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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May 24. 2017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 영화 참 잘 빠졌다. 분명 한국 배경에 한국 배우들인데 왠지 외국 영화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듯 하다. 흔한 신파와 통속에 빠져들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만의 '스타일'을 유지해 가는 까닭일 것이다.


임시완은 그동안의 반듯한 외모와 비슷한 연기에 슬슬 질려갈 때쯤 이번 영화에서 반들반들한 얼굴과 태연한 배짱으싱싱한 물고기처럼 퍼덕인다. 느와르 장르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체격과 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교도소에서 거친 몸싸움을 해대는 임시완을 보는 것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설경구의 무게감과 존재감은 여전하다. 외롭고 거칠게 자라온 한 사내는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조직의 거물이 되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해치지만 마음 한편에선 사람을 믿고 싶어했던 갈망을 간직한 인물이다. 단단하고 두꺼운 껍질 안에는 자기도 알지 못하는 새, 이런 생활을 멈추고 사람의 온기에 머무르고픈 갈망이 있었다.


서로 속고 속이는 머리 싸움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싶었던 두 남자의 타이밍은 그만 어긋나고 만다. 하지만 관계의 끈끈함과 허무함에서 오는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잔향이 오래 남지는 않는다. 역시 적절한 감정조절과 몇 번의 반전, 묘하게 쓸쓸한 배경과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된 '스타일'이 쉬이 관객이 감상에 빠져있도록 두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영화 <불한당>은 머리와 눈이 꽤나 즐거운 오락영화에 머무른다. 관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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