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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Aug 01. 2023

결백

배종옥 배우를 봄니다.

거짓도 일관되면 진실이 되고, 진실도 한 끗만 어긋나면 거짓이 되는 거예요. by 영화 <결백> 中


관객 없는 영화제

2021년 춘사국제영화제는 두 차례 연기 끝에 가을 개최로 결정되었다. 개최일을 결정했지만, 장소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규모 인원의 행사는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관객 없이 시상식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영광의 자리에서 관객의 박수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참 난감했다. 하지만 시상식만 특별한 대접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시 모든 국민이 고통을 참으며 방역에 동참하고 있었다.


대관을 알아보던 중, 한 영화관 체인과 연락이 닿았다. 극장에서 시상식을 진행하자는 매우 적극적인 제안이었다. 마침 극장은 고강도 거리 두기로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였고, 가을로 연기한 춘사도 한국 영화계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가을, 비대면, 영화관에서 열리는 26회 춘사국제영화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생소한 시간, 장소, 준비과정..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최초였다.


시간과 장소가 결정되면서 행사준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시상식 파트너들도 개최 소식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오기 시작했다. 비대면 상황에서 열리는 이벤트가 오히려 파트너들의 마케팅 공백에 도움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파트너를 위한 혜택을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관객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행사는 모든 것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레드카펫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계단의 천사

레드카펫은 시상식 파트너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이벤트다. 빛나는 스타들이 걷는 붉은 양탄자 위에서 파트너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연출한다. 그러나 26회 춘사국제영화제의 행사장은 비좁은 극장이었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고심하던 프로듀서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영화관 계단을 이용하자는 것. 그렇게 춘사 최초로 스테어웨이(Stairway) 레드카펫이 탄생했다.


레드카펫은 패션의 경연장이다. 특히 여배우들의 패션은 세간의 화제를 만든다. 한 분 한 분씩 시상식 레드카펫을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계단 밑에는 최소한의 언론사 기자분들이 배우들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우조연상 후보였던 배종옥 배우가 붉은 계단에 섰다. 새하얀 드레스가 레드카펫 위에서 천사처럼 빛났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영화의 천사가 있다면 그런 모습이었을까?


배종옥 배우는 연극, 영상, 현대극, 악역, 주부, 커리어우먼, 팜므파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배역과 장르를 넘나드는 드넓은 연기 스펙트럼의 소유자라고 평가받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영화 <결백>의 살인 용의자로 몰린 엄마 역할로 26회 춘사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녹슬지 않는 트로피

배종옥 배우는 참 유쾌했다. 오십 명 정도밖에 모일 수 없는 시상식 현장에서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과 인사하며 행사장을 밝은 분위기로 이끌었다. 녹슬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는 그의 인상적인 수상소감은 시상식을 준비하는 내게 늘 영감을 주고 있다.


상을 받을 때마다 늘 생각나는 건 촬영장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견디고 노력해 준 동료들이 함께 떠오릅니다. 배우로서는 오래오래 현장에서 존재하는 게 가장 큰 의미겠죠. 앞으로 녹슬지 않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이 트로피의 학처럼 항상 깨어 있겠습니다. by 배종옥


녹슬지 않는 배우. 춘사가 내게 보여준 배종옥은 그런 배우였다. 그는 다음 해 춘사의 시상자로도 흔쾌히 참석해 주었고, 대종상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가 보여줄 다음 영화의 스펙트럼이 무척 궁금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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