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왜 갈까

고작 반생을 살았네

by 김선혜

대학은 도대체 왜 가는 걸까?

뭐하러 힘들게 공부를 할까?

어짜피 전공 살릴 것도 아니면서

뭐하러 그렇게 생사를 걸까?


내가 지금 마음이 심난한 건

원점으로 돌아가 있기 때문이야 ~


나는 그냥 아무 관심 가져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고민하게 될 바에야

애초에 간섭이라도 없었으면 ~


나는 그냥 내 갈 길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다시 진로를 바꾸게 될 바에야

애초에 아무 강요라도 없었으면 좋겠어 ~

(김선혜와 반생들)



나는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였다. 그래서 반드시 대학을 가야 한다는 조건에 절대 재수를 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하나 더 붙었다.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는 학문에 정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직장과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졸업장을 시간과 돈으로 사기 위함이었다. 내 부모님은 자녀의 취업과 결혼을 위한 기반인 대학을 보내는 것까지가 본인들의 책임이라 생각을 하셨고, 그 뜻에 부흥하기 위해 나는 대학을 갔다. 사실 더 하고 싶었던 건 연극이었다. 그래서 서울예술대학교에 가겠다고 말을 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고, 그리하여 선택한 차선책이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생물이라는 전공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기초 과학을 경시하는 나라 아닌가. 그래서 생물학과가 있는 몇 안되는 학교를 찾고 찾아 그 중 한 곳을 선택했고, 다행히도 덜컥 붙어버렸다.


대학에만 가면 동화 속 주인공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될 줄 알았다. 찬란한 10대를 오직 대학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왔건만 입학과 동시에 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제서야, 이런 철학적인 의문이 드는 것인가. “대학은 도대체 왜 가는 걸까?” 그나마 중간중간 한 눈이라도 팔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많이 억울했을 것 같다. 한 눈이래봤자 새벽에 공부하는 척하고 추리 소설 읽기,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테레비 보기, 자율학습시간에 잠시 탈출을 감행하여 떡복이를 사먹는... 당시에는 나름 꽤 스릴 넘쳤으나 지나고 보니 참 귀엽네.


의무교육도 아닌데 대학에 반드시 가야만 하고, 의대가 아닌 이상 전공보다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간판이 더 중요하고, 2년제보다는 4년제 대학을 선호한다. 유아시절부터 명문대를 가기 위한 로드맵이 이미 짜여져 있고, 아이들은 부모가 계획한 마일스톤대로 움직여야 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서울대를 갔는데도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한다. 그래야 내 인생이 행복해 진다고 한다.


도대체 왜 가는지도 모르는 대학을 가서 정말 인생 행복해 지셨나요?

왜 대학을 가기 전에 대학을 왜 가려하는지 아무도 나에게 물어보지 않고, 정작 대학을 간 후에야 대학을 왜 가는 건지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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