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矛盾 Conflict

영웅으로 살다가 죽거나, 오래 살아서 악당이 되거나.

by 생각
영웅으로 살다가 죽거나,
오래 살아서 악당이 되거나.

영화 ‘다크나이트’의 대사 中


모순은 충돌하는 욕구다. 서로 다른 욕구가 충돌하는 상태다. 우리 주변은 언제나 모순 투성이다. 인지하지 못하고 살뿐이다.


밥은 많이 먹고 싶은데,
배는 안 나왔으면 좋겠어.

술은 매일 먹고 싶은데,
숙취는 없었으면 좋겠어.

공부는 하기 싫은데,
성적은 잘 나왔으면 좋겠어.

결혼은 하기 싫은데,
축의금은 받았으면 좋겠어.


모순은 기회의 순간이다. 모순된 욕구를 채우면 소비자는 열광한다. 소위 히트상품이 탄생한다. 우리 주변의 히트상품은 대부분 모순을 극복하고 본질을 찾아서 만들어진다.


골프는 치고 싶은데, 골프장에 가는 건 귀찮아!


골프의 모순은 뭘까? 꼭두새벽에 일어나 골프장에 가는 일이다. 골프는 치고 싶은데, 새벽에 일어나는 일은 싫다. 충돌하는 욕구다. 스크린 골프는 가상현실에서 실내 골프를 즐기는 시뮬레이터(Golf Simulator)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화장은 해야 하는데, 절차가 너무 많아서 귀찮아!


화장의 모순은 복잡한 절차다. 비비크림은 복잡한 절차를 극복했다. 비비크림의 정식 명칭은 ‘블레미시 밤(Blemish Balm)’이다. 독일 피부과에서 환자 피부 치료 후 자외선과 외부 자극에서 피부를 보호하고자 바르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 시초였다.


눈은 잘 안 보이는데, 안경을 쓰면 예쁘지 않아!


안경의 모순은 뭘까? 안경은 패션을 방해한다. 콘택트렌즈는 이 모순을 극복했다. 1887년 안경사였던 루이스 지라드는 세계 최초의 콘택트렌즈 제작에 성공했지만 각막까지 덮는 형태로 불편했다. 이후 바슈롬이 획기적인 소프트렌즈를 개발하며 콘택트렌즈는 대중화되었다. 그리고 아큐브가 이 시장을 석권한다.


자동차가 힘도 세고, 연비도 잘 나왔으면 좋겠어!


자동차의 모순은 마력과 연비다. 힘도 세고 연비도 좋은 자동차는 1997년 하이브리드가 출시되기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프리우수는 자동차의 모순을 극복한다. 충돌하는 욕구는 혁신적인 기술의 씨앗이다. 출판과 영화, 인터넷과 블록체인도 모두 그렇게 탄생했다.



정보는 찾고 싶은데, 광고는 보기 싫어!


구글은 모순 속에서 태어난 기업이다. 인터넷 초기, 모든 검색엔진의 초기 화면은 광고였다. 검색의 본질은 정보임에도 검색창보다 배너광고가 더 많았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매일 모순 속에서 살았다. 정보를 찾기 위해 광고를 봐야 했다. 어느 날, 스탠퍼드 대학교의 두 대학원생은 이 모순에 주목했다.


1998년 9월 27일,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구글을 설립했다. 인터넷 세상의 모순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구글은 고민했다. 광고를 정보로 바꿀 수 없을까? 정보를 먼저 보여주면 광고를 정보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검색창 하나뿐인 초기화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정보만 찾고 싶은 소비자와 광고를 보여줘야 돈을 버는 검색엔진의 충돌하는 욕구가 모두 충족되는 방법이었다. 검색엔진의 본질이 정보라고 믿었기에 가능했다. 2014년 9월 기준,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엔진의 85%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금도 점유율은 늘어나고 있다. 구글은 모순을 찾아 극복했다. 모순 찾기는 본질 찾기다. 충돌하는 욕구 속에 본질이 숨어 있다.




때로는 단 하나의 결정이 운명을 좌우한다.

영화 ‘아바타’의 대사 中


구글의 브랜드 탄생 과정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구글은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아니다. 아무런 뜻도 없다. 왜 이런 이런 단어를 회사 이름으로 사용했을까?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처음 결정한 회사의 이름은 구골(googol)이었다. 구골은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케스너(Edward Kasner)가 이름 붙인 10의 100승을 뜻하는 수학용어다. 구골은 거의 무한에 수렴하는 숫자다. 그만큼 많은 정보를 담겠다는 둘의 의지를 담았다. 그런데 엉뚱한 일이 발생한다.



1998년 당시 구골은 투자가 절실했다. 어느 날, 둘은 교수의 소개로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창업자였던 앤디 벡톨샤임(Andy Bechtolsheim)을 만나 투자를 요청한다. 벡톨샤임은 사업설명을 듣고 난 후, 일정이 바쁜 나머지 이렇게 대답한다.


마음에 듭니다. 좋습니다. 구체적인 것을 논의하기보다, 그냥 수표(check)를 드리면 어떨까요?


엘리베이터 피칭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벡톨샤임이 10만 달러 수표 앞에다 회사 이름을 ‘구글(google Inc)’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명백한 오타였다. 벡톨샤임이 떠나고, 둘은 망연자실해졌다. 구글이란 이름의 회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표를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둘은 고민했다. 이 순간에 구글의 창업자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떠올린다. 수표를 다시 받을지 돈을 받지 말지가 아니라, 회사 이름을 바꾸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회사 이름이 지금의 '구글'로 바뀐다. 모순을 찾아 뒤집으면 큰 뜻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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