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0 경북 영덕군: 강구교 입구 ~ 해맞이공원

대한민국 둘레길

by 김선혜

* 날짜: 2026년 3월 27일

* 날씨:

* 거리: 17.6km

* 시간: 5시간 30분

* 난이도: 보통이 맞나요?

* 코스: 강구교 입구—(2.8km)—봉화산—(5.1km)—고불봉—(8.1km)—신재생에너지전시관—(2.1km)—영덕 해맞이공원

* 참고: 오늘도 경로 이탈 경고 세 번 먹었습니다. 해맞이공원에서 영덕역으로 나오는 버스가 없고, 카카오택시도 안 되니 영덕 콜택시를 이용하세요.

1) 풍력 발전기가 있는 언덕을 가다 보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푯말(앞에 잘 닦여진 거대 언덕이 있어요)과 우측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해파랑길 리본은 우측으로 빠지라고 나오는데 한참 가다 보면 경로이탈 경고가 옵니다. 살짝 짜증도 나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찔했는데 가던 길로 그냥 계속 가면 해파랑길 리본이 나오고 길이 다시 만나는 지점이 나옵니다. 경로를 바꾸셨으면 따라가기 지도도 바꾸시지... 지도와 리본 때문에 멘붕올 뻔했습니다.

2) 풍력 발전기 지나서 Pray Walk라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서 양갈래 길이 있는데 좌측으로 가셔야 해요. 그냥 직진하다 우측 길로 갈 뻔했습니다. 지도를 크게 확대하면 갈래길과 방향이 명확히 보이니 방향이 어딘지 잘 모를 때는 지도를 확대해 보는 것도 방법일 듯해요.

3) 코리아 둘레길 블루로드 쉼터에서 파란 라인을 따라 도로길을 계속 내려가다 마지막 풍차에서 우측으로 꺾어야 해맞이 공원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나옵니다. 블루 로드 도로를 믿지 마세요. -_-



3박 4일 일정의 마지막 날, 오늘은 산을 통과하는 길인 데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아침 8시에 출발했다. 어린 시절 동네라 그런지 숙소는 가장 허름하긴 했는데 희한하게 꿀잠을 잤다. 걸음걸이가 문제인지 발 아치가 무너져가고 있는 것인지... 어제 오른쪽 발등과 발목이 아파서 파스를 붙이고 잤는데 밤새 좀 회복된 것 같기는 하나 혹시 몰라 십자 모양으로 파스를 두르고 양말을 신었다. 딱딱한 아스팔트를 계속 걸은 탓도 있는 것 같은데... 신발 살 때가 된 걸까... 가방을 지르고 어깨가 하나도 안 아픈 걸 경험하니 신발도 지르고 싶어진다. (편한 신발 착용해 보신 분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려요! :)


오늘은 해파랑길이 아니라 해초록길이었다. 바다는 시작과 끝만 봤고, 계속 등산을 끝도 없이 했다. 그동안 지루하게 바다만 보고 걸었으니 산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긴 한데 시작부터 비탈에 고불봉이 왜 고불봉인가 했더니 고불고불.. 계속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이 봉인가 싶으면 아니고 저 봉인가 싶으면 아니고.. 8봉은 족히 오른 기분이다. 고불봉을 내려오면 거대 선풍기가 돌아가는 풍력발전소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계속 뱅글뱅글 산둘레를 돈다. 오르락 내리락 보다는 낫지만 계속 돌아서 올라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계속 돌아서 올라갔다는 건 또 계속 돌아서 내려온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원래 루트는 거대 비탈길을 올라가는 것인 듯한데 민원이 심했던 건지 지도에 없는 루트로 해파랑길 리본이 팔랑거려 리본을 따라가다 한참 가는데 뭔가 왱왱 거리는 소리가 나서 휴대폰을 보니 경로를 이탈했다는 아찔한 음성과 빨간 경고 아이콘이 보인다. 다시 돌아가라고? 배운 욕을 쏟아 내고 싶었으나 진정하고 지도를 계속 보며 가는데 바로 앞에 해파랑길 빨간 리본이 또 팔랑거린다. 경로를 바꿔놓던가! 막무가내로 전진한 것이 이럴 때는 먹히는구나. 어제는 블루리본이 사람 헷갈리게 하더니 오늘은 두루누비 변경 미반영으로 인한 경고음 오류로 식겁하게 하는구나. 이래저래 지루하다 싶으면 스릴까지 안겨 주시는 감사한 블루로드...


드디어 도착한 영덕 해맞이 공원. 트로트 버스킹 하는 아주머니, 조그만 매점, 무슨 교인지는 모르겠으나 선교활동 하시는 분들까지... 관광객보다 영업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 보인다. 불러도 대답 없는 카카오택시, 우버. 디지털이 통하지 않는 동네로다. 매점 아주머니가 불러주신 영덕 콜택시 타고 영덕역으로 무사히 왔다. 역시 동네 인심이지. 음료수라도 한 병 살 걸... 그렇게 다시 영덕역에서 포항역으로, 포항역에서 서울역으로 왔습니다.


영덕 산길을 굽이굽이 넘으면서 까맣게 타들어간 소나무들과 민둥산의 모습을 보며 마을은 예전의 모습을 많이 되찾은 것 같은데 산은 아직도 화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좀 슬펐습니다. 아직 1년밖에 안되었는데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상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이 치유되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있어야 할까요... 다시는 이러한 산불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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