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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옷장지기 소령님 Mar 18. 2019

너, 공유경제가 뭔지 알아?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3화.

그 곳에는 '공유'에 대한 생각이 활짝 열린 사람들로 가득했다. 

업무를 보는 곳이라기보다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아지트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 곳에서 나이도 분야도 다르지만 '공유경제'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매일같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비즈니스를 도우며 에너지를 공유하고 있었다. 


아마도 국내 최초의 코워킹 스페이스라 할 수 있는 "CO-UP"의 이야기다. 공유경제가 뭔지도 모르던 열린옷장이 그 곳의 식구가 된 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어느 송년회 자리에서 코업의 대표, 일명 '이장님'을 우연히 만났다. 마침 코업에서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참가할 스타트업들을 찾고 있었다. 바로 '코업 쉐어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그 때까지도 우리와는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 공유경제를 소개하고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해온 '이장님'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열린옷장이 지금 하려고 하는 '정장 공유'도 공유경제 활동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남는 재화가 '공유'를 통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 되어 모두가 win-win하게 되는 공유경제의 개념은 열린옷장이 추구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와~ 공유경제가 요즘 세계적인 대세래. 

 근데 우리도 공유경제 모델이래~!”


그저 신기한 마음에 코업 쉐어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내보기로 했다. 

지원서는 시장조사부터 수익모델, 기업가정신까지 우리가 한 번도 작성해본 적 없는 사업계획서 형식이었다. 지원서를 작성하며 그동안 간단한 PPT제안서 하나 들고 뭔가를 해보려 한 우리가 부끄러워졌다. 그렇다고 며칠 만에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더구나 직장인들이었던 우리는 모두들 너무 바빴다. 벼락치기 시험공부 하듯 겨우 빈칸만 채워 제출한 부끄러운 지원서로 어떻게 10개의 인큐베이팅 팀에 선정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 곳에서 우리는 또 한 번 비슷한 꿈을 꾸는 동료들을 만났다. 

어쩌면 '선배'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조차 거의 처음 들어보는 열린옷장과는 달리 이미 오래전부터 창업을 준비하고 공유경제를 공부해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국내 공유경제기업 1세대라 볼 수 있는 집밥, 국민도서관 책꽂이, 플레이플래닛 등이 모두 그 때의 동료들이다. 


그들과 함께 코워킹 스페이스 '코업'에서의 3개월 인큐베이팅 기간이 시작되었다. 

그 동안 우리가 경험한 직장생활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세상이었다. 매일 집에서만 놀다 어린이집에 처음 간 5살 아이가 딱 그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코업은 정해진 자리 없이 자유롭게 책상을 사용하는데, 파티션 하나 없이도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서 각자의 비즈니스에 몰두할 수 있었다. 


때로는 10개의 팀이 모두 모여 서로의 비즈니스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조언해주며 밤을 밝혔다. 때로는 잘 풀리지 않는 답답함에 서로 한숨도 주고받았다. 가장 좋은 점은 전문분야도 경력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였기에 절로 발휘되는 시너지였다. 웹사이트 개발 때문에 고민일 땐 옆 자리의 개발자와 바로 의논할 수 있었다. 서비스 아이디어가 안 풀릴 땐 트렌드에 강한 누군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불쑥 내 인생이 불안하고 초조할 땐 비슷한 심정으로 도전을 하고 있는 누군가와 동병상련을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열린옷장은 코업의 그 누구보다 특별한 혜택을 많이 받았다. 

첫 번째 혜택은 열린옷장에게 정장을 기증받을 새로운 주소가 생긴 것이다. 자리를 비울 때가 많을 수밖에 없는 우리는 착불로 도착하는 기증택배가 항상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자리를 비운 사이 도착한 택배를 조금도 귀찮아하지 않고 대신 받아주었던 동료들에게 지금도 고맙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정장을 보관 할 곳이 없어 행거를 설치하고 사무실 한 쪽 벽을 아예 옷장으로 만들어버리는 민폐를 끼쳤다. 그래도 불평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공간에 대해 걱정해주며 모두들 배려해주었다.  


코업 시절, 동료들 덕분에 깊이 깨달은 co-work의 힘. 그 공간과 그 사람들이 나눠준 '함께'라는 에너지를 우리가 받은 것보다 더 크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기를 지금 우리는 꿈꾼다. 


열린옷장의 응원에 힘을 얻어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는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서 다시 누군가에게 도전의 에너지를 전할 수 있기를!








Tip for your start.

스타트업 성공의 절반은 네트워크!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는가? 다른 분야 팀과의 업무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 혹은 스타트업 동료와의 정신적 교감이 목마르다면 최근 국내에서도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아가보자.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사무실 공간 비용도 절감하고, 두고두고 힘이 되는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강연 및 프로그램들도 수시로 진행되어 보다 더 다양한 정보를 만날 수 있다.       



[ 열린옷장, 비영리로 스타트업하기 ] 제3화 끝.

* 본 글은 2013년 <다음 스토리볼> 연재본을 리라이팅하여 포스팅하였습니다. 

[ 소령님의 열린옷장 Hi story ][ 소령님의 열린옷장 Hi s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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