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드는 이야기 #25
좀 큰 프로젝트가 하나 마무리되었다.
최종 결과도 좋았으면 더욱 만족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런데 몸이 으슬으슬...
몸살 기운도 있고 목도 아파온다.
병원을 가니 목 안에 염증이 곯아서 치료가 꽤 걸릴 거란다.
주사도 연속 3일째. 약도 점점 더 센 걸로 바꾸고 있다.
힘들어하는 내 얼굴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나도 웃으며 대답한다.
'걱정은 안 해요. 다만 불편할 뿐이죠.'
어제는 3일 분의 약을 처방해주며 이 약을 다 먹으면 그때 경과를 보자고 한다.
그 말에도 일부 마음이 놓인다.
어찌 되었건 매일 주사를 맞을 정도보다는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일 테니까.
문득 옛 생각이 난다.
결혼하기 전 혼자 자취를 할 때 이렇게 아플 때가 있었나?
그때는 어땠을까?
지난 10년 정도의 자취생활을 떠올려보았지만 잘 생각나질 않는다.
왜 그럴까?
잠시 생각해보니 그때는 아플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아파도 누가 관심을 가져줄 수도 없고, 생활이나 일이나 모든 것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을 해야 했다.
그러니 아프면 무조건 나만 손해다.
아마... 좀 아팠어도 끝내 아프지 않은 척하고 지냈을지도 모른다.
아프지 말아야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정신적인 최면을 걸며 살아온 날들이란 생각도 든다.
우리는 누구나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추고 살아야 한다.
상대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 그 피해가 나에게 부메랑 되어 돌아올까 두려워서.
부정하기 싫은 현실...
난 그것이 슬프다.
이제는 옆에 가족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인 것일까?
아플 땐 아프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몸은 아프지만 마음이 가볍다.
물론 아파서 아이랑 잘 놀지도 못하고, 임신한 마나님 수발도 잘 들지 못하는 것은 미안하다.
그렇지만 난 지금
아플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