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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Aug 01. 2023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박정민 배우를 봄니다.

인간들 더러운 꼴 어디가야 안 보고 사나. by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中


경계의 뒤를 걷다

26회 춘사국제영화제 기획의 영감은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얻었다. 당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심각했다. 오스카도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 관객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 둘째, 할리우드 스타들의 얼굴을 마스크로 가려야 한다는 점. 오스카 위원회는 이 난처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2021년 4월 26일 오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이원 생중계로 진행됐다. 유니온 스테이션의 시상식 무대에 오른 사람뿐 아니라, 대기석에 앉은 영화인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축제를 즐겼다. 영화 시상식답게 영화 세트장의 아이디어로 비대면 행사와 마스크 착용의 문제를 해결한 것. 즉, 유니온 스테이션에는 200명의 시상자, 수상자만 참석해서 영화 촬영장처럼 카메라가 돌면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가 꺼지면 끼는 방식이었다. 관객들은 돌비 극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중계되는 영상으로 시상식을 관람했다.


춘사도 오스카의 방식을 응용했다. 영화관 VIP 홀을 시상식 메인 무대로 활용하고, 약 50명의 후보자와 시상자만 참석해서 객석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무대 위에서는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아래층 100석 정도의 세미나실을 대여해서 관계자 일부를 초대해 영상으로 함께 시상식을 관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반적인 행사보다 불편할 수 있지만, 재난에 가까운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멈출 수 없는 추격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황정민 배우와 이정재 배우가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재회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마지막 청부살인 임무를 끝낸 암살자가 그에게 형제를 잃은 복수자와 목숨을 건 추격전을 벌인다는 내용의 범죄 액션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로 기록됐다. 박정민 배우는 이 작품에서 트랜스젠더 유이 역으로 26회 춘사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쥐었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박정민 배우는 전설의 주먹, 감기, 오피스, 사춘기 메들리, 너희들은 포위됐다, 일리 있는 사랑, 들개 등에 출연했다. 그는 파수꾼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은 맡지 못했고 결국 배우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이것만 하고 가자"는 생각으로 작품에 출연했다고 한다.


추격은 언제나 마지막에 멈추고, 다시 시작된다. 배우를 그만두겠다는 심정으로 출연한 마지막 작품에서 그는 새로운 배우의 삶을 시작한다. 2016년, 그는 동주로 백상예술대상, 디렉터스컷 어워즈,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그리고 춘사영화제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다.


그는 배우 활동을 하면서 합정동에서 <책과 밤낮>이라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책방에는 그가 직접 쓴 문구가 아래처럼 적혀있다.


네가 울었던 그 책을 밤낮으로 읽었다. 너와 함께 울지 못해 참으로 울었다.



기대가 되는 사람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고생 안 한 사람이 저일 겁니다. 방에서 유유자적하면서, 마사지받으면서 행복하게 촬영했던 영화인데 이런 상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춘사영화제 올 때마다 한국 영화의 발자취를 남기신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저도 찬찬히 노력하면서 따라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서 들어갔던 학교가 한예종인데 그때 면접 봐주셨던 교수님이 오늘 이 자리에 와 계시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by 박정민


앞으로의 길이 기대되는 사람. 춘사가 내게 보여준 박정민은 그런 배우였다. 그는 언희라는 필명으로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무려 4년 동안 연재한 칼럼을 묶어 <쓸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글을 말로 옮기는 배우 일을 하다 말을 또 글로 표현해보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하는 배우 박정민. 연출을 꿈꾸다가 배우가 되었고, 작가도 되었다. 그는 또 무엇이 될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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