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브랜딩의 기준과 방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 Lewis
좋은 이름이란 무엇인가?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구글'의 뜻은 뭘까? 구글은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아니다. 아무런 뜻도 없다. 도대체 왜 이런 단어를 회사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 걸까? 여기에는 기구한 사연이 있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1995년 창업을 결심했다. 그들이 처음 결정한 회사 이름은 구골(googol)이었다. 구골은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케스너(Edward Kasner)가 이름 붙인 10의 100승을 뜻하는 수학용어다. 구골은 거의 무한에 수렴하는 숫자다. 그만큼 많은 정보를 담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둘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둘의 의지와는 달리, 1998년 당시 구골은 투자가 절실했다. 어느 날, 둘은 교수의 소개로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창업자였던 앤디 벡톨샤임(Andy Bechtolsheim)을 만나 투자를 요청한다. 사업설명을 듣고 난 후, 일정이 바빴던 벡톨샤임은 이렇게 대답한다.
마음에 듭니다. 좋습니다.
구체적인 것을 논의하기보다,
그냥 수표(check)를 드리면 어떨까요?
그 유명한 엘리베이터 피칭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벡톨샤임이 10만 달러의 수표 앞에다 회사 이름을 google Inc라고 표기한 것. 명백한 오타였다. 벡톨샤임이 떠나고, 둘은 망연자실해졌다. 구글이란 이름의 회사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수표를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둘은 회사 이름을 구글로 변경한다. 구글이란 기업의 이름은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만들어졌다.
원래 이름이었던 구골은 정말로 큰 숫자다. 구골보다 적은 10의 72승을 뜻하는 '겁'이라는 개념과 비교해보자. 겁은 하늘과 땅이 한번 개벽을 한 다음, 그다음 개벽이 이뤄질 때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불경에서는 겁을 이렇게 설명한다. 가로와 세로의 높이가 15km가 되는 성 안에 겨자씨를 채우고 100년에 걸쳐 겨자씨를 한 알씩 꺼내서 그 겨자씨가 모두 없어지는 시간. 정말 엄청나게 큰 숫자다.
일(1)
십(10)
백(10의 2승)
천(10의 3승)
만(10의 4승)
억(10의 8승)
조(10의 12승)
경(10의 16승)
해(10의 20승)
자(10의 24승)
양(10의 28승)
구(10의 32승)
간(10의 36승)
정(10의 40승)
재(10의 44승)
극(10의 48승)
항하사(10의 52승)
아승기(10의 56승)
나유타(10의 60승)
불가사(10의 64승)
무량대(10의 68승)
겁(10의 72승)
훈공(10의 76승)
그래함의 수(10의 80승)
구골(10의 100승)
아산키야(10의 140승)
센틸리온(10의 600승)
스큐스 수(10의 3400승)
구골 플랙스(10의 10000승)
아무튼 구골은 좋은 뜻임에 분명하다. 그럼 뭐하나.. 구글은 구골이 아닌걸. 그런데 구글이 구골이 아니라고 기업가치가 떨어질까? 그럼 애플은 좋은 이름일까? 애플은 사과다. 그럼 더 비싼 파인애플이 좋은 뜻 아닐까?
삼성은 어떨까? 별 세 개다. 그럼 칠성이 더 좋은 뜻 아닌가? 현대는 어떤가? 미래가 더 좋은 뜻 아닌가? LG는 럭키 금성의 약자다. 그럼 목성이나 토성이 더 좋은 뜻 아닌가? 도대체 좋은 이름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선택 받는
이름 짓기
좋은 이름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좋은 이름은 화려한 작명이 아니라, 선택받는 힘이다. 애플의 이름을 파인애플로, 삼성의 이름을 칠성으로, 현대의 이름을 미래로 바꾼다고 우리가 알고 있던 이름의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좋은 이름이란 얼마나 쉽게 인식되는지가 본질이다.
좋은 이름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좋은 이름은 유일한 이름이다. 유일한 이름은 검색에 강하다. 소비자가 찾기가 편하다. 둘째, 좋은 이름은 잘 인식되는 이름이다. 우리의 뇌는 이름의 뉘앙스를 먼저 기억하고, 이후에 뜻을 궁금해한다. 엉뚱한 단어라도 기억이 쉽게 된다면 좋은 이름일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좋은 이름은 오래 기억되는 이름이다. 듣고 바로 잊어버리는 이름은 경쟁력이 없다. 보고 듣는 순간 강한 인식을 만들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름은 오래 기억된다. 오래 기억되는 이름은 다시 찾게 될 확률이 높다. 결국 좋은 이름의 특징은 유일성, 독특한 개성, 기억 선호도의 합이다.
위의 세 가지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름은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 선택 받는 힘을 핵심경쟁력이라고 부른다. 가만히만 있어도 누군가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는 이름. 그런 이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좋은 이름 만들기
세상에는 많은 브랜딩 회사들이 있다. 컨셉, 네이밍, 디자인, 어플리케이션까지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좋은 회사들은 얼마든지 많다. 그런데 그런 회사들의 고객은 대부분 돈이 많은 큰 기업들이다. 누구나 좋은 이름을 짓고 싶지만, 전문 회사들의 서비스를 만나기란 요원하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에는 아이 이름도 점집에서 지었다던데.. 좋은 이름을 지어주는 용한 곳은 어디 없을까? 전문적인 컨셉은 생략해도 되는데.. 화려한 디자인까지는 필요 없는데.. 어플리케이션은 기본만 해주면 되는데.. 그럼 가격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이름 미식회는 이런 요구로 태어난 메뉴다. 그 용하다는 한남동 생각식당에서 새롭게 출시한 특별메뉴라고 한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좋은 이름은 만나지 못해도, 식사는 할 수 있을 테니까. 다 먹고 살자고 이름 짓는 것 아닌가? 먹어보자, 생각식당 이름 미식회. 끝.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