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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Oct 26. 2016

푸드코트에서

철드는 이야기 #30

오래간만에 아이랑 대형마트에 갔다. 

쇼핑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가락국수를 먹으려 푸드코트로 갔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고,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잘 먹던 아이가 먹는 것을 멈추고 대각선으로 옆에 있는 테이블을 본다. 

왜 그럴까?

나도 고개를 돌려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딸아이와 엄마가 앉아있다. 

엄마의 손에는 음식이 다되었음을 알리는 알림판이 진동을 하며 붉은 불빛을 내고 있지만 아이의 엄마는 무슨 생각인지 멍하니 바깥만 본다. 

우리 아이는 왜 음식을 가지러 가지 않는지 궁금해서 쳐다본다. 

아이의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니 "이제 간다"라며 다시 먹는다. 


이제 내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시작된다. 


그쪽에서 주문한 음식은 떡갈비로 보인다. 1인분.

잠시 후 작은 딸로 보이는 유치원생 정도의 다른 아이가 와서 자장면은 왜 없냐며 울먹인다. 

사실 작은 딸도 있는지 몰랐다. 

우리가 바라본 지 한참 동안 작은 딸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작은 딸이 자장면을 달라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주방의 이모님은 혹시 주문했는데 빠진 것인가 싶어 아이에게 확인해보지만 제대로 확인이 될 리 없다. 

아이의 엄마는 어느새 보이지 않고 큰 딸로 보이는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가 동생을 데리러 온다. 

언니에게 떼를 쓴다. 

푸드코트 밖으로 도망가며 자장면 달라며 떼를 쓴다. 

언니는 익숙한 듯 내버려두었다가 달랬다가 알아서 한다. 

우리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그 상황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엄마나 아빠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먼저 쇼핑을 하러 갔나?

처음엔 화장실에 간 줄 알았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아니면 심각한 변비였을까??


아무리 높게 잡아도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정도의 아이가 동생을 달래고 얼르는 것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그렇게 아이들만 두고 자리를 장시간 비우는 것은 옳지 않다. 

집 앞의 단골 식당에서 주인에게 말을 하고 비우는 것도 아니고 대형마트의 푸트코트에서!


만약의 사고, 불의의 사고.

시작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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