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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Aug 01. 2023

나를 찾아줘

이영애 배우를 봄니다.

아이를 찾으러 왔어요. by 영화 <나를 찾아줘> 中


배우라는 가면

춘사영화제는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그래서 춘사에는 작품상이 없고, 그랑프리도 대상이 아닌 감독상이다. 감독들이 수여하는 상인만큼, 배우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감독만의 특별한 시선이 투영된다. 영화에 있어 배우와 감독의 관계는 매우 협력적이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연주자처럼, 배우는 감독의 예술적 비전을 연주하고 감독은 배우의 개성을 지휘하며 특별한 관계를 형성한다.


감독과 배우의 특별한 관계를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른다. 페르소나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말하는데, 영화계에서는 감독의 영화 발자취에 늘 함께 해온 분신 같은 배우를 뜻한다. 미국에선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니로, 크리스토퍼 놀란과 킬리언 머피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페르소나 관계로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 배우 등이 있다.


모든 시상식의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25회 춘사영화제의 여우주연상 부문은 그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82년생 김지영의 정유미 배우, 윤희에게의 김희애 배우, 유열의 음악앨범의 김고은 배우, 엑시트의 윤아 배우 그리고 나를 찾아줘의 이영애 배우.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쟁쟁한 다섯 분의 여배우가 하나의 트로피를 두고 팽팽하게 경쟁했고, 결국 수상의 영예는 이영애 배우에게 돌아갔다.



간절한 기다림

배우 이영애,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이미 산소 같은 여자로 CF 업계의 스타였고,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류열풍을 폭발시킨 장본인. 하지만 그의 영화 인생은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1997년 영화 데뷔작인 <인샬라>는 흥행에 참패했고,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비로소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2005년 운명처럼 다시 만난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이영애는 다시 최고가 되었다.


하지만 금자씨 이후 스크린에서 이영애를 찾을 수 없었다. 무려 14년의 기다림. 영화 <나를 찾아줘>는 이영애 배우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모두가 기다렸던 배우. 영화의 제목도 간절했다. 그런 기운이 통했던 걸까? 그 해의 춘사는 영화 <나를 찾아줘>를 선택한 이영애의 부름에 응답했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아 헤매는 모성(母性)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의 중심축을 담당한 이영애 배우의 연기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영화의 흥행은 예측할 수 없는 한 여름의 날씨와도 같다. 영화의 흥행은 중요하지만, 시상을 결정짓는 전부는 아니다. 흥행만으로 수상을 결정한다면, 굳이 힘들게 시상식을 진행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용기를 준 트로피

이영애 배우는 참 세심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고생한 여성 스태프들의 연락처를 손수 챙겼다. 며칠이 지나고, 그들의 집으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화장품 세트가 도착했다. 이영애 배우의 이름이 새겨진 고마운 선물이었다. 그의 세심한 마음은 수상소감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금까지 받았던 그 어떤 상보다 지금이 가장 뜻깊고 떨립니다. 쟁쟁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했기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나 봐요. 이렇게 뽑아주셔서, 저도 다시 영화를 해도 되겠구나 생각이 드네요. 제가 오랜만에 한다고 '친절한 금자씨' 때 했던 그 스태프가 모이셨어요. 그 쟁쟁한 스태프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전 엄마의 역할, 아내, 배우로서 삼박자를 균형 있게 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춘사영화제 덕분에 용기를 얻고 갑니다. by 이영애


신중하게 거인의 걸음을 걷는 배우. 춘사가 내게 보여준 이영애는 그런 배우였다. 그는 이번에 천재 지휘자로 변신한다.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클래식계의 신성(新星) 차세음으로 청중을 매료시키는 무대 위의 지배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 구름처럼 레드카펫을 걸어가던 그를 다시 보고 싶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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