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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Oct 24. 2017

해고의 기술

경영학이 가르쳐주지 않는 경영의 본질

1. 채용은 좋고 해고는 나쁘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은 사람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은 회사 안에서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결과다. 회사 관점의 경영에서 사람이 만나는 과정을 채용(recruit)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헤어지는 과정을 해고(discharge)라고 부른다. 직원 관점에서는 취업(get a job)사직(resign)이라고 부른다. 일단 회사와 직원이 쓰는 단어가 다르다. 그래서 남는 감정과 기억도 다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질 때 일어나는 감정은 나와 상대방에게 전혀 다르게 저장된다.


세상에 나쁜 채용은 없을까? 그럼 좋은 해고는? 분명히 있다. 채용은 좋고 해고는 나쁘다는 인식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용주가 아니라 고용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식의 오류다. 이는 사랑의 방식과도 유사하다. 사랑에도 좋고 나쁨이 있다. 첫사랑은 대부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만나는 순간의 설렘이 첫 정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럼 가장 나쁜 사랑의 기억은 뭘까? 바로 직전의 사랑이다. 좋은 채용은 첫사랑이다, 그리고 해고는 바로 직전의 사랑이다. 결국 해고는 감정이 부르는 문제다.


반대말은 'You are Hired'로 한 글자 차이다.


2. 해고는 왜 일어나는가?

해고는 회사가 직원을 사직시키는 일이다. 해고는 크게 1) 통상 해고, 2) 징계해고, 3) 정리해고로 구분된다. 통상 해고는 근로자의 개인적인 질병 등으로 근로제공이 어려운 경우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행위다. 징계해고는 기업질서에 반하는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행위고, 정리해고는 고용자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을 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정당한 해고로 인정된다. 1)과 2)는 사실 큰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해고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3) 정리해고다.


나는 노무사가 아니다. 해고의 종류와 법적인 글을 쓸 생각이 없다. 법적으로 해고는 크게 3가지의 경우로 일어난다. 그런데 법은 결과다. 해고의 대부분은 고용주와 고용자의 감정 갈등에서 비롯된다. 서로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일어난다는 말이다. 보통 직원이 사직서를 내면서 갈등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혼한 사람들에게 이혼사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성격차이라고 말한다. 해고의 사유도 비슷하다. 직원과 대표의 성격차이가 대부분이다.


스파르타가 가족적으로 보이는가?


3. 해고의 본질은 감정이다.

종종 술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우리는 가족이다' '영원히 함께 하자' '끝까지 가보자'는 등의 끈끈한 가족애를 강조하는 대표들을 보게 된다. 이런 회사에서는 해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빈번하게 발생한다. 왜 그럴까? 직원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은 공(公)이고, 생활은 사(私)다. 회사는 공(公)이고, 가정은 사(私)다. 공적인 영역에 사적인 감정이 섞여 들어 썩는 일을 적폐(積弊)라고 부른다. 공과 사를 뒤섞는 일은 경영에서 철저하게 배재되어야 하는 적폐다. 경영의 본질은 감정이 아니다.


엄마, 나 새가정(?)에 취직했어요!

그래도 가족적인 회사가 좋은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다, 가족적인 회사의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변한다는 것이 문제다. 회사의 상황이 변하면 대표의 감정은 변한다. 가족 같은 회사도 때로는 전쟁터로 변하기 마련이다. 직원들의 심정은 복잡해진다. 분명히 우리는 가족이라고 말해놓고 왜 저렇게 돌변하지? 대표의 마음도 분노로 휩싸인다. 회사가 힘들어지면 가족들이 함께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왜 나만 힘들어야 하지? 가족경영의 모순이다.


저 바보가 전설의 배 '블랙 펄'의 선장이다.


4. 그럼에도 필요한 해고의 기술.

서론이 길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해고를 마주해야 하는 운명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 것이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결국 좋은 해고란 감정의 골을 줄이는 일이다. 감정의 골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만나는 순간 미리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이별을 준비하는 일, 이것이 해고의 첫 번째 기술이다. 경영자는 늘 고용탄력성을 만들어야 하고, 직원들은 늘 다음 선택지를 준비하면 된다. 어려운가?


해고는 감정의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헤어지는 이야기를 자주 하자. 제발 서로 '우리 회사 최고지?' '사장님 멋져요' '우린 잘될 거예요' 이런 닭살 돋는 멘트 좀 하지 말고, 대신 '우리 헤어져도 만나요' '떠나도 응원할게요' '잘되면 서로 돕자' 이런 이별의 말을 습관화하자. 이것이 해고의 두 번째 기술이다. 직원들이 성장하면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세상에 우두머리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릇의 크기는 달라도 누구나 조직의 리더가 될 자질은 가지고 태어난다. 당신만 유능한 선장이 아니다.



경영자는 끝없이 대화하는 직업이다. 대부분의 해고는 경영자의 책임이다. 맞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는 일, 회사의 경영상태를 악화시키는 일, 구성원 간의 갈등을 방치하는 일, 고객의 불편함을 무시하는 일, 이런 일은 모두 대화 결핍의 문제다. 작은 기업일수록 대표의 책임이 크다, 큰 기업처럼 인사시스템을 잘 구축하기 힘들다. 결국 잘 구조화된 대표의 합리적인 경영철학이 작은 기업의 큰 인사(人事)다. 그렇다고 해고를 두려워하지는 말자. 그건 전쟁을 포기하는 일이니까. 어려운가? 그러니까 도대체 왜 창업을 했나? 끝.


유능한 경영자는 자신의 일이 신 또는 자연이 창조한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일이 실수하기 쉬운 불완전한 인간들이 설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 Peter Drucker (1909~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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