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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Jun 19. 2017

영화 <하루>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사 준영(김명민)은 딸 은정(조은형)의 생일에 맞춰 한국으로 귀국을 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가는 도중 대형 교통사고로 딸을 잃고 충격에 빠진다. 슬픔과 충격을 뒤로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딸이 죽기 2시간 전 비행기로 돌아가 있다. 반복되는 '하루'에서 딸을 살리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 하는 준영은 자신처럼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의문의 남자 민철(변요한)을 만난다.


타임 루프(Time Loop, 주인공이 특정 시간대를 반복해서 경험하는 SF장르)물은 언젠가부터 쏟아지는 비슷한 스토리라인의 작품들로 인해 신선함을 잃어 버린지 오래다.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라고 하면 바로 흥미가 반감될 정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영화 <하루>는 그동안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았던 수많은 영화들과는 달라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무리수를 던지기보다는, 논리적 개연성을 꽤 만족시켜가며 사건의 반복을 통해 이야기를 변형하고 완성된 엔딩으로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두 남자의 상반된 입장과 그들이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간여행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영화 <하루>는 관객들에게 '당신이라면?' 이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하지만 우리들이 상황에 몰입하며 질문을 받아들이기에는 영화 속 사건들은 지나치게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다. 짧은 러닝타임과 타이트한 연출이 초중반까지는 분명히 매력적이었으나, 반복되는 에피소드에 관객은 점점 지쳐간다. 캐릭터를 논리적으로나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과정도 건너뛰고, 심리 묘사나 의식의 성장도 없이 "내 딸을 살려야 해!" "내 와이프를 살려야 해!"라고 하는 과한 감정으로(하지만 두 배우 모두 좋은 연기로 불편하지는 않다) 관객들에게 호소할 뿐이다.


좋은 연기력과 각본을 보는 선구안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항상 명민좌가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내겐 말이다. 어쩌면 조선명탐정에서처럼 힘을 뺀 그의 모습을 우리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닐까? 싶다.


ps. 영화 내내 복잡 미묘했던 감정이 급기야 "아기 이름은...?"이라는 대사가 나올 때는 참을 수 없었다. '올해 최악의 대사' 상은 의심할 필요 없이 영화 <하루>에 줘야만 한다. 분명 '하루' 가 아닌 2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저 대사를 위해 만든 제목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 이번 리뷰는 제가 사정상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해, 신랑이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필명 '구수소년'의 리뷰 많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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