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날 동이 틀 때 동쪽을 바라보게.
다섯 번째 날 동이 틀 때 동쪽을 바라보게.
영화 ‘반지의 제왕’의 대사 中
약속은 무거운 책임이다. 약속은 행동이다. 함부로 약속하는 습관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약속의 무게는 천근만큼 무겁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책임의 무게는 점점 커진다. 인생은 약속의 연속이다. 입학은 졸업의 약속이고, 취업은 퇴사의 약속이며, 탄생은 죽음과의 약속이다.
내가 처음 창업한 회사는 동업의 형태였다. 영화나 공연에 투자하는 회사였는데, 젊은 나이의 동업자 5명으로 시작했다. 프로젝트가 많아지자 사무실을 옮겼다. 대표를 맡고 있던 동업자의 친구가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입지도 좋았고, 조건도 좋았다. 물론 우리 팀과 치과 원장님도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다.
창업 후 동업자 모두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던 시기였다. 다행히 원장님의 배려로 덕분에 난 저렴한 비용으로 치과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치료에 6개월 정도가 걸리니, 치료가 다 끝나고 나서 천천히 갚으라고 했다.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회사의 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 태풍으로 대형 공연이 취소된 것이다. 우리가 투자한 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했다. 동업자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대표를 맡았던 동업자는 회사를 폐쇄 조치했고, 우리는 쫓겨났다. 화가 난 나는 치과비용을 갚지 않았다.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한 것이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집에서 쉬던 날, 부주의로 손가락을 베었다. 손가락 사이의 신경이 끊어졌다. 응급실에 가서 7 바늘을 꿰맸다. 몇 주가 흐르고 실밥을 푸는 날이었다. 바빠서 치료받은 병원에 들르지 못했다. 외근 나온 곳의 근처 병원을 찾았다. 7년 전 그 치과 근처였다. 아직도 치과 간판이 걸려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실밥을 풀고 은행을 찾았다. 그리고 7년 치 이자까지 계산한 갚지 못한 치과 치료비를 출금했다.
돈을 들고는 한참 동안 치과 앞을 서성였다. 도저히 원장님을 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봉투를 하나 구해서 내 명함과 현금을 함께 병원 우편함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가 왔다. 치과 번호였다. 떨려서 받지 못했다. 잠시 후,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치과 원장님이 보내신 문자였다.
김우정 사장님! ㅇㅇ치과 ㅇㅇㅇ 원장입니다. 이렇게 연락을 주니까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네요. 아무쪼록 잘 지내기를. 시간 될 때 치과로 놀러 오세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족쇄가 있어, 말.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대사 中
안노 히데아키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은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그리고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이런 성공을 거둔 안노 히데아키에게도 실패의 역사는 존재했다. 1987년 그는 ‘왕립우주군’을 세상에 내놓는다.
왕립우주군은 훗날 에반게리온을 탄생시킨 작가주의의 도전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처절한 패배였다. 어느 날, 안노 히데아키에게 한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런 막대한 제작비와 투입된 노력에 비하면, 너무 난해하고 거대한 스토리로 요즘 트렌드에서 이탈한 실패작 아닙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안노 히데아키는 대답한다.
지금 이 시대의 일본이라면 이만한 애니메이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다.
실패는 약속을 깨는 일이 아니다. 실패는 오히려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다. 왕립우주군은 안노 히데아키에게 큰 실패였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전력을 다해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세상에 내놓았다. 대성공이었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이 시대의 일본에 걸맞은, 아니 그보다 뛰어난 작품을 창조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의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왕립우주군도 전설의 조각이 되었다.
상대의 약속만큼 나와의 약속도 중요하다. 나와의 약속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지키는 것이다. 몸이 움직여야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시작된다.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생각을 창조한다. 약속도 습관이다. 일단 행동하고 나의 몸을 어딘가에 집중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몸이 움직이면 생각이 정리된다. 몸을 움직이는 환경으로 보내자. 그러면 습관이 바뀐다. 습관이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생각이 둔해지면 고착화되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힘까지 사라진다. 힘이 없으니 쉬운 길만 찾고, 남을 이용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 소위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다. 멈추면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지금 바로 움직이는 습관을 만들자. 습관이 약속을 생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