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變化 Change

단순하고 작은 생각이 모든 것을 바꾼다.

by 생각
단순하고 작은 생각이 모든 것을 바꾼다.

영화 ‘인셉션’의 대사 中


변화는 쉽지만 어렵다. 변화는 작게 시작해서 크게 끝난다. 작은 정성이 모여서 큰 결과를 만든다. 변화가 쌓이면 혁신이 된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나의 변화가 세상을 혁신한다. 변화는 멈추지 않는 행동이다. 변화가 지속되면 진화가 된다. 진화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다. 변하는 것만이 살아 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취향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콘텐츠다. 최근 드라마 5편을 연달아 히트시킨 팀이 있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이우정 작가, 신원호 연출 그리고 제작사 tvN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5편의 연타석 히트 드라마를 만든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응슬')에는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는다. 반대로 응슬을 통해 톱스타가 된 경우는 많다. 응칠의 정은지, 서인국이 그렇고 응사의 정우와 유연석, 응팔의 류준열과 박보검, 최근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박해수와 박호산, 이규형까지. 응슬은 출연만 하면 별들이 쏟아지는 자판기 같은 드라마다. 그야말로 변화무쌍이다.


변화는 익숙함과의 이별이다. 톱스타 캐스팅과 해외 로케이션 등으로 이슈를 만들어 초반 시청률을 높이는 방식이 기존 드라마의 마케팅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응슬은 그럴 수 없었다. 2012년 KBS 이명한 사단이 대거 CJ E&M으로 이적했다. 나영석 등과 함께 적을 옮긴 응슬의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는 원래 예능 출신이었고, tvN은 예산이 넉넉지 못했다.


응슬은 적은 예산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고, 톱스타 캐스팅을 계획에서 제거했다. 대신 작은 배역까지 기억나게 만드는 스토리와 연출로 실력파 배우들을 포섭하는 데 성공한다. 응슬은 배우의 인기를 버리고, 실력을 선택했다. 변화는 가혹한 환경에서 탄생한다. 예산이 부족한 환경에서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다.



변화는 과거를 무시하지 않는다. 므두셀라는 노아의 할아버지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969살까지 살았던 인물로 장수의 상징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이런 므두셀라의 고사에 빗대어,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나 과거의 확실했던 행복으로 회귀하려는 심리를 ‘므두셀라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응슬의 트레이드 마크는 드라마 주제음악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명곡들을 최신 가수들이 리메이크한다. 응슬의 OST는 무드셀라 증후군을 활용한 레트로 마케팅이다. 응슬은 과거 세대들에게는 회상의 계기를,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과거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복고는 과거를 현재로 변화시키는 재해석이다.


성시경이 부른 서태지의 너에게, B1A4가 부른 더 블루의 그대에게, 로이킴이 부른 김광석의 너에게, 오혁이 부른 이문세의 소녀, 김필이 부른 김창완의 청춘.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에릭남이 부른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대표하는 주제음악이다.


변화는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다. 응슬은 한국 드라마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부순다. 톱스타 시스템을 제거하고, 쪽대본을 청산한다. 응슬은 잘 짜인 로드맵으로 사전제작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응슬은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주말 드라마 같은 편성의 고정관념을 깨고, 주 5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과감하게 금·토 편성을 정착시킨다. 최근 종영한 응슬의 경우 주 1회 편성을 최초로 시도하여 호평받았다.


변화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세트 촬영을 하지 않았다. 첫 시리즈인 응칠은 제작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세트 촬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응사는 오히려 일부러 리얼한 느낌을 주기 위해 세트 촬영을 제거했다. 사라진 세트는 과거의 분위기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어주면서 드라마의 경쟁력으로 바뀌었다.


변화는 팀워크가 필수다. 응슬의 대본은 한 명의 작가에 의존하는 기존 공중파 드라마의 시스템과 다르다. 요즘은 많은 드라마가 협업 창작을 기본으로 한다. 그 시스템을 가장 빨리 정착시킨 팀이 바로 응슬팀이다. 또한 이우정, 신원호 콤비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부터 실험하던 방식을 고스란히 드라마에 접목했다. 바로 열린 결말이다. 결말을 열어 놓고, 남편이 누구인지를 맞추게 하는 게임 방식의 스토리텔링도 응슬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이다. 인기 작가와 톱스타 몇 명에 의존했던 과거의 영화나 드라마 시스템은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좋은 작품은 인기를 만들지만, 시스템을 만든 작품은 역사를 바꾼다.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다.

만화 ‘슬램덩크’의 대사 中


변화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발상은 새로운 생각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발상법이 있다. 발상법은 변화를 시도하는 훈련이다. 발상은 훈련으로 완성된다. 처음부터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몇 가지 발상법을 습관화하면 좋은 발상을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 몸으로 익히면 머리가 자동으로 발상을 만든다.


사슬 발상법은 빠르게 유일한 개념을 만들 때 유용하다. 길게 연결된 사슬(chain)을 떠올려 보자. 고민이 되는 단어를 사슬의 첫 고리에 놓는다. 첫 고리를 보고 떠오른 첫 단어를 다음 고리로 연결한다. 첫 고리를 보고 떠오른 단어를 다음 고리로. 이렇게 단어를 계속 연결해 나간다. 규칙은 하나다. 제한된 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 1초 안에 한 단어. 이렇게 30초만 진행한다. 생각이란 단어로 예를 들면.


생각 - 뿔 - 사슴 - 숲 - 노르웨이 - 바이킹
함선 - 대양 - 항해 - 모험 - 보물섬 - 해적
잭 스페로우 - 고양이 - 길 - 규칙 - 습관 - 공부
카페 - 커피 - 스타벅스 - 창업 - 성공 - 실패
연 - 하늘 - 바람 - 구름 - 시 - 동주
영화 - 꿈 - 도전 - 지속성 - 브랜딩 - 훈련


다음 순서는 첫 고리의 단어와 나중에 떠오른 단어들을 결합한다. 첫 고리의 단어가 고민 또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슬 발상법은 이름을 지을 때 유용하다. 생각이란 컨셉으로 제품, 회사 또는 공간의 이름을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1개의 단어와 연결된 29개의 합성어가 완성된다. 그중 좋은 조합만 다시 정리한다.


생각 뿔 - 생각 사슴 - 생각 항해
생각 모험 - 생각 해적 - 생각 커피
생각 하늘 - 생각 바람 - 생각 훈련


다시 정리된 9개의 합성어 중에서 유일한 개념만 남긴다.


생각 해적


이 단어를 함께 협업하는 사람들과 의논한다. 반대가 많으면 다시 사슬 발상을 한다. 이렇게 하루만 반복한다. 처음에는 알람시계를 맞추고 종이에 적으면서 하는 편이 좋다. 몸으로 익혀야 습관이 되고, 완전히 습관화되면 머리로도 사슬 발상이 가능해진다. 발상법이 습관화되면 1분 만에 단 하나의 유일함을 만들 수 있다.



마방진을 활용하면 보다 복잡한 발상이 가능하다. 마방진(魔方陣)은 3,000년 전 중국 우나라에서 기원했다. 수학용어로 각 원소가 n의 제곱의 수로 이루어져 있고, 각 행의 원소의 합과 각 열의 원소의 합, 그리고 대각선에서의 n개의 원소의 합이 모두 같은 n×n 정사각 행렬을 의미한다. 영어는 마법의 정사각형(magic square)이다.


우선 9칸 정사각형으로 시작하자. 정사각형의 제일 가운데에 내가 해결해야 할 핵심 단어를 적는다. 그리고 가운데 단어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한 후, 남은 8개의 칸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는다. 그리고 8개 각각의 단어를 다시 다른 정사각형의 가운데에 적은 후, 그 단어들의 본질을 고민해서 다시 8개씩의 단어를 채운다. 이 과정을 10분 안에 완성한다. 만다라트 발상법도 마방진에서 기원했다.


마방진은 꿈을 설계하는 유용한 도구다. 오타니 쇼헤이는 현재 일본 스포츠계의 아이콘 중 한 명이다. 2017년 USA TODAY가 선정한 메이저리그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자 현역 선수로 TOP5 선정되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야구 인생 계획표를 만다라트로 만들었다. 만다라트는 일본의 마츠무라 야스오가 개발한 기법으로 ‘연꽃 기법’이라고 불린다. 연꽃 기법에 사용되는 차트가 불교의 만다라 형태와 유사하다고 하여 ‘만다라트(Mandal-Art)’라고 불린다. 쇼헤이는 만다라트 기법의 도움으로 24세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

영화 ‘메멘토’의 대사 中


변화는 누구에게나 고민이다. 경영자는 특히 변화에 대한 고민이 많다. 고민은 입체적이다. 돈만 문제가 아니라, 사람도 문제고, 경영자도 문제다. 이럴 때는 차원 발상법이 유용하다. 차원은 크게 3개의 축이다. X축, Y축, Z축. 우선 'XY' 차원 발상법부터 시작하자. 신규사업이 고민이라면 X축을 제품으로, Y축을 시장으로 나눈다.


X축의 왼쪽은 기존 제품, 오른쪽은 신규 제품.

Y축의 위쪽은 신규시장, 아래쪽은 기존 시장.


1분면 - 기존 시장의 기존 제품
2분면 - 기존 시장의 신규 제품
3분면 - 신규시장의 기존 제품
4분면 - 신규시장의 신규 제품


사업의 변화는 언제나 4가지 방향으로 구분된다. 1분면은 지금 하고 있는 영역이다. 2분면은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영역이고, 3분면은 시장을 찾는 영역이다. 4분면은 제품도 만들고 시장도 개척해야 하는 영역이다. 1분면에서 4분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신사업의 본질이다. 그런데 한 번에 가기 힘들다. 2분면을 통해 4분면으로 가던가, 3분면을 통해 단계적으로 4분면으로 가야 한다. 변화는 쪼갤수록 쉬워진다.


반대 발상법은 가장 쉽지만 어렵다. 기존 개념에 반대되는 개념을 떠올리는 훈련이다. 유의해야 할 점은 개념의 반대는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는 여럿이다. 대척점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커피의 반대는 홍차일 수도, 콜라일 수도, 케이크일 수도, 분주함일 수도, 피커일 수도 있다. 반대가 여럿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면, 새로운 발상이 보인다.


대통령은 한 명이 여야 하나?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돼야 하나?
사랑은 한 번만 오는 걸까? 결혼은?


변화는 새로움이다. 익숙함을 바꾸는 일이다. 원래 그런 것은 세상에 없다. 지금 익숙한 모든 것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움이었다. 변화는 발칙해 보이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새로운 것은 처음엔 모두 낯설다.



변화까지 변화시키는 일이 혁신이다. 누구나 혁신을 꿈꾼다. 하지만 도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 혁신(革新)의 사전적 정의는 "일체의 묵은 제도나 방식을 고쳐서 새롭게 함"이다. 즉, 가죽이 벗겨지는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워지는 일이 혁신이다. 혁신은 변화보다 본질적이고, 발견보다 의도적이며, 모험보다 계획적이다.


혁신의 전쟁에선 현실주의자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베트남전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살아남은 병사들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였다고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태도를 뜻한다. 혁신도 살아남아야 가능하다. 긍정에 대한 맹신은 혁신의 완성을 앞둔 고통의 임계점에서 의지를 배신하는 경우가 많다.


혁신은 혼자서 이룰 수 없다. 훌륭한 전우가 많을수록 혁신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혁신의 과정에는 만남만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인재가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혁신의 꽃이 핀다. 만남은 언제나 이별을 수반한다. 혁신의 가장 큰 고통이 바로 헤어지는 일이다. 만남을 즐기듯이 헤어짐도 즐겨야 한다.


혁신의 질주를 시작했으면 눈 옆을 가려라. 경주마는 눈가리개를 한다. 옆을 볼 수 없게 만들어서 오직 결승점을 향해서만 전력 질주하게 만든다. 혁신을 시작했다는 건 이미 목표를 세웠다는 말이다. 혁신의 질주에는 수많은 유혹들이 피어나기 마련이다. 질주를 방해하는 생각과 행동에 스스로 눈가리개를 씌워야 한다.


듣는 것보다 직접 겪어봐야 진리를 배울 수 있다. 대가들의 책은 훌륭한 지식의 보고다. 위인들의 업적은 영감을 주는 지혜다. 하지만 그들의 지식과 지혜가 나의 혁신을 완성시키지는 않는다. 어느 누구도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행동으로 경험한 것만이 혁신의 연료다. 공부는 보고 듣고 느끼고 행동해야 완성된다.


혁신의 가격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혁신은 고통의 대가를 치러야 완성된다. 금전과 명예, 때로는 권력이 주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혁신이다. 질주하기 전에 이미 가격표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가격표가 있으면 흥정은 없다. 물건은 파는 사람이 가격을 정한다.


혁신은 시리즈다, 모든 것을 걸지 말자. 봄이 꽃을 피우고, 난세가 영웅을 부르듯 혁신이 혁신을 부른다. 한 번의 혁신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지 말자. 죽는 순간까지 히든카드 한 장은 숨겨 두어야 한다. 히든카드는 많을수록 좋다. 혁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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