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by Step #2

2화 #콜드스테이지 #08

by 생각

11. 1993년 / 유일그룹

진영이 프레젠테이션 중이다.

헌과 방우가 진영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다.

방우 옆에 골프 가방이 놓여 있다.

테이블 상석에 방석이 보인다.


진영

내년에 제2이동전화사업자가 선정될 겁니다.

당분간 저희와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겠죠.

그리고 곧이어 PCS 방식의 사업자도 등장할 겁니다.


리모컨을 누르는 진영.

장표에 황금알 사진이 보인다.


진영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할 겁니다.

분명히 수십 년 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겁니다.


다시 리모컨을 누르는 진영.

장표가 바뀐다.


장표

速度


다시 장표가 바뀐다.


장표

(배경 사진에 헬리혜성이 보인다)

속도


진영

광고가 모든 것을 좌우할 겁니다.

속도가 핵심경쟁력입니다.

무조건 빨라야 합니다.


장표가 바뀐다.


장표

E.O.D


진영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방석이 뾰로통한 표정이다.

헌이 진영을 보며 엄지를 척- 올린다.

흐뭇한 표정의 방우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방우

질문받겠습니다.


임원 한 명이 손을 든다.


방우

네, 말씀하시죠.


임원

컨설팅 보고서 잘 봤습니다.

3년 후,

아니 5년 후까지의 시장이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제가 궁금한 건..


방석

왜 광고로 귀결되는 거냐고?


말을 하다가 방석을 보는 임원.

방석을 노려보는 방우.

피식- 웃는 진영.


방석

그래 백번 양보해서 좋았다고 쳐.

그런데 결론은 광고에 돈을 더 쓰라는 거자나?


임원

그건 보고서 말미에 쓰여있듯이..


방석

(말을 끊으며)

당신이 대행사 임원이야?

뭐 받아먹었어? 왜 오지랖이야 오지랖은.


뻘쭘한 표정의 임원.

진영이 마이크를 잡는다.


진영

칼 끝을 쥐고 칼을 휘두를 수는 없으니까요.


모두의 시선이 진영에게 쏠린다.

미간이 찌푸려지는 방석.


방석

뭐?


진영

(차분하게)

진짜 칼.. 잡아 보셨습니까?


방석

뭐라구?


방우 옆으로 가서 골프백을 여는 진영.

골프백에서 장검을 꺼내 든다.

흑빛이 되는 임원들의 표정.

의미심장한 표정의 방우.

눈을 감는 헌.


진영

(한 손으로 칼을 잡고 천천히 움직이며)

칼자루를 잡아야 시장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그런 진영의 칼을 보는 모두의 시선.

갑자기 칼집에서 칼을 빼서 방석 쪽으로 겨누는 진영.


진영

(단호하게)

잡을 수 있겠습니까?

휘두를 수 있겠습니까!


무표정한 진영.

떨리는 방석의 표정.




12. 필립앤더슨 휴게실 / 오후

경민이 커피를 타고 있다.

경민 뒤 홈바에 지은이 앉아서 이야기 중이다.

뜨거운 물이 담긴 컵에 손가락을 빠뜨리는 경민.


경민

(손가락을 입에 넣으며) 헉! 아뜨뜨..


지은

뭘 그리 놀래?


경민

(손가락으로 귀를 잡은 채 종이컵을 지은에게 건네며)

피티에 진검을 가지고 갔다구요?

그리고 그걸 진짜로 꺼냈구요?


지은

(커피를 한 입 마시고 인상을 좀 찡그리며)

좀 짜다..

(경민을 보며) 어 진짜야.

꺼낸 정도가 아니라 겨눴다니까?


경민

클라이언트가 그냥 있었어요?


지은

원래 겁 많은 개가 으르렁대는 법이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지은과 경민.




13. 기획무대 / 아침 (10.에 연결)

혜성과 금익의 앞에 두꺼운 보고서가 놓여 있다.


진영

너희가 봤던 건 요약본이니까, 이걸로 정독하도록 해.

시간이 없다. 내일까지 보고,

주말에 각자 컨셉 발표하도록.


일어서서 가방을 챙겨 나가는 진영.


cut to


책상에서 보고서를 보는 혜성.

표지의 제목이 보인다.


표지

한국 이동통신 시장분석 및 유일통신 광고전략 제안

- 유일기획 -


머리에 손을 올리며 끄응- 하는 표정을 짓는 혜성.


혜성_Na

공부가 싫어서 음악을 한 건데..

직장에서도 공부를 하라네..

돈 벌기 힘들다.. 끙..




14. 과거 / 혜성의 집 / 저녁

혜성이 헤드폰을 쓴 채 자고 있다.

혜성의 방문이 열린다.

혜성 부친이 빼꼼하고 혜성을 본다.

문을 조용히 닫는 혜성 부친.

방문 밖에 서있는 혜성 모친.


혜성 부친

(수화) 하루 종일 자고 있는 거야?


혜성 모친

(수화) 어제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


혜성 부친

(수화)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cut to


식탁에 혜성, 혜성 부친, 혜성 모친이 앉아 있다.

부시시한 모습의 혜성.


혜성 부친

자~ 먹자~

먹어야 힘내지.


혜성

(수저를 힘없이 들며)

나 밥맛 없어..

음악 하기 힘들다..


밥그릇을 깨작대는 혜성.


혜성 부친

세상에 안 힘든 게 어디 있어.

어여 먹자.


고개를 처박고 밥을 깨작대는 혜성을 물끄러미 보는 혜성 부친.


혜성 부친_Na

혜성아, 아빠도 돈 벌기 힘들어.

그래서 공부.. 아니다.

너라도 하고 싶은 거 해야지.




15. 장례식장 / 저녁 (1화 5.에 연결)

혜성 부친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혜성이 아빠의 영정을 보며 멍하니 서있다.




16. 기획무대 / 저녁

혜성이 인상을 찡그린 채 보고서를 보고 있다.

혜성의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배를 손으로 가리는 혜성.


금익

(고개를 빼꼼 내밀며) 어디서 밀림의 북소리가?

부사수님, 밥 먹고 할까?


혜성

(표정이 밝아지며) 넵!


cut to


간이 테이블에 백반이 놓여 있다.


금익

드십시다.


허겁지겁 밥을 먹는 혜성.


cut to


깔끔하게 비워진 백반 그릇들.


혜성

(뒤로 몸을 젖히며) 끄어억..


금익

거 좀 조신.. 아니 기품을 좀..


혜성

(자세를 고치며) 죄송합니다..


금익

밥은 내가 냈으니까 커피는 혜성 씨가 콜?


혜성

넵! 끄억..


입을 가리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탕비실로 가는 혜성.


cut to


깨끗하게 치워진 테이블에 커피 두 잔이 놓여 있다.

커피가 가득 차서 찰랑대는 커피 잔.


금익

(커피 향을 맡으며)

흠.. 기품의 양이 좀..


혜성

죄송..


금익

아니 됐어요.

보고서 다 읽었어요?


혜성

네, 대충 한번 훑긴 했는데요..


금익

어렵죠? 본인 전공도 아니고?

그럴 땐 본인이 잘 아는 관점으로 보면 돼요.


혜성

잘 아는.. 관점이요?


금익

음악 했다고 했죠?

보고서가 교향악 악보다, 뭐 이렇게 한번 생각해 봐요.


혜성

제가 락만 해서..


금익

헐.. 이리 꽉 막힌..

휴.. 역시 사수의 길이란 멀고도 험하구나..


혜성

죄..


금익

앞으로 죄송이란 말 금지!


혜성

네..


금익

내가 락은 잘 모르지만..

혹시 심포닉 메탈이라고 몰라요?

엑스 재팬이 시작한?


혜성_Na

심포닉 메탈?




17. 유일아트센터 / 정오

화려한 공연장 외관이 보인다.

외관 벽에 서예로 쓴 현판이 붙어 있다.


현판

Art is Life

- 유일아트센터 -




18. 유일아트센터 실내 / 정오

텅 빈 객석에 음악이 흐른다.

무대는 레스토랑처럼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제일 앞줄 중간 객석에 한 사람이 혼자 앉아 있다.

눈을 감고 음악에 취한 것처럼

고개를 움직이는 뒷모습.

음악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벌떡 일어서서 지휘자처럼 손을 흔드는 사람.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 음악이 멈추자 뒤로 돌아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멈춘다.

땀방울이 맺혀 있는 이마, 방석이다.


방석

(거친 호흡소리) 후우.. 후우..


박수 소리

짝짝짝


뒤에서 박수소리가 들린다.

지은이 방석을 보며 박수를 친다.


방석

어? 너 언제 왔어?


지은

아까요~ 취미 여전하시네요?


방석의 비서가 쪼르륵- 달려와

방석에게 손수건을 건넨다.


방석

(손수건을 받아 땀을 닦으며)

몸매 여전하네~ 혼자 온 거야? 매눈깔은?


시계를 보는 지은.


지은

아직 5분 남았네요.


수건을 뒤로 던지는 방석.

손을 위로 올려 박수를 짝짝- 친다.

수건이 천천히 무대 위로 떨어진다.


cut to


무대 위 테이블 한쪽에 나란히 앉아 있는 지은과 방석.

웨이터 복장을 한 사람들이

테이블에 음식을 서빙 중이다.

공연장 문이 열린다. 빛이 새어 들어오는 객석.

진영이 문 앞에 서있다.


지은

(손을 들며) 진영~ 여기~~


cut to


진영이 지은과 방석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다.

진영 앞의 물 잔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방석

(포크와 나이프로 고기를 자르며)

회사 차렸다며? 진작 연락하지 그랬어?

내 회사 몇 개 그냥 맡아도 되는데..

(고기를 입에 넣으며) 송아지 연하네.

(나이프를 진영 쪽으로 들며) 좀 들어~


나이프를 노려보는 진영.

그런 진영을 보고 나이프를 보는 방석.


방석

(나이프를 흔들며)

왜? 기분 나뻐?

이건 4년 전에 비하면 장난이지. 안 그래?


진영

일 이야기하시죠.

조건은?


방석

역시.. 프로는 프로네.

절대로 흔들리지를 않으셔, 누구처럼.


물 잔에서 물이 또르르- 떨어진다.




19. 유일기획 방우의 방 (7.에 연결)

양주잔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줄시계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방우.

노크소리가 들린다. 헌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유일통신 킥오프 마쳤습니다.


방우

(줄시계를 닫고 안주머니에 넣으며)

그래 잘했겠지. 술 한 잔 할까?




20. 유일아트센터 실내 (18.에 연결)

깨끗하게 비워진 방석의 접시.

웨이터가 차를 들고 와서 세팅한다.


방석

조건은 그게 다야. 할꺼야?


지은

손해 볼 건 없어 보이지만..


방석

지만?


지은

아뇨.. 재미있겠네요.

저야 뭐 이번 게임은 관객 모드니까.


방석

최종 2팀이 공개석상에서 진검승부 하는 거야.

(진영을 보며) 어쩔꺼야?

테이블 아래 진영의 손에 리모컨이 들려 있다.

리모컨을 쥔 손이 떨린다. 리모컨을 꽉 쥐는 진영의 손.


cut to


무대 위 테이블에 진영과 지은이 마주 앉아 있다.


지은

괜찮겠어?

나도 이런 조건일 줄은 몰랐어.

그래도 비즈니스적으로 손해 볼 건..


진영

칼 춤 한번 추지 뭐.

용병이잖아 어차피.


F/B. 1993년 / 유일그룹 (11.에 연결)

칼집에서 칼을 빼서 방석 쪽으로 겨누는 진영.


진영

휘두를 수 있겠습니까!


out


지은

그런데 그 칼 지금 어디 있어?


진영


진영이 리모컨을 돌린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