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둘레길
날짜: 2026년 4월 17일
날씨: 맑음
거리: 13.3km
시간: 2시간 48분
난이도: 하나도 안 어려움 (왜 어렵다고 표기가 되어 있는 건지... 미스터리...)
코스: 외포항—(3.3km)—건평항—(2.4km)—정제두묘—(2.7km)—강화가릉—(4.9km)—곤능버스정류장
• 참고: 두루누비에 어려움으로 되어 있는데 정말 하나도 어렵지 않은 둘레길입니다. 아마도 등산이나 둘레길을 많이 안 다녀보신 분의 평가인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문득 둘레길을 걷고 싶은 충동이 일어 당일치기로 갔다 올 수 있는 서해랑길을 오랜만에 찾았다. 2024년 겨울에 강화도 쪽 2개(102, 103) 코스를 걷고 그 이후로 강화도 쪽으로 발길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네. 걷는 내내 파도 소리 ASMR을 들을 수 있는 해파랑길과 달리 서해랑길은 가끔 바다를 보여주고 그마저도 썰물 때문에 갯벌만 보게 되기 십상이고, 세상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은 아침 일찍 가서 물 빠지고 있는 서해 바다를 살짝 봤는데, 너무 조용해서 옆에 바다를 끼고 걷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서해랑인데 바다를 보여줘! 파도 소리를 들려줘!
외포항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장면이 생생한데 벌써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오늘은 버스 타이밍이 아주 그냥 죽여줬다. 집 근처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송정역까지 가는 388 버스에 바로 탑승, 송정역에서 내리니 강화터미널 가는 3000번 버스가 뒤에 있어서 바로 탑승, 강화터미널에 도착해서 화장실 갔다 나오니 37번 버스가 와 있어 탑승하자마자 출발하여 외포항 도착! 이렇게 타이밍이 좋아도 되는 건가요?
서해랑길 몇 코스 걸어보진 않았지만 마을길 아니면 산길인데 오늘은 시작을 고요한 서해 바다를 따라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감사할 순 없다! 버스 타이밍도 극적이라 감사합니다! 외치고 시작했는데 서해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당일치기라 어깨마저 가벼우니 발걸음이 날아갈 지경이라 감사하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늘 감사합니다의 최고봉은 인천 가톨릭대학교 화장실… 수많은 길을 걷고 산을 타면서 한 번도 장에서 신호가 온 적이 없었는데 어제 점심에 매운 닭발을 먹은 것이 화근인지… 심하게 신호가 오는 건 아니라 괜찮겠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신호가 오는 텀이 짧아지고 이대로 가다가는 완주하기 전에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걷다 보면 뭔가 해결 방법이 생기겠지… 그 와중에도 침착하게 대처를 하는 이 대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나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애써 뱃속을 진정시키며 걷고 있는데 바로 그때 학교 건물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학교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어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학교로 직행, 아무도 없는 본관에서 여유롭게 볼일을 해결하고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서해랑길 101을 완주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길을 내어준 강화도민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장실을 내어준 인천가톨릭대학교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시작도 마무리도 “감사합니다!” 감사함으로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