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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Aug 01. 2023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배우를 봄니다.

사람은 인격이란 게 있고, 국가는 국격이란 게 있어. by 영화 <남산의 부장들> 中


클라이맥스를 넘어서

춘사영화제는 매년 사월에 개최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름에 봄(春)을 품기도 했고, 봄을 대표하는 시상식이라는 전통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5회 춘사영화제는 시기를 결정하는 일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팬데믹 때문이었다. 2019년 11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쳤고, 다음 해 2월부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동됐다. 총감독이 되고 처음 치르는 행사부터 위기상황이 연출됐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단계를 클라이맥스라고 한다. 우리의 상황이 그랬다. 결국 영화제 집행부는 시상식을 6월로 연기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시상식의 날짜가 바뀌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후보작의 범위를 변경해야 한다는 점이다. 후보작은 보통 1년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주기가 바뀌면 후보도 바뀌고, 당연히 결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언제나 갈등은 최고조를 찍어야 마무리되는 법이다. 다행히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행사는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2020년 6월 19일. 25회 춘사영화제는 롯데 시그니엘 호텔에서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가장 모범적인 방역 시상식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이병헌 배우를 만났다.  



욕망에 관한 이야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우민호 감독의 욕망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이다. 영화는 1979년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행하기까지의 40일간의 암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병헌 배우는 극 중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할로 크게 호평받았다. 그가 보여준 점점 몰락하는 이인자의 내면연기는 후반부에서 클라이맥스로 터진다. 평단은 이병헌 연기의 최고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5회 춘사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병헌은 드라마 <내일은 사랑>으로 청춘스타가 되었고, <공동경비구역 JSA>, <달콤한 인생>,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에 출연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로 우뚝 섰다. 이후 뵨사마로 불리며 한류열풍의 주역이 되었고, 2009년 모든 배우가 꿈꾸는 할리우드까지 진출한다. 그는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시상자로도 선정되면서, 오스카의 레드 카펫을 처음으로 밟은 한국 영화인으로 기록되었다.


그의 필모에서 욕망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어떤 욕망이 지금의 이병헌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곽도원은 이병헌에 대해 "다른 배우들은 연기할 때 일상생활에서의 모습이 비치기 마련인데 이병헌은 그런 게 안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분명 그에겐 특별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숨어 있다. 그리고 어쩌면 숨은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따뜻했던 레드카펫

내가 만난 이병헌 배우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25회 춘사영화제의 히어로는 이병헌 배우였다. 행사장에 일찌감치 도착한 그는 레드카펫의 마지막을 걷는 영광을 다른 후보에게 양보했다.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시상식 레드카펫의 순서를 결정하는 일은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나의 첫 레드카펫 행사는 그의 배려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후보에 오른 분들의 연기도 너무나 훌륭했고 특히나 '남산의 부장들'에서 함께 연기하고 호흡을 맞췄던 이성민, 이희준, 곽도원, 김소진은 제가 좋은 영향을 받았던 정말 좋은 배우들입니다. 혼자 상을 받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모두들 너무나 긴 시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이런 영광이 제게 오니까 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정말 오랫동안 쉬다가 신작 '비상선언'이라는 작품을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건강하게 얼른 극장에서 관객들하고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십시오. by 이병헌


힘을 주는 배려가 넘치는 사람. 춘사가 내게 보여준 이병헌은 그런 배우였다. 그는 현재 세계가 기다리는 화제작 <오징어게임 시즌2>를 촬영 중이다. 이병헌 배우는 <오징어게임 시즌1>의 프론트맨으로 특별출연했었다. 영화 <남한산성>을 함께 했던 황동혁 감독과의 인연이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는 대종상영화제 총감독이 되었고, 그와의 인연은 대종상 시상식으로 이어진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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