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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Dec 27. 2016

걱정과 보호 사이

철드는 이야기 #33

겨울이라 밖은 춥지만 아이들은 나가서 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마구마구 떠오르는 것이 바로 실내 놀이터!

키즈카페를 찾기도 하고, 큰 전시장의 대형 행사장을 찾기도 한다. 

우리도 얼마 전부터 킨텍스에서 겨울 내내 진행하고 있는 대형 실내놀이터를 이용한다.

올해는 시즌권으로!


아이와 함께 놀던 중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다섯 살 아이가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섯 살 '홍길동' 아이의 부모는 안내데스크로 와주세요"


첫 번째 드는 생각은 '다섯 살이면 우리 애랑 동갑인데 부모가 만약의 일에 대비해 교육을 잘 시켰구나'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생각은 '애가 혼자 울고 있어서 다른 어른이 데려다준 것이 아닐까?'


이후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면 아이는 부모를 다시 만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또 하나의 생각이 맴돈다. 

'다섯 살인데 부모가 어쩌다 아이와 떨어져서 혼자 남게 되었을까?'


키즈카페는 공간이 많이 넓지 않아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리에 앉아 있는다. 

아이가 놀다가 돌아오기도 쉽다.

하지만 이런 대형 행사장은 넓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의 곁에서 함께 있는다. 

아이가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어쩌다 혼자 남게 되었을까?


블록놀이를 하던 중 바로 옆자리에서 한 아이가 엄마를 애타게 찾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전에는 다른 아이가 놀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른 집으로 자리의 주인이 바뀌었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잘 놀고 있었고 나의 관심은 자꾸 옆자리로 향했다. 

아내와 얘기했다. 

'잠시만 더 지켜보고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바로 안내데스크로 데려다 주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까.

1분, 2분이 지나도 애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는 거의 울기 직전이고 엄마를 찾는 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다시 마음의 갈등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아이의 엄마가 나타났다. 

'우리 아기, 안 울고 잘 있었네.'

엄마가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두고 다녀온 모양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엔 아이가 둘이어서 급하게 다른 아이를 챙기느라 어디 다녀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조차도 딱히 용납되지 않는다. 

보호자로서 어떤 이유라도 어린아이를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이가 하나인지 둘인지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나뉘어서 놀고 싶다고 해도 아이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보호자가 있는 곳에서만 놀게 해야 한다. 

즉, 보호자는 어떤 경우라도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경우에도!!


물론 앞에서 기다리는 것만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함께 아이와 놀고 있는 부모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아빠다. 

거대한 튜브 공간에서 아이들이 방방 뛰면서 놀 수 있는 것이 있다. 

일명 '방방이'

중간에 구조물도 있고 작은 슬라이드도 있어서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특히나 야시장이 열리면 아이들이 엄청 몰리는 인기 아이템이다. 

킨텍스의 대형 놀이터에는 크게 세 가지로 분리를 했다. 

100cm 이하, 100cm~120cm 사이, 120cm 이상

방방 뛰면서 놀다 보면 서로 부딪힐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분리한 것으로 보인다. 

매우 칭찬할 일이다. 

몸무게의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상대적으로 무게가 작은 아이들이 튕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최 측의 의도를 완전히 뭉게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빠들이다. 

방방이 위에서 아이들하고 신나게 뛰어다닌다. 

물론 자신의 아이하고만 논다. 

숨도 헐떡거리고 땀까지 흘리면서.

아이와 함께 노는 아빠한테 왜 딴지냐고?

그 공간은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다. 

안전상의 이유로 아이들마저 키를 분리해 놀이공간을 분리시켰는데

아이들보다 훨씬 덩치가 큰 아빠들이 휘젓고 다니면 어떻게 될까?

본인 아이의 안전을 챙기고 함께 놀아주기 위해서 정작 다른 아이의 안전에 큰 위험요소가 되었다. 

높이 1m 남짓되는 작은 슬라이드에 굳이 아빠가 같이 내려올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내려와서 아래에 있는 아이와 부딪혀도 그냥 지나간다. 

구조물 주위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데 자신의 아이와 술래잡기한다고 마구 뛰어다니느라 그 충격으로 다른 아이가 어른에게 부딪힌다. 그 애아빠는 얘가 왜 부딪힐까 생각하겠지만 원인은 자신이다. 

아이가 다칠까 걱정이 되어서 보호하기 위해 옆에 있는가?

그렇다면 좀 거리를 두고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

아이의 입장에서도 바로 옆에 엄마와 아빠가 있다면 굳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려고 하지도 않게 된다. 


아이들끼리는 처음 봐도 금세 친해진다. 

하지만 어른들이 가로막고 있다. 

작은 마찰도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있다. 

아니,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주 소소한 문제도 모두 엄마 아빠가 해결해주길 바란다. 


아이가 걱정되는가?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가?


무엇이 진짜 걱정되고,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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