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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Jun 21. 2016

'로마'를 즐기는 7가지 인문학 여행(2)-대중교통

이탈리아 로마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환갑 때는 꼭 로마에 놀러 갈 거야.'

그래서 난 말했다. 

'그전에 가세요. 로마에서는 많이 걸어야 돼요.
정말 많이 걸어야 되는데 조금이라도 더 힘이 있을 때 가세요.'


로마는 역사가 오래된 관광지 답게 볼 것도 너무나 많고, 교통정체도 무척이나 심한 곳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고 걷는 것이 편할 때가 더 많다.

물론 버스도 많고 택시도 많다. 

로마 굴절버스
로마 2층버스
로마 2층버스

일반 대중버스도 노선이 다양하고, 굴절버스도 있다. 굴절버스는 우리 아이가 함께 있었으면 '기차 버스'라며 좋아했을 것이다. 

2층 버스도 다닌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자주 다닌다. 서울시내에서도 관광용으로 시티투어버스가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관광용이며, 버스 요금도 꽤 만만치 않다. 그런데 서울보다 훨씬 자주 다닌다. 정말 자주 마주칠 정도로 많은 2층 버스다 관광용으로 다닌다. 


택시는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중 택시도 있지만 택시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관광지라 그런지 빈 택시가 잘 보이지 않는다. '테르미니'라고 불리는 '로마 역'에서나 쉽게 잡았지 길거리에서는 빈 택시 잡기가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하긴, 서울에서도 대중교통이 거의 막차가 될 무렵이면 택시잡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요금은 기본요금이 4유로지만 할증이 빨리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이지만 로마는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심야할증 요금이 부과된다. 그리고 평일 요금과 휴일이 다르다. 당연히 휴일 요금이 조금 더 비싸다. 

그렇다고 택시 요금이 어마 무시하게 비싸지는 않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그런지 서울에서 택시 탈 때와 비교해 그리 비싸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택시가 일반 공공 택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텔에서 콜을 부르면 사설택시가 오기도 한다. 

호텔에서 불러준 사설택시

처음엔 차 위에 택시 마크가 없는 일반 승용차가 있어 놀랬지만 나름 정장을 차려입은 기사가 친절하게 응대해준다. 요금은 미리 상의를 하고 가는 것이 좋지만 딱히  그것도 의미 없을 때가 있다. 로마 시내에서 택시비가 약 30유로 정도가 나오는 위치에 호텔이 있었는데(심야 할증 기준), 아침에 다시 시내로 나갈 땐 35유로를 달라고 한다. 한 번은 미리 비용을 물어보니 25유로라고 해서 갔는데 내릴 때 되니 다시 35유로를 받는다. 왜 처음의 말과 다르냐고 물어보니 그냥 사장한테 말하라고 한다. 이 사설 택시들도 그냥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회사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택시에서 기사는 비용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할 수가 없었다. 로마에서 나폴리로 가는 비용을 물어보니 300유로를 달라고 한다. 그러면 왕복하고 현지에서 3시간 대기까지 해준다고 한다. 로마 테르미니에서 나폴리까지 고속철 요금이 왕복으로 약 90유로 정도가 되니 3명이면 이용할만한 요금이다. 하지만... 솔직히 불안한 것은 사실!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어찌 되었건 사설 택시도 생각보다는 그렇게 불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명동에서 동대문까지 가는데 5만 원 넘는 요금을 받을 정도의 바가지도 아니었다. 


시내 중심가는 오후 6시까진 일반 승용차가 진입을 할 수 없다. 교통정체가 무척이나 심해서 내려진 결정이다. 우리는 아직 남산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받는 수준이지만 서울도 언제 저렇게 정책이 바뀔지 모를 일이다. 

공용 주차장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기는 거의 하늘에 별따기 수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적지와 같다 보니 도로 확장은커녕 주차장 부지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렵다. 

강변을 따라서도 공용 주차장이 형성되어 있기는 하다.

서울에서 운전하고 다닐 때 나름 운전하기 힘든 곳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나라를 돌아다녀보면 그 생각도 바뀐다. 처음 그 생각이 바뀌었던 곳이 중국의 베이징과 항주였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국제면허증'이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지우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로마에서는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운전'을 아예 머리에서 지웠으니. 차가 밀리는 것이나 주차를 보면... 그냥 끔찍하다. 

도심 안으로 택시는 들어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냥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여러모로 걷는 것이 좋다. 

시내길은 걷다 보면 길을 건너게 되고, 신호등을 지나게 된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약간 다른 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신호등의 높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차량용과 보행자용 신호가 완전히 분리가 되어있지만 로마는 그러지 않았다. 높이도 우리나라의 보행자용 신호등과 비슷한 높이에 거의 대부분의 신호등이 있었다. 버스도 다니는 데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아 불편하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전혀!


로마가 걷기 편한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모든 것이 보행자 중심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보행자 중심이라고 말은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로마에서 듣기 어려운 소리 중 하나가 자동차 '경적'이다. 

우리는 도로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면 일단 경적부터 울린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은 더 심하긴 하다. 그런데 로마에서는 경적 소리가 거의 없다.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와도 그냥 차가 선다. 운전을 그리 얌전하게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차가 군소리 없이 선다. 경적을 울리며, 창문을 내리고 욕을 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무언가 문화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로마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혹시 저 놈이 마피아가 아닐까? 내가 욕을 했다가 보복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욕을 자제하지는 않을 것이고...


로마는 걸어서 감상하기에 너무나 훌륭한 도시이다. 
느림의 미학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걷는 곳이 올레길과 둘레길이라면, 로마는 옛 제국의 흔적을 느끼며 걷는 곳이다. 
로마 여행을 계획한다면 조금이라도 다리가 튼튼할 때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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