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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Sep 27. 2016

아플 수 있다

철드는 이야기 #25

좀 큰 프로젝트가 하나 마무리되었다. 

최종 결과도 좋았으면 더욱 만족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런데 몸이 으슬으슬...

몸살 기운도 있고 목도 아파온다.


병원을 가니 목 안에 염증이 곯아서 치료가 꽤 걸릴 거란다. 

주사도 연속 3일째. 약도 점점 더 센 걸로 바꾸고 있다. 


힘들어하는 내 얼굴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나도 웃으며 대답한다. 

'걱정은 안 해요. 다만 불편할 뿐이죠.'


어제는 3일 분의 약을 처방해주며 이 약을 다 먹으면 그때 경과를 보자고 한다. 

그 말에도 일부 마음이 놓인다. 

어찌 되었건 매일 주사를 맞을 정도보다는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일 테니까.


문득 옛 생각이 난다. 


결혼하기 전 혼자 자취를 할 때 이렇게 아플 때가 있었나?

그때는 어땠을까?


지난 10년 정도의 자취생활을 떠올려보았지만 잘 생각나질 않는다. 

왜 그럴까? 


잠시 생각해보니 그때는 아플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아파도 누가 관심을 가져줄 수도 없고, 생활이나 일이나 모든 것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을 해야 했다. 

그러니 아프면 무조건 나만 손해다. 

아마... 좀 아팠어도 끝내 아프지 않은 척하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아프지 말아야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정신적인 최면을 걸며 살아온 날들이란 생각도 든다. 


우리는 누구나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추고 살아야 한다.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 그 피해가 나에게 부메랑 되어 돌아올까 두려워서.

부정하기 싫은 현실...

난 그것이 슬프다. 


이제는 옆에 가족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인 것일까?

아플 땐 아프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몸은 아프지만 마음이 가볍다. 

물론 아파서 아이랑 잘 놀지도 못하고, 임신한 마나님 수발도 잘 들지 못하는 것은 미안하다. 

그렇지만 난 지금

아플 수 있어서 좋다. 


약 먹여주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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