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1. 습관 강의를 듣다.
지난 25일(수) 메타브랜딩 박항기 사장의 강의를 들었다. 작은 기업 큰 경영 코칭수업의 일환이었다. 강의 제목은 '사장의 습관'이었다. 경영자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7가지 습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23년을 경영자로 살아온 박 사장님의 통찰력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공하는 습관이 있다면 망하는 습관도 있지 않을까? 순간, 나의 고약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한 행동의 결과이다.
- Aristoteles (BC 384 ~ BC 322)
우선 강의 내용을 요약하면, 습관이란 같은 상황에서 반복되는 행동의 안정화, 자동화다. 습관은 무의식의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대부분은 꿈을 이루지 못한다. 습관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습득되고 학습된 결과다. 그래서 인식과 교육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듀크대의 연구에 따르면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평균 21일에서 66일이 소요되고, 습관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대체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한 번에 하나씩만!
강의에서 사례로 등장한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은 인상적이었다.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습관으로 느린 발로도 출루율 1위를 기록한 양준혁 선수, 15년간 매일 발성연습을 한 배우 박신양, 하루에 슛 200개를 연습한 마이클 조던의 습관까지. 그리고 대망의 7가지 성공습관이 하나씩 공개되었다. 1)15분 빨리 다니는 습관, 2)책 읽는 습관, 3)거절하는 습관, 4)기록하는 습관, 5)들어주는 습관, 6)하루를 마감하는 습관, 7)가치소비 습관. 하나씩만 습관화하는데도 이론에 따르면 최소 1년이 소요된다. 헐.
문득 나의 습관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보았다. 10살 때 스타워즈를 이기겠다고 다짐한 후, 나는 영화 보는 습관이 생겼다. 매주 1편 이상의 영화를 보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그리고 좋아하는 영화는 반복적으로 시청한다. 스타워즈와 반지의 제왕은 100번 이상 시청했고, 왕좌의 게임도 2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그 외에도 좋아하는 영화가 TV에 나오면 다시 보면서 내가 미처 몰랐던 미장센을 찾는다. 뭐 아직까지 지겹지 않으니까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지금은 브런치에 글쓰기를 습관화하고 있다.
2. 망하는 습관.
망한다는 것은 뭘까? 연애가 망했다는 건 헤어진 걸까? 결혼이 망했다는 건 이혼하는 걸까? 사업은 폐업이 망한 거고, 인생이 망한다는 건 뭘까? 망하는 건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수동적 망함, 능동적 망함.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망하는 일이 수동적이라면, 나의 의지로 망하는 것이 능동적인 망함이다. IMF로 인한 경기 불황과 대량 실직사태가 대표적인 수동적 망함이고, 1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금연결심이 대표적인 능동적 망함이다. 수동적 망함은 우리가 다룰 영역이 아니다. 망하는 습관은 능동적이다.
미래의 우리 모습은
우리가 현재 반복적으로 한
행동의 결과일 것이다.
- 박항기 (메타브랜딩)
내가 생각하는 망하는 7가지 습관을 정리해보았다. 별로 나쁘다고 인식하지 않는 고약한 습관들이다. 웃자고 쓴 글이니 죽자고 덤비지는 마시기를. 1)약속에 늦게 가자. 7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들과의 약속에 8시까지 가는 거다. 원래 스타는 늦게 등장하는 법이라고 하지 않나? 2)오직 나만 사랑하자. 카톡방 메시지는 잠금모드로만 보고, 끝까지 1자를 남기자.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거다. 3)바쁘면 휴가를 쓰자. 부장님이 시킨 일은 내일까지 한다고 말하고 재빨리 월차를 내자. 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나만의 권리니까.
4)호불호가 분명해지자. 모두가 불편해하더라도 나의 의견은 반드시 관철시키자. 모두가 촛불을 들 때, 안 들 수 있는 자유도 있다고 소신 있게 외치자. 5)소셜에 인맥을 자랑하자. 술자리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를 만났네? 저 사람이 싫어해도 사진을 찍어서 내 SNS에 올리자, 친한 것처럼. 나의 인맥이 이 정도야, 음훠훠훠. 6)후배들 멘토링을 해주자. 내가 사회생활 한 1년 해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대학교 다니는 너희들도 내 말만 잘 들으면 나처럼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어. 나만 믿어! 7)위의 습관들을 반복한다. 될 때까지!
3. 내가 습관을 바꾼 경험.
2014년 8월이었다. 연초에 직원 4명이 동시에 퇴사했고, 법정까지 가는 다툼에 지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자자가 돌변했다. 10년 공들인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할지도 모를 위기였다. 영화제작자 선배를 찾아갔다. 술자리에서 지리산에 있는 작은 절을 다니며 인생을 역전시킨 경험담을 들었던 기억이 나서였다. 간절히 부탁했다. 저도 데리고 가주세요, 꼭. 그렇게 한 여름에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40년 교회를 다녔던 습관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나를 살리는 힘은 기도가 아니라고 믿었다.
절에 도착하자마자, 스님이 나를 암자 뒤로 데리고 갔다. 내 허리만큼 굵은 장작에 낡은 톱이 하나 꽂혀 있었다. 스님이 돌아올 때까지 나무를 썰라고 하셨다. 허리 디스크로 시술까지 한 나였지만 묵묵히 앉아서 나무를 썰었다. 1시간, 2시간, 3시간... 나무는 채 3cm도 썰지 못했다. 스님이 공양을 하자하셨다. 공양 후엔 108배를 드렸다. 곯아떨어졌다.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서 다시 108배를 올렸다. 공양을 한 후, 장작을 패기 시작했다. 다시 공양을 하고, 이번엔 산 위에서 장작을 내렸다. 다시 108배....
이 놈아, 몸이 밥이고 돈이야!
떠나기 전날, 큰 스님께서 공양 자리에서 내게 말씀하셨다. 허우대 멀쩡한 놈이 톱질도 못하고, 밥도 깨작대며 먹으니 사업이 잘 될 리가 있겠냐고 혼을 내셨다. 손에 쥐는 힘(악력)이 약하니 돈도 못 잡는 거라며, 마음 수양은 나중이고, 몸부터 가꾸라고 하셨다. 순간 온몸이 울었다. 그래 난 내 몸조차 제대로 가꾸지 못하는 바보였구나. 절을 내려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또 하나를 깨닫고 난 다시 울었다.
10년간 나를 가장 괴롭히던 건 회사의 통장잔고였다. 매일, 매시, 매분, 매초 생각을 떠나지 않는 지옥. 3박 4일 동안 난 통장잔고를 전혀 떠올릴 틈이 없을 정도로 몸이 고됐다. 생각 지옥에서 잠시 해방되었던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태어나 처음 체육관을 끊었고, 4개월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악력 운동만 했다. 망해가던 회사는 4개월 운동이 끝날 무렵, 역대 가장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기사회생했다.
4. 몸부터 바꾸고 행동하자.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듀크대의 연구처럼, 습관은 21일 이상 하나에 집중하는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 나의 경험으로 바꾸어 말하면, 몸부터 움직여야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생각을 창조한다. 직장생활이 힘들고, 사업이 잘 안 풀리고, 사람 관계가 자꾸 꼬이는가? 무조건 지금의 습관을 반대로 바꾸자. 의지가 약하다면, 나의 몸을 바꾸어 줄 수 있는 곳의 도움을 받자. 절도 좋고, 운동모임도 좋고, 퇴근 후 취미교실도 좋다.
일단 행동하고 나의 몸을 어딘가에 집중하도록 던지자. 몸이 움직이면 생각이 정리된다. 마음을 닦으려고 하지 말고, 몸을 움직이는 환경으로 보내자. 그러면 습관이 바뀐다. 힘들다고 몸을 놓아버리면, 몸만 둔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까지 둔해진다. 생각이 둔해지면 고착화되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힘까지 사라진다. 힘이 없으니 쉬운 길만 찾고, 남을 이용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 소위 꼰대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다. 지금 바로 당신의 몸을 움직이는 습관속으로 던져라. 몸이 변하면 생육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