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걸릴 수 있다
성병
주로 불결한 성행위(性行爲)에 의하여 전염되는 병. 매독, 임질, 무른 궤양, 클라미디아(chlamydia) 따위가 있다.
- 표준국어대사전
이야기 하나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를 사귀면서 성관계를 했는데, 몸이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성병이라고 합니다.
열 받아서 남친에게 따졌더니 오히려 적반하장이네요.
“너 어떤 년이랑 뒹굴었길래 이 딴 병을 나한테 옮기고 그래?”
“난 아냐. 고딩 때부터 한 여자랑 밖에 안 잤어. 야, 네가 목욕탕에서 옮겨온 거 아냐?”
나 참. 전 집에서만 목욕하지 대중목욕탕엔 안 가거든요.
남친이 다른 데서 옮겨온 거 확실하죠?
이야기 둘
여친이랑 공짜로 영화 볼까 싶어 같이 헌혈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성병 양성이라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전 평생 여자라고는 지금 여친 밖에 없거든요.
“나 성병이래. 근데 나 정말 맹세코 너랑만 했어, 딴 여자랑 한 적 절대 없어.”
“그럼 내가 바람이라도 피웠단 말이야? 나도 너 만나고는 너랑만 하지 딴 놈 들하고 한 것 없어.”
여친이 더 이상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분한 마음도 들고요.
성병은 평생 남는다는데 전 이제 어떻게 하죠?
암과 더불어 불치병으로 인식이 되었던 무서운 질병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그룹 ‘퀸’의 리드 싱어였던 프레디 머큐리와 영화 ‘자이언트’이 주인공 록 허드슨이 사망한 원인. 에이즈라고 불리는 ‘후천적 면역결핍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너는 내 운명’을 통해 에이즈에 걸린 윤락녀의 실화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에이즈(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는 HIV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 정도는 이제 많이 알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총 953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다고 한다. 내국인이 868명이고, 외국인이 85명. 남성이 864명이고 여성이 89명이다. UNAIDS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는 약 3억 4천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고, 주로 동남아와 인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성병의 대명사로 인식이 될 정도로 ‘성병-에이즈→죽음’이라는 공식이 널리 퍼졌었다. 이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엄청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병은 에이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설명할 때 예시로 에이즈가 포함되어있지는 않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성병을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질환으로 병원체로는 30개 이상의 세균, 바이러스, 원충이 있다’라고 표현하며 예시로 매독, 임질, 연성하감, 비임균성 요도염, 클라미디어 감염증, 상기 단순포진 및 첨규콘딜롬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 성병은 에이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성병은 매독과 임질이다. 이 두 성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래된 질병이지만 치료제는 20세기에 들어서야 개발되었다.
매독은 전염성이 강하고 에이즈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평균 21일(10일~90일)의 잠복기가 있고, 주로 생식기 주위에서 시작된다. 생식기에 통증은 없지만 가장자리가 딱딱해지는 궤양이 여러 개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라. 성기에 궤양이 있는 1기에 전염성이 가장 높으며 단계가 진행되면 피부 발진, 고열, 탈모, 편도선염 등의 다른 독감 증상이 생길 수도 있지만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이 지나가다가 나중에는 심장, 뇌, 간 등의 내장기관까지 파괴시키는 무서운 병이다.
임질은 이미 기원전 400년 경부터 성행위로 전염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이자 현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임질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병에 대해서 ‘비너스의 기쁨’에 기인한다고 하였으니 말이다. 임질은 매독과는 달리 온몸으로 번지지는 않고, 치료 역시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간단하다. 남성의 경우 1%, 여성의 경우 90% 이상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의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한다. 남성의 경우 평균 3~5일 안에 소변볼 때 통증이 느껴지며 크림색의 진한 고름이 나오거나 요도 끝이 빨갛게 부어오른다. 여성의 경우에도 소변볼 때 통증이 느껴지며, 질 분비물에 흰색, 녹색 또는 황색이 보이기도 한다.
이 이외에서 성병은 이름도 어렵고 생소한 것들이 많다. 여기서 모든 성병에 대해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성관계 후 1달 이내에 성기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르다고 느껴지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성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성병이 의심될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당장 비뇨기과나 산부인과에 방문해서 상담받는 것이다. 주저하는 사이 내 몸은 더 망가진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성병의 원인은 세균, 바이러스, 원충이다. 주된 감염경로는 감염된 사람과의 성행위를 포함한 다양한 신체접촉이다. 당연히 성관계를 하는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병에 걸릴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단순히 손을 잡는다거나 포옹, 수영, 목욕 같은 것으로 감염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성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성행위가 문란한 것으로 판단해 불결하게 여길 수는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감염된 엄마에게 태어난 아기도 감염이 될 수 있고, 잘못된 수혈로도 감염될 수 있다.
성병은 면역이 발생하지 않거나 생기지 않아 재감염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 증상이 호전되었다면 다음 단계로 접어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성병은 절대 저절로 낫지 않는다. 무조건 예방이 최선이다.
성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결을 유지하고 남성이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다. 콘돔은 피임에도 아주 효과적일 뿐 아니라 성병 예방에도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 잔소리 한마디
성병에 걸린 사람들을 모두 문란한 성생활을 했기 때문이라 욕할 수 있을까? 우리 솔직해지자. 살아가면서 평생 한 명만 사랑하고 살아갈 수 있는가?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슬픈 것이라는 말을 인정한다면 최소한 두 번 이상의 사랑을 한다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이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고 연애를 하면서 성관계가 있을 수 있다. 결혼 전에, 그리고 결혼 후에도 임신을 위한 목적으로만 성관계를 하는가? 현실적으로 아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만나기 전에 다른 누군가와 연애를 했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이 사람을 만나기 전에 다른 누군가와 연애를 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평생 한 명의 섹스파트너만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말이다. 클럽이나 나이트에서 만나 원나잇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 사창가에서의 성행위를 제외하고도 일상에서 많은 성행위는 일어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성병 예방의 시작이다.
또 하나 현실적인 팁을 알려주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게 되면 바로 모텔에 갈 생각만 하지 말고 서로의 마음을 먼저 알아가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라. 그것이 분명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고 보듬어 주는 사이 시간은 지난다. 그 시간이면 어지간한 성병의 잠복기도 함께 지난다. 혹시나 성병이 걸렸으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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