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질문 속에 있다.
해답은 질문 속에 있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의 대사 中
말과 글은 힘이 세다. 언어의 힘(言力)은 권력이다. 짧은 글 몇 개로도 통찰은 발현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황인선 작가는 저서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에서 지금 시대에는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없다고 말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언어의 힘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은유(metaphor)다. 메타포의 어원은 전이(轉移, metastasis)다. 전이란 먼 곳에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은유는 다르게 복제하는 것이다. 은유법이란 ‘숨겨서 비유하는 수사법’이다. 인생은 여행이다,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등이 대표적인 은유다.
은유는 인생을 바꾼다. 네덜란드의 한 걸인이 기차역 앞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는 구걸하는 동전 통 앞에 ‘나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쓴 푯말을 세워 두었다. 그 앞을 지나던 한 여성이 푯말을 집어 들어 글자를 바꾼다. 갑자기 평소보다 수십 배나 많은 돈이 동전 통을 채운다. 그녀가 바꾼 푯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봄이 와도 봄을 볼 수 없습니다.
언어의 힘은 기억하는 힘이다. 일반인은 평생 몇 개의 단어를 사용하며 살까? 사전에 등록된 우리말의 단어는 약 50만 개 정도다. 일반인은 이 중 평균 1,000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한다. 주변에서 글이나 말을 좀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평균 2,5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소설가는 5천 개의 단어를 사용하고, 시인은 1만 개 가량의 단어를 사용한다.
소설 ‘노인과 바다’를 쓴 위대한 작가 헤밍웨이. 어느 날, 한 친구가 그에게 내기를 걸었다. 단 6글자로 된 소설로 사람을 울릴 수 있겠느냐고. 그는 다음과 같이 6글자로 된 소설을 썼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언어의 힘은 단어를 기억하는 습관이다. 단어는 이야기로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뇌는 크게 4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 중 측두엽은 이야기 저장소다. 우리의 뇌는 중요한 정보를 이야기의 형태로 측두엽에 기록한다. 인지심리학자인 로저 생크와 로버트 아벨슨은 이야기(story)야 말로 지식 축적의 핵심이며, 우리 뇌는 이야기를 훨씬 오래 기억한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측두엽 실험을 해보자. 잠시 눈을 감고,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을 떠올리자. 1년간 내 옆자리에서 함께 생활한 짝꿍의 이름이 생각나는가? 잘 생각나지 않는가? 그럼 다시 그 시절 즐겨보던 만화 주인공의 이름을 떠올려보자. 들장미 소녀의 이름은? 피구왕의 이름은? 플란다스의 개의 이름은? 개의 이름은 알겠는데, 사람이었던 짝꿍의 이름이 아직 생각나지 않는가?
연극은 이야기다. 연극배우들은 대사를 외워야 한다. 수천 개의 단어를 통째로 암기한다. 머리가 좋아서 가능할까? 아니다, 극 중의 캐릭터가 되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뿐이다. 연극 '삼류배우'를 보면 주인공이 햄릿의 대사를 통째로 외워서 1인 5역으로 연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립박수가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언어의 힘은 이야기로 기억할 때 강해진다. 말과 행동 사이에는 바다가 있다. 말과 글은 힘이고 권력이다. 말과 글을 훈련하면 분명히 삶이 윤택해진다.
만들 수 있어서 만들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대사 中
언어는 근원이 어원이다. 어원을 공부하면 내가 알던 언어가 다르게 보인다. 통찰이란 단어의 어원은 뭘까? 통찰은 한자로는 '洞察', 영어로는 'Insight'다. 한자의 어원은 ‘밝게 살핀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에는 통찰이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럼 영어는 어떨까?
인사이트는 한 단어가 아니다. 자세히 보면 ‘Insight’는 두 개의 단어다. 'In + Sight' 다. 인사이트란 안을 본다는 뜻이다. 눈으로는 안을 볼 수 없다. 우리는 눈으로 상대의 심장을 볼 수 없지만,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은 믿는다. 안을 본다는 것은 꿰뚫어 보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해서 확신하는 것이 통찰이다.
실험의 어원은 뭘까? 실험은 영어로 'Experiment'다. 3개의 단어(ex+peri+ment)가 결합됐다. 접두어 'ex'는 밖으로(out of), 능가(beyond)라는 뜻이다. 중간의 'peri'는 둘레, 주변, 울타리를 뜻한다. 접미사 'ment'는 라틴어 'mentum'에서 유래했으며, 뜻은 행위의 결과다. 실험이란 ‘울타리 밖으로 넘고 있는 상태’다.
경험도 마찬가지다. 경험과 실험은 접미사만 다르다. 경험(experience)의 접미어는 ‘ence’다. 뜻은 상태 또는 품질이다. 경험이란 ‘울타리 밖으로 나가 일을 벌이는 상태’다. 한자로 실험(實驗)은 열매를 맺는 시험이고, 경험(經驗)은 사상이 되는 시험이다. 두 단어는 짝을 이루며 만들어졌다. 실험이 없으면 경험도 없다. 경험은 실험을 통해 완성된다. 단어는 모두 연결된다. 단어를 보지 말고 어원을 찾자.
단어는 분해하면 새롭게 보인다. 단어는 기호로 분해된다. 기호는 다시 기표(記表, signifiant)와 기의(記意, signifié)로 구분된다. 기표와 기의는 기호학자 소쉬르가 정의한 언어학 용어다. 기표는 기호의 지각 가능하고 전달 가능한 물질적 부분이다. 기의는 이와 반대로 수신자의 내부에서 형성되는 기호의 개념적 부분이다. 기표에 기의가 결합되어 기호가 된다.
사과를 보자. 사과는 영어로 'Apple', 중국어로 '苹果(píngguǒ)', 프랑스어로 'Pomme(pɔm)', 일본어로 'リンゴ(린고)'다. 사과의 기표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의 또한 마찬가지다. 사과를 보고 창세기의 선악과를 떠올리는 사람, 뉴튼의 사과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애플社의 로고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기표와 기의는 시시각각 변한다.
기표와 기의가 변하면 단어의 뜻도 변한다. 브랜드도 기표와 기의로 분해된다. 브랜드의 본질도 기호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라는 브랜드를 분해해보자. 기표는 'Facebook'이다. 거의 전 세계 공통이다. 기의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좋아요, 친구, 공유, 댓글, 태그... 당신의 페이스북은 무엇인가?
카드 뉴스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카드 뉴스는 디지털 리터러시 시대에 언어의 힘을 연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다. 국내 카드 뉴스 대표 브랜드 4곳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대상은 열정에 기름붓기, 대학내일, 스브스 뉴스, 티타임즈다. 4곳의 카드 뉴스 중 호감도, 참여도, 도달률이 가장 높은 10편의 포스팅을 다시 분석했다.
카드 뉴스를 기호로 보고, 기표와 기의로 분해해보자. 기표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제목(title), 내용(text & image), 상징(font & logo)이다. 마찬가지로 기의도 3개로 구분된다. 소재(material), 이야기(story value), 서술방식(description)이다.
기표의 제목은 다시 라인(line), 태그(tag), 링크(link)로 구분된다. 기의의 소재는 다시 '공분'과 '공감'으로 분해되고, 이야기는 '갈등'과 '은유'로 분해되며, 서술방식은 '시점'과 '문체'로 분해된다. 나머지 내용도 뚫어지게 관찰하면 누구나 잘게 분해할 수 있다. 잘게 쪼갤수록 본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넌 누구야?
영화 ‘너의 이름은’의 대사 中
언어의 힘은 좋은 이름을 만들 때 유용하다. 좋은 이름은 인식을 바꾼다. 애플의 이름을 파인애플로, 삼성의 이름을 칠성으로, 현대의 이름을 미래로 바꾼다고 우리가 알고 있던 인식은 바뀌지 않는다. 좋은 이름이란 얼마나 쉽게 인식되는지로 결정된다.
좋은 이름의 특징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좋은 이름은 유일한 이름이다. 유일한 이름은 검색에 강하다. 소비자가 찾기가 편하다. 둘째, 좋은 이름은 잘 인식되는 이름이다. 우리의 뇌는 이름의 뉘앙스를 먼저 기억하고, 이후에 뜻을 궁금해한다. 엉뚱한 단어라도 쉽게 기억된다면 좋은 이름일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좋은 이름은 오래 기억되는 이름이다. 듣고 바로 잊어버리는 이름은 경쟁력이 없다. 보고 듣는 순간 강한 인식을 만들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름이 오래 기억된다. 오래 기억되는 이름은 다시 찾게 될 확률이 높다. 결국 유일성, 독특한 개성, 기억 선호도를 모두 갖춘 것이 좋은 이름이다.
회사의 이름을 지을 때 멋진 의미를 담는 일에 골몰하지 말자. 애플(apple)은 사과다. 그럼 파인애플이 더 좋은 뜻일까? 삼성(三星) 별 세 개다. 그럼 칠성(七星)이 더 좋은 뜻일까? 현대(現代)보단 미래(未來)가 좋은 걸까? 만들 때의 뜻보다 만들어진 후의 인식이 훨씬 중요하다. 불러줄 때야 비로소 이름이 되고, 많이 불러주는 이름이 힘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