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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Mar 23. 2016

소를 닮은 섬 제주도 '우도'

대한민국 제주도 우도

여름휴가 시즌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8월 말. 

우리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나는 제주도에 처음 간 것은 아니었다. 몇 년 전 출장으로 4박 5일 간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4박 5일 중에서 3박은 애월에 있는 유스호스텔에서만 있었고, 일을 끝내고 나니 벌써 4일째 오후. 서울로 가는 비행기는 다음 날 오전 7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행 중 1명이 제주 시내에 있는 나이트클럽을 안다고 해서 새벽 4시까지 룸을 잡아서 우리끼리 (부킹 금지) 춤추고 노래만 부르다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올라왔다. 그래서 제주도의 기억은 비행기와 공항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은 목표는 저비용 고효율. 3박 4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게 알차게 보낼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 

'제주도에서는 돈을 아끼지 말자. 먹고 싶은 것도 사 먹고, 가고 싶은 곳도 가자!'

그렇다면 돈을 아끼는 방법은? 그렇다. 단순하다. 저가항공사를 이용하고, 숙박과 렌트에서 급을 좀 낮췄다. 2명에 3박이다 보니 생각보단 많은 돈이 아껴졌고, 그 덕에 갈치조림이나 흑돼지를 배부르게 더 먹을 수 있었다.


여행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라 어디로 갈까 하다가 숙소가 있는 구좌읍 주변을 먼저 돌아보기로 하고, 그러다 보니 동쪽을 위주로 다니게 되었다.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성산일출봉과 우도. 일단 배를 탔다. 그리 멀지는 않아 금세 도착했고, 하루짜리 코스도 짜여 있었다. 

누운 소의 모양 같다고 해서 이름이 '우도'라고 하는 데, 도착해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은 뭐랄까? 중절모? 아니면 어린 왕자에서 보았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런 인상을 준다. 다른 사람들이 가는 대로 가다가 우도를 한 바퀴 도는 버스를 탔다. 조금 타고 가다가 내리니 푸른 초원이 펼쳐져있고,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그래 걷자. 조금 올라가니 소가 누워서 풀을 뜯어먹고 쉬고 있었다. 잘못 봤나? 아니다 진짜 소가 맞다. 여기가 유럽인가? 아님, 뉴질랜드? 잠시 착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소가 저리 아늑하게 앉아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곳이 있다. 

'참, 평화롭구나.'

웬 평화? 뭔 소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 순간은 그렇게 느껴졌다. 소가 있는 반대쪽으로 보면 바로 바다가 보인다. 멋있다. 저 멀리 펼쳐진 수평선과 내 옆에 있는 푸른 초원. 좋다. 그저 그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멀리서 보는 바다는 짙푸른 빛이 나지만 가까이서 보면 얕은 곳은 에메랄드 빛이 난다. 예쁘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왜 제주도를 찾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올 때 등대처럼 보였던 곳이 있었는데 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그 등대까지 오게 된다. 그냥 등대다. 아담하다. 하얀색으로 된 것이 조금은 귀엽게도 느껴진다. 밤바다에서 배들을 안전하게 인도해주는 좋은 놈이다. 고마운 등대다. 

그렇게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넓지 않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걸으니 재미도 있다. 해안길을 따라 거니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상상으로는 해봤을 것이다. 바다가 없는 분지지역에서 자란 나도 바닷가에서 혹은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상상을 꽤나 했었다. 지금은 그 상상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바다 내음이 그렇게 짜게 느껴지지도 않고 상쾌함마저 주고 있다. 

짧지 않은 거리를 걸었지만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지쳐간다는 기분이 들자 아래쪽에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내려가서 다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내려가기 직전 길목에 익숙한 단어가 새겨진 팻말이 보인다. 

'올레길'

전국에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올레길? 그 유명한 올레길? 확인을 해보니 지금 우리가 걸어온 길이 제주 올레길 1코스라고 되어있다. 전혀 계획하지 않았지만 올레길도 걸어봤다. 아싸~


버스를 타고 조금 더 이동을 하니 작은 마을도 있고 식당가도 보인다. 어릴 때의 추억이 담긴 것들도 좀 있는 데 그중에서 '빨간 머리 앤'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1908년 초판도 전시되어있고, 어릴 때 내가 보았던 그림채의 빨간 머리 앤도 보인다. 말 그대로 추억 돋는다. 

온 김에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손도 담가봤다. 바다는 제주 본 섬에 있는 해수욕장이 좀 더 좋다. 그래도 정말 맑고 깨끗하다. 다만 제주 본 섬에 있는 해수욕장이 조금 더 좋다는 것일 뿐...


일부러 사람이 적은 8월 말에 간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행기부터 숙박에, 현지에서의 이동과 즐기는 것 모든 것이 편리했고 바가지 가격도 없었다. 어딜 가도 복작복작해서 답답한 것도 없었고, 이동할 때 차도 밀리지 않아 그냥 우리 내키는 대로 내달려도 좋았다. 그래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는 모양이다. 


그리고 제주도의 본 섬도 매우 훌륭하다. 해수욕장은 그냥 온 김에 한 번은 들르자는 기분으로 갔다가 다음날에 또 가고, 또 가고 할 정도로 맑고 깨끗한 물이었고, 기차를 탈 수 있는 에코랜드는 나오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지나가다가 그냥 들른 식당에서 먹은 비빔밥은 일품이었고, 갈치조림 집에서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는 주인아저씨 인상도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또 가고 싶은 곳 1순위가 제주도가 되었다. 

제주도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지금은 우도에 대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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