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둘레길
날짜: 2025년 5월 1일
날씨: 흐렸다 맑았다
거리: 13km
시간: 2시간52분
난이도: 쉬움
코스: 정자항—(2.8Km)—강동화암주상절리—(3.7Km)—관성해변—(6.0Km)—읍천항벽화마을—(1.2Km)—나아해변
참고: 울산(통도사) KTX를 타는 여정이시면 5003번 리무진 버스를 타고 정자까지 가면 되요. (아래에 리무진버스 시간표가 있어요)
“혼자 왔누? 왜 혼자 왔누?”
해안길을 홀로 걷고 있는데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신 마을 할아버지가 말씀을 건네신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앞에서 한참 어린 손녀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배시시 웃으며,
”혼자가 편해서요.“ 가볍게 목인사를 드리고 다시 씩씩하게 걸어갔다.
3개월만에 다시 찾은 울산은 여전히 고향처럼 푸근하고, 얼굴을 떼리는 동해 바닷 바람도 여전하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하늘이 회색이 됐다 파랑이 됐다 이랬다 저랬다 변화무쌍한데 다행히도 걷는 동안에 비가 내리진 않았다. 일기예보를 보아하니 아마도 늦은 오후부터 밤 사이 내리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샌드위치 데이 연차를 내고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해서 3박4일 동안 4개 코스를 걸을 계획으로 다시 찾은 해파랑길, 자연의 ASMR을 벗삼아 터벅터벅 걷는 이 기분, 하이킹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이해할 수도, 아니 절대 이해시킬 수도 없지.
산길이 아니라 신발끈을 느슨하게 하고 걸었더니 13km 밖에 안 걸었는데 발가락이 아프다. 오늘도 3시간에 걷기를 마치고 숙소 근처 파리바게트에서 한가로이 늦은 점심을 먹고 편의점에 들러 이것저것 간식 거리를 샀다.
“혼자 여행 하시나 봐요. 멋있어요.“
편의점 아주머니가 말을 건네신다. 아주머니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나도 혼자 훌쩍 떠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자식들 키우고 가족 건사하느라 나만을 위한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얼굴이 모두 그러하리라.
“혼자”라는 공통의 키워드로 우연히 잠깐의 대화를 나누게 된 두 분이 다시 떠오른다. 언제부터 나는 “혼자”였던가. 극장에 가서 표를 예매해야 했던 시절, “한 장 주세요.” 부끄러움 반, 당당함 반으로 매표소 앞에 서있는 나를 바라보는 직원의 눈빛은 나를 참으로 애처롭게 쳐다보는 듯 했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혼자”인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어느덧 동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험난한 세월을 버티고 버텨낸 지금, 난 참 조~은 시절을 살고 있구나.
감사합니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 파란 바다와 파도소리를 벗삼아 홀로 터덜터덜 걸으며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셔서! 여행길에 짧지만 기분 좋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지금 홀로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끼게 해주셔서!
* 5003 버스
울산(통도사) KTX 출발
06:00 / 06:40 / 07:20 / 08:00 / 08:40 / 09:20 / 10:00 / 10:40 / 11:20 / 12:00 / 12:40 / 13:20 / 14:00 / 14:40 / 15:20 / 16:00 / 16:40 / 17:20 / 18:10 / 18:50 / 19:30 / 20:00 / 20:40 / 21:20 / 22:00 / 22:40 / 23:25 / 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