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발전소 Apr 25. 2016

아시아와 유럽의 만남 '터키-이스탄불'

아시아 같은 유럽, 유럽 같은 아시아

흔히들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왜 그런지 살펴보니 한국전쟁 당시의 도움으로 그렇게 부른다고들 하는데 크게 공감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참 고마운 나라이긴 하지만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 것까진 글쎄... 아마 그 이후 교류적인 부분이 약해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와서 그럴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의 터키는 2002년 월드컵 때였다. 

동국대에서 아는 선배랑 축구를 보고 장충동 방향으로 이동해 맥주집에 들어갔다. 테이블이 20개가 채 안 되는 아주 크지는 않은 규모의 술집이었다. 그날 축구를 이겨서 그런지 몰라도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다 두 명의 외국인과 한 명의 한국인으로 구성된 3명이 들어왔다. 빈자리가 거의 없는 시간대여서 바로 자리에 앉지 못하고 잠시 입구에 서 있었다. 아마 여기서 기다릴지 다른 곳으로 옮길지 상의하는 듯 보였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술 취한 목소리.

"Yankee! Go home!"

순간 분위기가 쐐~ 해졌다.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모두가 출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입구의 그 일행은 상당히 멋쩍었을 것이다. 술집에서 술 먹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나를 쳐다보면 기분이 어떨까? 순간 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아직 술에 덜 취한듯한 다른 사람이 물어봤다. 

"Where are you from?"

"I'm from Turkey."

그 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역전이 되었다. 술집에 있던 모두가 '터키'를 연호하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이 외국인에게 맥주를 주기도 했다. 다시 축제가 시작되었다. 


그 일이 있고도 10여 년이 지나 터키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기분 나빴다.

왜냐하면 짐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노트북을 트렁크에 넣고 화물로 부쳤는 데 다른 일행들의 가방은 모두 나왔지만 내 가방만 하루 늦게 도착했고, 가방에 있던 노트북만 없어진 채 도착했기 때문이다

뭐, 그건 사정이 어찌 되었건 트렁크에 노트북을 넣은 내 잘못이니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하고...

가방이 오지 않아 당장 갈아입을 옷도 없어 밤에 야시장을 갔다. 말이 야시장이지 서울로 치자면 삼청동 같은 분위기의 식당가였다. 다행히(?) 노점으로 옷을 파는 사람이 있어 바로 흥정에 돌입. 반팔 티셔츠 한 장에 10달러 (US 달러로) 달라는 걸 웃으며 적당히 흥정해서 5달러에 구매완료.

다른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이기도 하고, 세면도구야 뭐 호텔에 있으니 일단 나온 김에 맥주나 한 잔 하고 들어갔다.


날이 밝아 이동한 곳은 모스크. 가장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가보고 다른 곳을 가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블루모스크'와 '소피아 성당'으로 go go~

아주 멀리서도 잘 보이기도 했지만 가까이 가 보니 정말 웅장함 그 자체이다. 예전에는 목조 건물이었지만 불에 타버리고 1856년에 대리석으로 다시 만들었다는데, 겁나 크다. 언뜻 계산해도 약 150년쯤 전에 만들었단 말이다. 그 당시에 이런 건축술을 가졌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건축 당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먼저 든다. 건축 기술과 안전장치가 많이 발전한 지금도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 희생자가 생기는 데, 예전에는 오죽했을까?

들어가는 입구에 꽤 많은 숫자의 세면대가 야외에 노출되어있다. 기도하기 전에 몸을 청결히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근데, 기도를 하기 위한 사원은 마음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닌가?

안쪽을 돌다 보면 박물관처럼 전시해둔 것도 있고, 옛날 궁전도 있고 뭐 그렇다. 흔히 보지 못했던 모습이기에 약간의 신비로움은 준다. 그런 건 외부의 형태만 다르지 우리나라의 경복궁도 아마 외국인이 보면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난 물을 좋아해서 물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이름이 '보스포루스 해협'이라고 한다. 흑해와 마르마라 해를 잇는 이 곳은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한강도 참 크고 넓다는 생각을 했지만 여기도 겁나 크다.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를 도는데 유라시아교(일명 보스포루스교)라는 다리를 보니 '저게 길까? 남해대교가 길까? 저게 길까? 인천대교가 길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쨌든 경치는 쥐긴다. 한강 유람선을 타봤자 옆에 아파트밖에 안 보여 솔직히 실망스럽다. 그것도 매우 실망이다. 하지만 여기 유람선은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시원하다. 바다인 듯 넓은 곳이지만 멀지 않은 곳에 건물들이 보이는 걸 보니 육지가 가깝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건물들도 그리 높지 않고 주변의 경관과 꽤나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동 한 곳은 바로 시장. 난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그 지역의 재래시장에 가보는 것을 좋아하고 추천한다. 정말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진짜 그 나라, 그 지역의 채취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난 아직 가방이 도착하지 않아 꼭 사야 할 것들이 있기도 했다. 

난 평소에 마트를 쇼핑할 때도 그렇고 시장에서 장을 볼 때도 그렇고 하나의 습관이 있다. 먼저 한 바퀴를 쭉 둘러보고 그다음에 무엇을 살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는 사러가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먼저 한 바퀴를 돌아봤다.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에 비하면 매우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내가 구경하고 필요한 것을 사기에는 충분히 큰 시장이다. 대구의 팔달시장이나 칠성시장 같은 느낌? 빠른 걸음으로 대충 한 바퀴를 돌아보니 대략 10~20분 정도 걸렸다. 구석구석까지 다 들어가지는 않고 그냥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정도만 보고 걸었다. 구경도 좀 하면서 걸으면 1시간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크기다. 

역시, 시장은 볼 것이 많다. 그리고 정말 터키다운 물건들과 음식들이 가득하다. 관광지나 백화점 같은 곳은 가도 어디나 비슷하다. 하지만 시장은 달랐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밥솥보다 큰 치즈 덩어리부터, 케밥, 생선, 고기, 채소류,... 볼 거 많다. 난 이런 시장 구경이 좋다. 한참을 구경하다 내가 사 온 것은 속옷과 양말 ㅠ,ㅠ;; 그리고 몇 가지 터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짜실한 기념품들. 귀국해서 지인들에게 선물용이다. 

내가 간 이 시장이 '그랜드 바자르'라고 한다. 미국 여행전문 매체 '트레블+레저'에서 선정한 '2013년 세계 50대 관광지'에 방문객 수 9,125만 명으로 1위에 올랐다네. 1년에 9,125만 명이라... 거기 상인들 겁나 부자겠다. 


보통 터키의 음식이라 하면 케밥을 많이 떠올린다. 나도 이태원에서 케밥을 먹을 땐 그렇게 나오는 하나의 상품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다. 케밥은 그냥 고기를 이용한 모든 꼬치구이를 말하는 것이다. 작은 꼬치구이도 케밥이고, 큰 고기를 꼬치에 구워서 예쁜 접시에 내놓아도 케밥이다. 그리고 정말 맛있다. 진짜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만 이스탄불에 머물렀지만 인상은 좋은 곳이다.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했고, 고층 빌딩이 별로 없어 눈이 시원하다. 음식도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았다. 외관상으로는 중동의 어느 한 나라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터키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아시아와 유럽이 함께 있는 이스탄불이니까.

노트북을 도둑맞지만 않았어도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곳 터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