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창업보다 폐업이 더 어려운 법-1
우리가 플랫폼의 마무리 단계를 작업하고 있을 때부터 AI에 대한 뉴스로 세상은 들썩이고 있었다.
AI가 해낼 수 있는 일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자 자신이 없어졌다.
웬만한 오피스 워크뿐만 아니라 디자인, 네이밍, 문서작업 심지어는 미술과 음악, 영상과 같은 창작 분야까지 척척해냈다.
지식인에 여러 가지 문의를 올리면 되던 문제들도 AI에게 물어보는 것이 훨씬 전문적이고 빨랐다. 프리랜서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되던 많은 일들이 ChatGPT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인류가 오랜 시간 갈고 닦아야 도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영역을 AI는 단 몇 초 만에 제공한다.
기존 플랫폼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이제 아웃소싱 업계뿐만 아니라 정보와 지식의 공유 플랫폼 전체가 AI에 의해 대체될 위기에 처하는 장면을 맞닥뜨린 것이다.
아직은 오답이 많고 서툴러 보이긴 했지만 완벽한 단계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나를 괴롭혔던 코딩도 이제는 누구나 AI로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빵잡 플랫폼이 실패하더라도 어떤 형식으로든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던히 쌓아올린 역량과 시간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판이었다.
수풀을 헤치고 강을 건너 달려온 길 끝에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
챗 지피티에 물어보면 단 몇 초 만에 필요한 그림과 디자인, 글,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번거롭게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서 아이디어를 얻으려 하겠는가?
이제 와서 다시, 이 플랫폼이 유용한가, 승산이 있겠는가라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타 플랫폼이 고민 대상이 아니었다. AI라는 거대한 시대적 혁신 앞에 우리는 한 마리 개미처럼 얼어붙었다.
이제 신나게 플랫폼을 알리고 마케팅 할 일만 남았는데…, 본격적인 홍보에는 얼마간의 자금 투자도 필요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자금을 마케팅 비용에 쏟아부었다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말 알거지가 될 판이었다.
몇 날 며칠을 생각해 봐도 이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나 혼자만의 머리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빵잡인데!
그러려면 많은 분들이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셔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또 그 이전에 많이 알리는 것이 우선이니 홍보 마케팅에 매진해야 한다. 그야말로 쳇바퀴 돌듯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정부 지원 사업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디자인·콘텐츠 융합 창업 지원이었다. 1차 서류에 합격하고 2차 프레젠테이션에서 떨어졌다. 완성된 빵잡을 내세워봤지만 이미 한물간 아이템으로 취급받았고 관심을 끌지 못했다.
힘이 빠진다. 자신이 없어졌다. 마케팅을 할 것인가에 대한 마지막 가늠자였던 만큼 지원의 결과로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듯 했다.
아니다. AI도, 지원 사업도 모두 사업을 진행할 수 없을 거라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가리기 위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역량은 이미 예전에 판가름 났다. 우리는 이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미루고 미뤄왔던, 언제가 이런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사실. 이제는 실패를 선언해야 한다는 마지막 카드가 현실 앞에 다가온 것이다. 씁쓸한 자아비판이 냉랭한 집 안에 숨죽여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