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 Aug 08. 2018

후진 세금

전기요금 누진제를 청산하자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by 대통령 취임사 中


평등하지 않은 제도
냉방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올여름은 유독 부고가 많다. 기상 관측 111년 만의 폭염 때문일까? 실제로 폭염의 피해는 엄청나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8.0도까지 치솟았고, 온열질환자는 3,095여 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38명을 넘어섰다. 2017년에 온열질환 신고 접수가 불과 56건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급기야 지난 8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은 "폭염은 특별재난이며, 냉방은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명시했다.


폭염은 분명히 재난이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본분이다. 그런데 폭염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 국민들이 폭염에 가장 신뢰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에어컨이다. 에어컨은 전기로 작동된다.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전기가 많이 소모된다. 그래서 에어컨은 비싼 수단이다. 정확히는 에어컨이 비싼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이 비싼 것이다.


그런데 전기요금을 자세히 뜯어보면, 매우 불평등하다. 전체 전기사용량의 13%만을 차지하는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도입된 이후, 2016년까지 ‘6단계 누진구간, 최대 11.7배 누진율’ 체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정작 전체 전력사용량의 80%가 넘는 산업(기업)용과 일반(상업)용 전기료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말 불평등하다.


공정하지 않은 요금
누진세는 불공정한 적폐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국민을 에너지 빈민으로 만든다. 누진제는 가정과 기업을 차별한다. 장소와 소비자에 따른 차등적 요금징수는 명백한 차별이다. 기업은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쓰고, 가정은 원가보다 훨씬 비싼 전기를 쓴다.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보면, 주택용 누진율은 1단계 대비 6단계가 30배 이상이다. 이건 약탈이다. 이런 불공정은 한국전력공사의 전기 독점에 기인한다.


한전은 이렇게 항변한다. 주택용 누진제 4단계 이상부터 원가를 초과하며, 이를 적용받는 가구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다고. 즉, 대다수 가구는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거짓말이다. 한전이 주장하는 30%의 가구가 전체 인구수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 70% 이상이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가정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한전은 착시효과를 이용하고 있다. 한전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우리나라 전체 가정이 납부한 전기요금을 주택수로 나누어 산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주택 전기 소비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어 전기요금이 낮고, 주택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아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싸게 보이는 것이다. 즉, 한전의 요금체계에는 전기사용량이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불공정한 요금의 극치다.


정의롭지 못한 기업
독점은 만악의 근본이다.

대한민국의 전기는 한국전력공사가 1898년 대한제국 시절 설립된 한성전기 시절부터 독점하고 있다. 무려 120년의 유례없는 독점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미 사라져 없어졌을 나이다. 120세의 한전은 대한민국 전기의 발전, 송전, 배전, 판매까지 모두 독점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그래서 전기는 요금이지만, 세금처럼 느껴진다. 입버릇처럼 전기료를 전기세라고 부르는 이유다.  



독점은 기업의 뿌리를 썩게 만든다. 2017년, 감사원은 한국전력공사가 퇴직자들이 설립한 업체에 전기검침 용역 등 2,3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기관운영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대기업만이 아닌, 공기업의 적폐라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에 공기업을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썩은 것은 도려내야 한다.


한전은 감사원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한 지적도 묵살하는 중이다. 총괄원가에 이미 모든 비용과 세금, 적정이윤까지 포함시키고, 판매 수익으로 추가 수익까지 올리는 폐악질도 계속하고 있다. 2016년 국정조사 자료에 의하면, 한전은 적정 이윤보다 무려 5조나 많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 폭염에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한전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아니,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쩌지?


120년간 지속된 한전의 독점권을 빼앗아야 한다.
경쟁만이 자본주의를 정의롭게 만드는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끝.


누진세는 후진세다.
냉방은 기본권이다.
전기요금 적폐청산의 암행어사를 기다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