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勝負 Match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by 생각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이길 수 있다면 이기고 싶었습니다.

영화 ‘퍼펙트게임’의 대사 中


승부는 두렵다. 여럿이 하는 승부보다 단 둘이 하는 승부가 더 두렵다. 하나의 적보다 여럿의 적을 상대하기가 더 쉬울 수 있다. 승부는 변수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둘만의 승부에는 변수가 많지 않다. 변수가 많을수록 승부는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승부사는 변수를 예측하기 전에 변수가 많은 승부의 조건부터 만든다. 그래야 상대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흔드는 건 나의 실력이다. 실력은 관찰을 통해 성장한다. 승부의 시작은 상대를 알아가는 일이다. 현재 나의 상태와 상대의 상태를 비교해야 승부처가 보인다. 승부처를 찾으면 그때부터 나를 단련시켜야 한다. 단련은 채우기만 하는 일이 아니다. 승부를 위해선 때로 감량도 필요하다. 승부는 언제나 예측 불허다. 룰이 공정하지 않은 경우도 무수히 많다. 생각의 승부는 스포츠와는 다르다. 생각의 승부에는 체급이 없다. 체급이 작다고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이 적을수록 특별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호빗족 프로도 베긴스의 모험 이야기다. 수많은 전사와 마법사, 화려한 영웅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가장 작고 약해 보이는 프로도가 세상을 구한다. 호빗의 작가 톨킨은 아이들이 세상의 주인공이라 믿었다. 호빗은 작은 아이들을 상징한다. 아이들의 생각은 순수하고 기발하다. 아이들은 작은 거인이다.


작은 거인은 4가지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다. 첫째, 두려움을 직시한다. 아무리 강한 사람에게도 두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장 강한 사람도 내일 죽을지 모른다. 작은 거인은 죽음을 직시한다. 둘째, 평범함을 거부한다. 모험을 떠나기 전, 프로도의 삶은 윤택했다. 하지만 평범한 삶이었다. 갠달프의 제안을 받은 프로도는 모험을 망설이지 않는다. 작은 거인에게 평범함은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존 F. 케네디는 말한다.


너는 왜 평범하게 노력하는가? 시시하게 살길 윈치 않으면서!


셋째, 작은 거인은 호기심이 많다. 호기심과 발전 욕구가 충만하다. 관심이 있는 것들을 공부해서 나의 동력으로 삼는다. 마지막으로 작은 거인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작은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뭘까? 부도가 나서 망하는 건 큰 회사의 경우다. 작은 회사는 어음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부도날 일도 없다. 그럼 왜 망할까? 사장이 포기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돈 몇 푼이 아니라, 승부의지를 내려놓는 순간 망한다. 망하는 것도 싸우는 것도 모두 나의 의지다.




아직 아냐.. 아직 아냐..
아직 아냐.. 아직 아냐..
지금이야!

영화 ‘리얼 스틸’의 대사 中


생각의 승부에도 규칙은 있다. 하지만 규칙이 작은 상대를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나보다 큰 상대와 승부할 때는 특별한 생존 기술이 필요하다. 영화 '리얼 스틸'은 버려진 스파링 로봇 아톰이 세계 로봇 챔피언 대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아톰은 고물 처리장에 버려져 있었다. 발견 당시엔 말 그대로 폐품 수준이었다. 현역으로 뛰기에는 한 세대 뒤쳐진 로봇이었다. 그런데 아톰에겐 몇 가지 특별한 기능이 숨겨져 있었다.


첫째는 강한 맷집이다. 아톰은 스파링 로봇이다. 선수가 아닌 연습 상대로 만들어졌다. 스파링 로봇은 큰 로봇들을 자주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맷집 중심으로 설계됐다. 맷집은 버티는 힘이다. 맷집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하는 것이다. 작은 것은 생존에 불리하다. 그래서 특별한 생존 기술이 발달하기 마련이다.


아톰은 작아서 빠르다. 최종 보스인 제우스와 싸우기 전까지, 특유의 스피드를 이용해서 메트로, 식스 슈터, 블랙 톱, 트윈 시티즈를 차례로 물리친다. 빠르다는 것은 물리적인 의미만이 아니다. 아톰을 조종하는 찰리 켄튼은 복서 출신으로 매우 빠른 눈썰미를 갖고 있다. 몸만큼 머리도 빨라야 이길 수 있다.


아톰의 마지막 숨은 기술은 상대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복사하는 섀도 모션이다. 섀도 모션 기능은 키보드나 음성인식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 또한 기계가 흉내내기 힘든 인간의 움직임을 습득할 수 있다. 아톰의 섀도 모션은 상대의 결핍을 나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승부는 바로 이 순간에 결정된다.




이 바닥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어.

영화 ‘타짜’의 대사 中


2008년의 일이다. 나의 회사가 서비스를 시작한 예술을 활용한 조직 활성화 프로그램 ‘팀버튼’은 언론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아카펠라를 활용한 ‘소통’ 프로그램은 1년에 100회 이상 판매되며 히트 제품이 되었고, 매출도 매월 2배씩 성장 중이었다. 성공이 눈 앞에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경쟁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분야는 특허 등록이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아이디어 도용을 호소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히 없었다.


힘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작은 경쟁자들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우리를 위협했다. 우리 제품의 절반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 고객들을 유혹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처음 2-3개에 불과하던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는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수십 개로 불어났다. 우리를 둘러싸고 전선은 복잡해졌다. 이대로 망할 수는 없었다. 승부를 걸어야 했다.


내가 선택한 전략은 ‘하이엔드’였다. 낮은 가격의 시장을 적에게 내주고, 작지만 규모가 큰 시장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저가 시장은 넓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그 치열한 전장에서 모두와 승부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그들끼리의 격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곧이어 하이엔드 시장에서 더 큰 승부가 발생했다.


큰 규모의 중견기업이 우리 시장에 진입했다. 대기업 컨설팅을 수 십 년 넘게 진행해 온 매출액이 수백억 원이 넘는 컨설팅 회사였다. 그들은 오랜 시간 치밀하게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컨설팅 회사를 필두로 문화기획사와 유명 극단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그들이 출시한 교육 뮤지컬은 명품이었다. 연합군은 이후에도 엄청난 규모의 하이엔드 제품을 연이어 시장에 내놓았다. 승부를 직시해야 했다. 몇 날 며칠 경쟁사 제품을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했다. 분석을 하다 보니 약점이 보였다. 약점은 의외로 내가 간과했던 단순한 곳에 있었다.


연합군은 처음에는 강해 보일 수 있지만, 수익배분에서는 큰 약점을 드러낸다. 수익을 많은 주체가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이 많아지고, 매출이 늘어날수록 기여도를 두고 연합군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쟁이 끝나고 같은 편들이 논공행상에서 갈라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작은 경쟁자들에게 수차례 당했던 저가공세를 하이엔드 시장에서 역으로 활용했다. 성공이었다. 큰 경쟁자는 시장에서 철수했다.



몇 년이 지나고, 술자리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기업 인사교육팀에 근무하는 후배였다. 우연히 예전 나의 경쟁자였던 회사에 전화를 걸어 교육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이제 본인들은 그 시장에서 철수했고, 만약 필요하시면 김우정 대표님의 팀버튼을 추천드린다고.


승부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큰 가슴으로 살고 있었다. 생각의 승부는 결코 끝나는 법이 없다. 승부에는 영원한 승리도 영원한 패배도 없다. 진정한 승부사는 꾸준히 나를 단련하면서 또 다른 적을 기쁘게 기다린다. 승부사는 승리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또 다른 승부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람이다.


2010년에도 경쟁사 한 곳이 혜성같이 등장했다. 강연기획이라는 매력적인 키워드를 내세우고 유명한 연예인들의 강연 콘서트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내가 주력하던 사업과 분야가 많이 겹쳤다. 선배들은 참조를 강요했고, 우리 직원들조차 그 회사를 동경했다. 난 자존심이 상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1년 후, 그들은 굴지의 대기업 행사를 대행하며 더욱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년 후, 그들은 갈수록 유명해졌고, 4년 후,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 한 명은 그 회사로 이직했다. 5년 후, 그 회사는 갑자기 사회적 기업이 됐다. 그리고 7년 넘게 줄기차게 들려온 이야기는 재무적 위험성에 대한 주변의 경고였다. 제주, 어머니, 미지급, 폭언과 불통이 키워드였다. 그리고 얼마 전, 직원의 70%가 집단 퇴사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리고 그 기업은 최근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8년 전 모두가 열광했던 기업의 추락이었다.


많은 연예인들과 사회 저명인사들, 스타트업계의 멘토들과 언론들이 열광던 기업. 나의 주변과 직원들, 정치권까지 한결같이 찬양했던 기업이었다. 그 추락의 책임은 대표 1인 만의 몫일까? 잘 모르겠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두가 그들을 따라 하라고 할 때, 나는 나의 길을 걸었고, 지금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승부는 끝이 없어서 두렵다.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이다.

영화 ‘명량’의 대사 中


사업의 승부에 체급은 없다. 큰 기업이 훨씬 유리하다. 그렇다고 작은 기업이 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기업이 이기는 방법은 많다. 작은 기업은 빠른 속도와 깊은 배려가 강점이다. 작은 기업의 마케팅은 빠르고 깊어야 한다. 그래야 큰 기업과 승부할 수 있다. 경기가 나쁠수록 큰 기업은 불리하다. 예측이 힘든 시대에는 빠른 기업이 살아남는다.


작은 기업의 마케팅은 힘들다. 정보도 많지 않고, 전담 인력도 없으며, 심지어 예산도 적다. 그래도 생존을 위한 마케팅 경쟁력은 필수다. 중소기업의 마케팅을 광고, 홍보, 영업과 혼동하지 말자. 중소기업에게 광고는 Buy me, 홍보는 Love me, 영업은 Kiss me, 그리고 마케팅은 Brand me 다. 결국 모두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다.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 마지막도 고객이다. 대기업의 고객층은 매우 넓다. 당연히 광고와 홍보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고객층은 제한적이다. 핵심 고객에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실 중소기업은 고객을 잘 모른다. 시스템도 없고, 연구도 하지 않는다. 당연히 고객의 결핍도 모른다. 1명이라도 좋다. 지금부터 고객 명단을 만들고 관리하자. 리스트가 먼저다.


홈페이지가 첫인상이다. 첫인상이 인식을 지배한다. 명단을 만들었다면 고객을 만나야 한다. 홈페이지부터 시작하자. 홈페이지에 우리 회사가 보여주고 싶은 정보만 잔뜩 넣지 말자. 고객이 원하는 정보 중심으로 바꾸자. 혹시 모바일에서 당신의 홈페이지를 접속한 적이 있는가? 모바일이 먼저다. 아직도 웹에 집중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바꾸어야 산다.



고객 명단과 괜찮은 홈페이지가 구축되었다면 이제 고객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뉴스레터부터 시작하자. 좀 더 세련된 디자인이 필요하다면 포토샵을 직접 배우자. 평생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 디자인 플랫폼을 찾으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목이다. 고객은 제목만 보고 메일을 지운다. 뉴스레터는 제목에 모든 열정을 쏟아야 한다.


SNS는 고객과 친구로 지내는 사교클럽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텀블러, 카카오 페이지 등 활용할 채널은 너무나 많다. 제조업, 서비스업, IT 기업, B2B, B2C, B2G 등의 기업 성격에 따라 활용해야 할 소셜 네트워크는 다르다. 일단 개설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반응이 오는 플랫폼을 발견했다면, 이제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콘텐츠는 고려할 것이 많은 숙제다. 광고, 홍보, 영업, 홈페이지, 뉴스레터, SNS는 도로와 같다. 도로에는 차가 다녀야 한다. 콘텐츠는 길 위의 자동차다. 콘텐츠의 형식은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미디어로 구분된다. 콘텐츠의 내용은 회사의 컨셉과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 장르부터 결정하자.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이 액션, 로맨스, 판타지 또는 드라마인지 규정하자.


커뮤니케이션은 꾸준함이 신용이다. 시간과 열정이 자산이다. 결국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이 회사의 브랜딩으로 연결된다. 커뮤니케이션은 고객과의 약속이다. 매주 발송하던 뉴스레터를 한주라도 쉬는 일은 모든 노력을 허사로 만든다. 휴가 기간에 SNS 채널을 쉬는 일은 친구와 멀어지겠다는 선언이다. 진심을 담아 꾸준히 고객과 대화하자. 그것이 전부다.


중소기업의 최고 마케터는 사장이다. 위의 모든 활동을 사장이 할 줄 알아야 한다.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당신보다 나은 마케터를 뽑아라. 대신 전권을 부여하자. 당신이 모르는 일을 전문가에게 지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장의 마음에 들지 않거든, 마케팅을 직접 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중소기업 마케터는 찾기도 힘들고 만나기도 힘들다. 결국 사장이 마케터다.


작은 기업의 마케팅은 대박을 노리지 말고, 백 년 기업을 꿈꾸어야 한다.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아니라, 살아남은 기업이 강하다고 인정받는 시대다. 중소기업의 마케팅은 100년 동안 기억되는 제품과 회사를 만드는 브랜딩이다. 긴 호흡으로 하나씩 시작해야 한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이다. 살아남는 것이 승부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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