠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이야기해줄 준비를 하자!

역사이야기의 소재는 바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 가사!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에 나오는 100명을 모두 내가 직접, 아빠의 시선으로 설명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가사를 다시 한번 쭉 읽어보았습니다. 이름은 모두 들어본 사람들입니다. 하긴 저도 학창 시절에 역사 수업이 있었고, 이 노래는 제가 고등학생일 때도 즐겨 불렀던 노래이니 노랫말에 나오는 이름이 어느 정도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아들에게 설명을 해준다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려니 이 분이 어떤 분이었는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궁금한 내용들이 더 생기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지눌 국사의 조계종과 의천 대사의 천태종은 무슨 차이일까? 대쪽 같은 삼학사에서 삼학사는 누구지? 더 나아가 강감찬의 귀주대첩 승리가 당시 고려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말투는 어떻게 써야 할지 어느 정도 깊이 있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일단 해보자. 시작을 해야 그다음 진도를 나갈 수 있지만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머릿속에만 맴돌다 버려지는 또 하나의 아이템일 뿐이다. 하다가 보면 뭔가 방향이 잡힐 것이고, 그때그때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가보자! 하지만 가능하면 바꾸지 않은 기본 전제는 깔고 가자는 생각에 최소한의 원칙만 정하고 시작했습니다. 


말이 원칙이지 내용은 단순합니다. 

하나, 이 이야기는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 아빠가 들려주는 역사이야기이다. 단순하게 사건을 나열하지 말고 아빠의 시선으로 다시 한번 해석해서 들려주자.

둘, 나중에 컸을 때 ‘내가 옛날에 즐겨 불렀던 노래인데’라는 기억이 남아서 친근함을 느끼도록 노랫말에 나오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자.

셋, 다음에 언젠가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빠가 좋아하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나부터 즐겁게 하자.


아빠가 이런 도전을 하고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자체로도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작은 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제 아들은 브런치를 비롯해 글을 읽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책은 즐기지만 아직은 그림이 많은 책을 좋아합니다. 제 아들이 브런치의 글을 읽기까지는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방법을 더 생각했습니다. 

그건 바로 유튜브.

요즘 아이에게는 유튜브가 더 친숙하죠. 물론 아직도 구독자나 조회수는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적은 숫자입니다. 아직은 카메라 앞에서는 것 자체부터 민망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멍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제 아들은 아빠가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고 있지만 가끔 저에게 물어봅니다. 

‘누구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올라와?’ 

그래서 전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100명을 모두 채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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