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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Aug 01. 2023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봄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by 영화 <기생충> 中


기우처럼 기웃대다

2019년 6월. 처음 박 사장네 집을 방문하던 영화 <기생충>의 기우처럼, 나도 한 영화 시상식을 찾았다. 어디서 들어는 봤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던 춘사영화제. 영화 <아리랑>을 만든 춘사(春史) 나운규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기리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배우 조여정, 주지훈, 이정은, 전여빈, 진기주 그리고 감독 봉준호. 낯선 공간에서 만난 화려한 풍경이었다.


시상식은 혼자 가면 어색하다. 2시간 넘게 박수를 치는 일이 영 익숙지가 않았다. 이제는 누구나 알지만, 2019년은 영화 <기생충>의 해였다. 제24회 춘사영화제의 스타도 당연히 기생충이었다. 각본상, 여우조연상, 여우주연상 그리고 그랑프리인 감독상까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온 기생충은 춘사의 밤을 물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 해 오스카 제패를 위한 예행연습이었을까?


시상식이 끝나고 영화의 제작자도 만날 수 있었고, 봉준호의 밤 행사에도 초대받아 수상자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도 얻었다. 기우의 꿈처럼 달콤한 추억이었다.



가족의 이야기

기생충은 가족의 이야기다. 우연히 한 지붕 밑에 살게 된 세 가족의 코미디 같은 비극. 사업에 실패하고 반지하에 살던 기택네 가족은 아들 기우를 시작으로 박 사장네 지붕 밑으로 스며든다. 아빠, 엄마, 아들, 딸 모두가 위장 취업에 도취되어 있던 어느 날, 그들보다 먼저 기생하고 있던 문광의 가족을 만나며 사건은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큰 비와 함께 나름대로 평화롭던 세 가족의 운명은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봉준호 감독의 가족은 어떤 분들일까. 그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알려진 박태원 작가의 외손자다. 아버지는 국립영화제작소 미술실장을 지낸 故 봉상균 교수로 코카콜라 한글 로고를 만든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다. 형은 서울대 영문과의 봉준수 교수, 누나는 패션디자이너 봉지희 교수이며 그의 아들인 봉효민도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예술은 유전되고, 전이된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영화와 연결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거쳐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고, 어떤 필모그래피로 성장하였는지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의 재능은 물려받은 것일 수도 있고, 좋은 환경을 만나 꽃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란 네가 누구 핏줄이냐가 아니야. 네가 누구를 사랑하느냐는 거야"라는 트레이 파커의 말처럼, 그가 무엇을 사랑하며 살았는지가 봉준호라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아닐까.



햇빛 잘 드는 수상소감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은 한 마디 한마디가 큰 울림을 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한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소감.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소신 발언. 그리고 저는 오늘 새벽까지 술을 마실 준비가 되었다는 위트 넘치는 솔직함까지. 그의 춘사영화제 수상소감은 어땠을까?


프랑스 칸에서 상을 받은 후 기자회견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상을 받은 것이 아니고 100년간 한국영화의 많은 거장감독들이 계셨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영화를 공부하면서 제가 존경하던 감독님들이 다 눈앞에 계신 상태에서 받은 상이라서 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이두용 감독님, 배창호 감독님, 정진우 감독님.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좋은 곳에 트로피를 세우겠습니다. by 봉준호


존경할 줄 알고, 연결할 줄 아는 사람. 춘사가 내게 보여준 봉준호는 그런 감독이었다. 봉준호 감독을 만난 그 해 여름, 나는 춘사영화제와 총감독의 인연을 맺게 되었고, 다음 해 아카데미를 제패하고 돌아온 봉준호 감독은 춘사영화제 역사상 최초로 백학상(白鶴賞)을 수상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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