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어쩔 수 없는 운이라면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Vol.31

by 김선혜

한국인들이 ‘겸손’을 가장하여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제가 운이 좋아서…”라는 말이다. 잘된 거는 운이 좋아서 잘 된거고, 잘못된 것도 운이 나빠서 잘못된 거고, 어찌보면 모든 것을 운 탓으로 돌리는 것이 세상 가장 편한 이유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탓할 대상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나라면 “운이 나빠서 그런거야!” 이 한마디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른 사람을 위로할 때도 “이번엔 운이 없어서 그런거야. 다음에는 잘 되겠지.” 구지 다른 미사여구를 고민할 필요없이 이 ‘운’이라는 한마디면 모든 것이 치유되니 이런 만병통치약이 또 있을까.


우리가 ‘운’에 더 연연하는 이유는 탄생에서부터 ‘운’이 시작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양손 꽉 쥐고 태어나는 건 똑같은데 ‘금수저’니 ‘흑수저’니 무엇을 쥐고 태어났냐로 이미 인생길이 결정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대박나는 ‘운’이 나에게 뚝 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권 가게에 줄을 서고, 전 재산을 걸고 배팅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이 ‘운’을 안타깝게도 ‘돈’으로 귀결시킨다. 그럼, 돈 벼락을 맞는 것을 제외하고, 내 인생 최고의 운은 뭐라고 생각하나? 없어서 생각이 안 나거나, 너무 많아서 생각이 안 나거나, 너무 깊이 생각해서 생각이 안 나거나, 이래저래 3초 만에 답이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건 아마도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열려라, 참깨!”를 외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로 태어난 것! 이것이야 말로 어차피 어쩔 수 없는 최대 운이 아닐까?


‘나’라는 존재로 태어난 것, 그리고 내가 태어난 환경은 어짜피 어쩔 수 없는 운일 수 있지만 태어난 이후 운의 흐름은 나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있다. ‘운’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마치 게임 아이템처럼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내가 그 운들을 ‘줍줍’하려면 주워 먹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운을 달리 말하면 ‘기회’라고 볼 수 있다.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혜안(慧眼)이 있어야 하고,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준비(準備)가 되어 있어야 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勇氣)가 있어야 한다.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운’으로 승화된다. 그래야 이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나서 흐뭇한 미소를 띄며 “운이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다.


주변에 운이 좋아서 뭔가를 쉽게 얻는 것 같은, 마냥 부럽기만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면면을 깊숙히 관찰해 보라. 앞으로 내딛는 한 발짝, 한 발짝이 운이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북토크에서 만난 황석희님도 영화 번역을 하기까지 다른 영상 번역을 계속하며 영화사에 8년 동안의 끈질긴 구애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고, 15년 무명 배우 조우진님도 다양한 아르바이트 생활을 캐릭터 연구로 승화시키며 고된 생활을 견뎌낸 끝에 결국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스타가 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때론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는 운이 따를 순 있다. 그러나 계속 반짝이는 별로 남으려면 무수한 롤러코스터를 오르내려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운’이란 유감스럽게도 끈기, 인내,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한다.


아직도 사과나무 아래 누워서 사과가 떨어지기는 기다리고 계신가? 잘못하단 벌레만 먹게 됩니다. 혹여나 중력의 힘으로 사과가 떨어지더라도 이빨 부러질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면 썩어 뭉그러진 사과에 얻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말 사과가 드시고 싶으시면 사과가 맛있게 익을 때까지 열심히 사과나무를 가꾸시고 맛있고 탐스럽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직접 손으로 따서 맛있게 드시라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좀 여유가 되신다면 주변에 인정을 베풀면 더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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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Vol.31. 어차피 어쩔 수 없는 운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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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4

운 좋은 사람들은 더 느긋하며, 열린 마음으로 기회를 받아들인다. 와이즈먼은 <행운의 요소>에서 “불운한 사람은 더 불안해하고, 때맞춰 회의에 도착하거나 새 직장을 구하거나 삶의 이런저런 문제를 걱정하는 데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주의력이 미치는 범위가 아주 좁아서 날마다 마주치는 뜻밖의 기회를 놓치기 쉽다.” 불안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은 개를 밟고 넘어지는 식의 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더 크다.

와이즈먼은 행운의 원천인 ‘훌륭한 의사 결정’이라는 측면에서도 운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차이를 발견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직관과 직감에 많이 의존했지만 운이 나쁜 사람은 내면의 레이더를 자주 무시했다.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는 일은 해로운 결과로 이어지기가 쉽다는 것이다.


P. 98

싯다르타는 인간의 무엇이 가장 이상한지 묻는 말에, 누구나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데도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라고 대답했다.


P. 100

불확실한 행운을 얻고 그것을 지키려 애쓰는 사람들의 인생은 매우 비참하고 짧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힘겹게 얻은 것을 불안한 마음으로 붙들고 살아간다. 그러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잊은 채로.” (세네카)


P. 159

미학적 가치와 상관없이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공간들은 모두 나누고 내어준다. 피곤한 사람에겐 쉬어가도 괜찮다는 위안을 건네고, 멈춰 있는 사람에겐 다음을 위해 숨을 고르도록 도와준다. 나는 오늘도 불안을 숨기고 새로운 이야기에 탐닉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간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책 뒤에 숨고 싶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모여들기를 바라며, 조용히 열람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느슨하게 앉는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서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여기 앉아 또다시 읽고, 쓰고, 고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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