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로마 시내에서 운전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차량도 많고, 주차도 어렵고, 오후 6시 전에는 도심에 진입할 수도 없다.
그 말인즉! 로마에는 차가 아주 많다.
문득 로마의 자동차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주위에 다니는 차들을 가만히 지켜본 결과 약간의 특이점을 발견했다.
유독 많이 보이는 차가 있었으니 피아트와 벤츠의 ‘SMART'이다.
먼저 피아트.
FIAT. Fabbrica Italiana Automobili Torino의 줄임말로 1899년에 설립된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 업체다.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피아트 코리아가 있으며 피아트 500 시리즈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벤츠나 BMW에 비해 우리에게 친숙한 외제차 브랜드는 아니니까.
하지만 계열사의 브랜드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계열사의 승용차가 ‘란치아’, ‘알파 로메오’. 아직 낯선가?
그럼 ‘크라이슬러’, ‘지프’, ‘마세라티’는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나?
조금 더 나아가 ‘페라리’는?
이 모든 브랜드가 피아트 소속이다.
‘크라이슬러’나 ‘지프’가 의외인가?
2009년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크라이슬러의 지분 20%를 인수했다가 2014년에 완전히 인수했다.
지금은 이탈리아 1위, 세계 6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가 바로 피아트이다.
참고로 ‘람보르기니’도 이탈리아 브랜드이다.
뭐, 피아트는 이탈리아의 브랜드이니 로마에 많은 것을 이해한다고 쳐도 그 못지않게 많은 차가 바로 ‘SMART’
전장 2,695mm, 전폭 1,560mm에 불과한 2인용 소형차 SMART.
스마트라는 경차는 1998년 처음 생산되었다.
스마트 포투(Smart Fortwo)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고, 스와치와 벤츠가 손잡고 개발한 자동차다. 그래서 이름이 Swatch Mercedes Art이고 줄여서 SMART라는 브랜드가 되었다.
스마트의 광고를 보면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 보인다.
가장 큰 장점은?
그렇다. 차량의 크기다.
작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인기를 끌고 있어 보인다. 지난 2014년 말의 기사를 보면 중국에서의 인기를 예상할 수 있다.
http://www.carmedia.co.kr/ftr/139090
이 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중국은 독일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중요한 시장”이라며 “앞으로 1위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 ‘아네트 윙클러(Dr Annette Winkler) 스마트 CEO
독일은 생산하고 있는 모국이기 때문에 많이 팔리고,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폭발적인 경제 성장세로 인해 인기가 있는 지역이라면 스마트 판매의 세계 2위인 이탈리아는 왜 인기가 많은 것일까?
그 답은 로마에서 하루만 있어도 쉽게 알 수 있다.
엄청난 교통지옥에서 작은 차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로마의 차를 조금 더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로마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마을을 한 바퀴 돌아다녀 보았다.
그리고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를 보았다.
오래된 차들이 많고, 소형차가 중대형 자동차에 비해 많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나라 브랜드 차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보기 힘든 차들만 보였다.
현대의 i10은 국내 판매는 하지 않고 해외 판매만 하였으니 그것은 넘어가더라도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마티즈. 기아의 리오, 현대의 구형 엑센트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단종을 넘어 업그레이드된 신형이 나온 차들이다. 게다가 대우자동차도 있다. 특이한 점은 모두 소형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기어도 오토가 아닌 수동이 많다. 요즘 차들은 워낙 성능이 좋아져 오토와 수동의 연비 차이가 거의 나지 않지만 예전에는 연비 차이도 꽤 났다.
주유비를 보면 휘발유가 약 1.5유로, 경유가 약 1.3유로. 2016년 6월 말인 지금의 환율로 계산해보면 휘발유가 약 2,000원, 경유는 약 1,700원 선이다. 로마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도 주유소마다 가격이 다르다. 환율을 감안하여 비교해보면 체감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비싸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차를 오래 타고 다닌다.
소형차를 오래 두고 타고 다니는 것.
도심의 교통지옥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탈리아 사람들은 절약하고 우리는 낭비한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고.
몇 년 전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차량 교체 주기를 보니 5~7년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8~10년. 새 차의 기본 보증기간이나 할부기간 등의 이유로 3년 정도에 교체를 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길어진 교체 주기다.
하긴, 나도 이제 몇 달만 더 있으면 만으로 9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