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찢어진 깻잎머리 소녀

내 머리가 바로 깻잎머리였다니.

by 날달말

90년대 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깻잎머리.


동네언니들, 학교친구들, 유명아이돌과 배우들까지. 이 시대를 지나온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한 동안은 깻잎머리를 열심히 만들고 따라 했을 것이다. 멋을 좀 아는 언니들은 핀까지 해줘야 진정 완성된 머리가 되는 거지.


사실 나는 유행을 따라한 깻잎머리가 아니었다. 시대를 잘 만나 운이? 좋았던 경우였다.

선택지가 없는 머리스타일이었는데 , 그게 바로 깻잎머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24년인 지금도 어쩔 수 없이 깻잎머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계절에 따라 길이와 양이 달라질 뿐...


사춘기 때는 이런저런 헤어스타일을 해 보느라 몇 시간씩 거울 앞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필수품이었던 고데기와 함께 웨이브와 스트레이트를 매일매일 반복했지만 , 어떤 머리모양도 어울릴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까만 머리카락 속에 기다랗고 새하얀 흉터.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흉터 아니냐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


왼쪽눈 위 이마와 머리카락 경계 부분의 엄지손가락 만한 평편한 크기. 불규칙한 별 모양 같기도 하다.

머리위쪽으로 쭈욱 이어지는 지렁이 같은 모양. 누군가는 고속도로라고 했다.

윗뒤통수에 성인여성 검지사이즈의 넓이와 길이.


누군가에게 내 흉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 적이 없어서 , 머리 곡선에 따라 나름의 구역을 나누어 설명해 보았다.

이 세 구역이 한 라인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이마 쪽 흉터를 가리기 위해 앞머리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라도 한 마디씩 물어보거나, 빤히 쳐다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머리 모양을 만들 때는 머리양을 적절히 넘겨야 한다.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나만의 정해진 양이 있다. 너무 적게 넘기면 머리카락이 갈라져서 흉터가 보이고, 많이 넘기면 9:1 가르마가 되기 일쑤다.

웃픈이야기지만 머리카락이 기름지면 서로 엉겨 붙어 갈라지고 만다. 그럼 새하얀 흉터가 그 사이로 보이게 된다.

게으름 피우지 못하고 머리를 감아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찢어진 깻잎머리로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온통 신경이 머리로만 가 있기 때문이다.


메이크업은 안 해도 머리 매무새는 만져야 했고, 뭘 해도 예민했던 사춘기와 이뻐 보이고 싶은 20대에는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머리를 맘껏 기를 수 있고, 비교적 다양한 모양으로 만질 수 있는 여자이기에 불행 중 다행이었다.

지금도 가장 해보고 싶은 헤어스타일은 소위말하는 올빽 머리였다. 시원하게 틀어 올려보고 싶었다.

연예인이든 지인이든 누군가 똥머리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부러웠다.


머리는 길러서 올려 묶기만 하면 문제가 안된다.

고속도로흉터와 뒤통수흉터도 잘 가려 묶으면 문제없다.

골칫덩이 앞이마 흉터가 문제였다.

머리를 묶어도 앞머리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적당량 넘겨야 했고 , 그렇게 흉터를 가리는데 집중하다 보면

90년대 일진언니야들 스타일이 되어버린다…

청순해 보이고 싶었던 건데 ~~~~~~~!!

늘 집에서 한두 번 해보고 만다.


어느 날 헤어팡팡이라는 화장품을 발견했다.

M자머리나 부족한 헤어를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 두피에 팡팡팡 스펀지로 두드리면 커버가 된다고 했다.

연예인이나 하는 줄 알았지~~~ 대중화가 됐다니! 얼른 해보고 싶어서 종류별로 다 샀다!

너무너무 기대가 됐고 , 나도 여름에 맘껏 자연스럽게 머리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흉터는 두피가 아니었다.

정상피부가 아니란 말이다.


헤어팡팡은 가루형태였는데, 흉터에 밀착되지 않았다.

피부와 흉터 경계선으로 다 밀려 버려서 테두리가 새까맣게 변해버렸고, 오히려 경계선이 뚜렷해지면서 흉터는 더 눈에 띄게 돼버렸다 …

고정해 보려 스프레이와 바셀린을 사용해 봤지만.. 스프레이 압력 때문에 가루는 다 날아가버리고 , 머리가 뭉치고 갈라져 버리는 턱에 완전 대! 실! 패! 였다.

내가 기대했던 여름에는 더더욱 못하게 돼버렸다.

땀에.. 스프레이에.. 검은색 가루까지 …

헤어팡팡.. 안녕… 우린 다시 못 만나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