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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옷장지기 소령님 Mar 18. 2019

우물쭈물하다 후회할 지도 몰라.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제2화.

"난 말이야, 어릴 때부터 늘 그게 문제였던 것 같아.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항상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겨본 적이 별로 없어. 이번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나 자신한테 보여주고 싶어" 


"난 내 아이한테 보여주고 싶어. 좀 다르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거!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직장을 다니고... 모든 인생이 똑같이 그래야하는 건 아니잖아?"


"음...난 내가 좀더 행복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행복한 내 일터를 내 손으로 만들고 싶어."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 '열린옷장'이라는 돌멩이가 던져졌다.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열심히 공부해 학교를 졸업하고,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며 안정된 삶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우리는 정말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다. 조금은 욱 하는 마음에 해보자 해놓고도 막상 어찌나 걸리는 게 많던지... 


자금이 꽤 들 텐데 어떻게 조달하지? 어디에 모여서 일하지? 정장 기증은 어디로 받지? 기증 받은 옷을 빌려 입을 사람이 진짜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거 회사 다니면서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하고 싶다는 마음이 걱정을 앞섰기에 우리의 마음은 하나로 모였다. 


"나중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지레 포기하지 말고 지금 해보자. 주말마다 모여서 직장인 밴드처럼 해 보는 거야!"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나아가 보기로 했다. 빨리 가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 그렇게 다시 주말 회동이 시작되었다.   


열린옷장의 시작을 준비하며 우리가 제일 처음 한 것은 리서치였다. 


'정장을 기증받아 꼭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준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정장을 기증받아야 하는데 과연 사람들의 옷장 속에 그런 옷이 정말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의 마음속에 그 옷을 누군가를 위해 기증할 의향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입사면접, 정장 때문에 쫄지 말자! 잘 입지 않는 정장을 가진 사회선배들과 면접을 앞둔 청년구직자를 연결하는 <열린옷장>이 사회선배님들께 묻습니다. 바쁜 업무 중에 잠깐만 설문 부탁드립니다." 


우리들 역시 바쁜 업무 중에 회사에서 틈틈이 트위터를 통해  설문지를 열심히 돌렸다.  


그런데 이틀 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SBS라디오 "박소현의 러브게임"에 열린옷장이 소개된 것이다. 열흘 후에는 MBC라디오 환경캠페인에 또 다시 열린옷장이 소개되었다. 단지 트위터를 통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을 뿐인데 돌아온 이러한 반응은 열린옷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분명 꽤 많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확신을 얻은 후로는 조금 속도를 내 정장을 모아보기로 했다. 


먼저 우리들 스스로의 옷장부터 열었다. 

우리가 바로 열린옷장의 기증 타겟이었다. 즉 직장생활을 몇 년 하다 보니 체형이 변하거나 유행이 지나 안 입는 정장이 몇 벌씩 옷장 속에 잠들어 있는 사회 선배들이었다. 기증 정장들은 멤버 중 한 사람의 집 거실에 모아두고 틈 날 때마다 촬영을 해 우리의 첫 온라인 홈그라운드였던 DAUM 카페에 올렸다.


조명 하나도 없이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그 당시의 정장 사진들은 그야말로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우리가 봐도 과연 누가 이 사진을 보고 빌려 입을까...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 때의 그 어설프지만 열정적인 시도들이 있었기에 지금 열린옷장이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비록 완성도는 좀 떨어지더라도 열린옷장을 운영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 그 시간들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믿는다. 


만약 그 때 주위 여건만 탓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루기만 했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금 열린옷장은 존재하고 있을까? 


문제가 생겼을 때 선택할 수 있는 해결방법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제가 생길까봐 망설이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그만두고 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먼 훗날, 조지 버나드쇼의 묘비명과 같은 후회만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바로, 

지금, 

Start! 






Tip for your start.

당장 회사를 그만둘 필요는 없다. 


성공한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대부분 다니던 회사에 멋지게 사표를 던진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성공담을 보며 '나도 나중에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그들이 사표를 던지기 전에 쏟았던 노력들은 성공담에 빠져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이런저런 상황을 핑계로 미루는 것보다는 바로 지금부터 아주 작은 준비라도 시작해보는 것이 더 빠른 길일 터이다. 또한 아이템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사표부터 내는 것은 오히려 정신적 환경적으로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어, 장애물이 생겼을 때 쉽게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남의 성공담을 거울삼기 보다는 자신의 환경에 맞는 나만의 스타트업 도전기를 써보자.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 2화 끝.

* 본 글은 2013년 <다음 스토리볼> 연재본을 리라이팅하여 포스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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